올시즌 KIA와 국가대표팀을 모두 이끌어야 하는 에이스 양현종이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스프링캠프에서 KIA 구단기와 태극기를 뒤로 하고 올해 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포트마이어스 | 김은진 기자
양현종(32·KIA)은 스프링캠프에 들어가면 늘 더 주목받는다. 자신만의 페이스에 맞춰 다른 투수들에 비해 상당히 더디게 훈련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양현종이 언제 불펜피칭을 시작하고 실전에 들어가는지, 몸 상태는 좋은지는 매년 KIA의 핵심 관건이다.
올해 양현종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시즌을 마치면 다시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양현종이 어쩌면 KIA에서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준비 부족으로 시작한 지난 시즌을 역대급 반전으로 마무리 해낸 양현종이기에 제대로 준비하는 올시즌의 결말은 더욱 기대를 모은다.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올해는 매우 정상적으로 훈련하고 있는 양현종을 만나보았다. 양현종은 “모든 것이 순조롭다. 계획대로 잘 되고 있다”며 “올해는 TV에서 내 모습을 정말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선언했다.
■할일이 많아졌다
올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양현종은 해외 진출 재도전을 이미 공언한 상태다. 야구 인생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즌, 성적은 어느해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주장이 됐다. 보통 선발 투수에게는 주장을 맡기지 않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지켜본 맷 윌리엄스 감독은 코치진과 회의를 거쳐 에이스인 양현종에게 선수단 대표 역할까지 맡기기로 했다. “쥐죽은 듯 조용히 있었는데…”라고 당황하면서도 주어진 역할에 부담보다 책임감부터 느끼고 있다. “주장된 지 몇 시간이나 됐다고 여기저기서 부르더라”며 “내가 야구하는 것은 똑같이 하면 되는 것이니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일을 서로 상의하고 소통해서 팀이 하나된 분위기로 가는 것만은 꼭 하고 싶다”고 주장으로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올해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표팀에서도 양현종은 이제 유일한 기둥이 됐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던 류현진, 윤석민을 비롯한 선배들이 태극마크를 뗀 이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10년 동안 양현종은 국가대표 에이스 명함을 달았다. 또 한 명의 에이스 김광현은 지난해 제2회 프리미어12에서 양현종과 나란히 대표팀 마운드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제는 김광현도 없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사무국이 주관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외 국제대회에는 거의 출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한 김광현도 류현진처럼 도쿄올림픽 무대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제 후배들과 함께 대표팀 마운드를 끌어야 하는 양현종의 부담이 크다. 그러나 양현종은 “잘 하는 후배들 많다. 나 혼자 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프리미어12에 나갔던 선수들이 아마 대부분 그대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이)영하나 (조)상우나 지난해 큰 경험을 했다. 잘 할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KIA 양현종이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포트마이어스 | 김은진 기자
■올해 목표는 많이, 더 많이
할 일이 너무 많아진 올시즌을 앞두고 양현종은 지난 시즌을 교훈 삼아 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최고의 반전으로 역대급 성적을 낸 시즌이었지만 그 과정은 최악이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지난해 1월까지 거의 운동을 하지 못했고 스프링캠프에도 다른 선수들보다 나흘 늦게 합류했다. 준비가 부족하다보니 이후 피칭에 들어가고 실전을 시작하는 시기도 정상 페이스에 맞출 수 없었다. 그 결과 4월까지 개막 한 달 동안 6경기에서 5패를 당하며 평균자책이 8.0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5월부터 초강력 상승세를 타면서 16승(8패) 평균자책 2.29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전 준비가 부족했던 딱 한 달의 차이는 그렇게 드러났다.
당시 생후 한 달이던 셋째 아기의 건강 문제로 운동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지만 양현종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올시즌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양현종은 “작년에는 어쨌든 개막전에 맞추기는 했지만 ‘아직 덜 됐는데’ 하는 느낌을 가진 채로 시작했다. 캠프에 늦게 합류한 그 나흘이 정말 컸고, 1월에 아예 운동을 못해서 2월에 몸을 만드는 수준이었다”며 “지금은 몸을 다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2월에 강도를 조절하며 내 계획대로 체계적으로 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스로 궤도에 오른 이후 꾸준히 피칭 훈련을 늦게 시작하는 양현종은 올해도 혼자 피칭하지 않고 롱토스 단계에 있다. 19일쯤 불펜피칭을 시작할 계획이다.
굴곡이 많았던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양현종은 올해의 목표를 더욱 더 꾸준함에 두고 있다. 양현종은 “올해는 정말로 아프지 않고 꾸준히 잘 하고 싶다. 지난해 결과는 좋았지만 과정이 너무 안 아 기복을 많이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며 “가장 큰 목표는 TV에 많이 나오는 것이다. 마운드에서 제일 오래 남아 누구든 TV를 틀었을 때 무조건 내가 던지는 모습을 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프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에 등판하고 늘 중요하게 여기는 이닝도 많이 소화하면서 팀에게 중요한 경기에는 자원해서라도 등판을 하며 올해는 더욱 불꽃을 태워볼 생각이다. 양현종은 “그렇게 하면 180이닝을 올해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최소 목표다.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지난해에도 184.2이닝을 던져 KBO리그 좌완 최초로 5년 연속 180이닝을 던졌다. 그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는 소망은 숨기지 않았다.
또 한 가지는 팀의 도약이다. 최근 주장이 되며 더욱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양현종은 “2017년 우승했을 때 주장이었던 (김)주찬이 형이 참 멋있어보였다. 우승 팀 주장이라는 것 솔직히 부럽고 멋있다”며 “이제 팀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주장이 된 올해 팀이 높이 올라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현이를 응원한다
그리고 양현종은 2020년, 친구 김광현을 응원한다. 고교 시절 청소년 대표팀에서 함께 뛰고 같은 해에 프로 데뷔한 뒤 조금 다른 과정을 거쳐 각자 에이스로 성장했지만 나란히 최고의 자리에 오른 지금,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5년 전 나란히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처음 도전했다가 쓴맛을 봤던 두 동기는 두번째 도전도 궤를 같이 한다. 1년 먼저 나간 김광현의 행보는 양현종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기대요소다.
양현종은 “해외 진출 도전을 생각한 것은 지난 시즌 끝나고 11월부터다. 광현이가 얘기한 것과 똑같이 나 역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미국이든 일본이든 가서 어떻게 될지 몰라도 지금 가장 좋은 이 기회를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나중에 많이 후회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많은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자신의 기사는 잘 보지 않는 양현종은 요즘 김광현에 대한 기사를 열심히 본다.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고 입단하고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김광현의 소식을 올시즌 꾸준히 주목할 계획이다. 양현종은 “광현이 기사를 계속 보고 훈련하는 모습도 봤다. 그 마지막 기회를 잘 잡은 광현이가 멋있고 부럽기도 하다”며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선수들에게 꿈의 무대 아닌가. 그저 시즌 때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있다. 착실히 준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먼저 나간 친구에 대한 응원을 덧붙였다. 양현종은 “지금까지는 솔직히 광현이 응원은 못했다. 우리 팀이 이겨야 되니까 광현이를 응원할 수는 없었다”고 웃으며 “이제는 진심으로 응원한다. 늘 챙겨보겠다. 광현이가 정말 잘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