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
4·15 총선이 2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의 대진표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기호 1번인 여당 더불어민주당 쪽 선수는 진작 정해진 반면 기호 2번이 부여될 제1야당 자유한국당 선수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4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리는 민주당 후보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맞서 한국당은 얼굴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정치 신인’을 내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후보의 지역구(부산 사상)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정치 신인 손수조 후보를 공천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손 후보 공천은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물론 예상대로 손 후보는 문 후보에게 큰 표차로 져 국회 입성이 좌절됐다.
일각에선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결국 이 전 총리의 ‘대항마’로 종로에 출사표를 던지게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황 대표가 이 전 총리가 출마하는 종로를 피하면서 다른 중진의원에게 험지에 출마할 것을 요청할 수는 없다”며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종로에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황 대표가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은 아직 없다. 황 대표는 지난 달 종로 출마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무엇이 당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그런 관점에서 판단하겠다”며 “아직 좀 시간이 남아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날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일보 창간 31주년 기념식에서 황 대표와 이 전 총리가 ‘깜짝’ 조우를 하는 장면에 국민적 이목이 집중됐다. 황 대표와 이 전 총리는 둘 다 주요 외빈을 위해 마련된 원탁 테이블에 앉았는데 좌석이 제법 멀리 떨어져 서로 마주보는 입장이 됐다.
당일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황 대표와 이 전 총리는 약간 난처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상대방과 시선이 마주치지 않으려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뜸을 들인 뒤 정중하게 악수를 나누긴 했으나 비교적 밝은 표정인 이 전 총리와 달리 황 대표는 상당히 긴장한 듯했다.
이를 두고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나란히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데다 4·15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종로) 출마가 점쳐지는 등 철저한 ‘라이벌’ 관계가 된 두 사람의 입지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란 관전평이 나왔다.
한편 이 전 총리는 전날 선관위에 종로구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박근혜정부 시절 새누리당 대표와 청와대 홍보수석 등을 지낸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이날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