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사태가 악화일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염병은 마귀”라며 총력대응에 나섰지만 중국 내 확진자가 6000여명에 달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감염자 수를 추월했다. 사망자도 130명을 넘어섰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침·발열 등의 증상이 없는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은 앞다퉈 발원지인 우한에 전세기를 띄워 자국민을 본국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사태가 이처럼 긴박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그제 위기대응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컨트롤타워를 차관급 질병관리본부에서 장관급 보건복지부로 변경했지만 부처와 기관, 지방자치단체마다 대응이 제각각이다. 오늘부터 이틀간 진행될 우한지역 교민 700여명의 국내송환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외교부는 그제 “발열·기침 등 의심증상자는 전세기에 탑승할 수 없다”고 통보했지만 하루 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유증상자도 함께 데려오겠다”며 딴소리를 했다. 격리수용시설도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을 검토했다가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바꿨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초·중·고교 개학 연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반나절 만에 정세균 총리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뒤집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제 평택시는 네 번째 확진자가 96명을 접촉했다고 설명했지만 질본은 172명이라고 했다. 컨트롤타워가 어딘지, 있기나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지시한 ‘우한발 입국자 전수조사’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보건당국은 최근 2주 사이 국내에 입국한 3023명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지만 본인이 증상을 숨길 경우 대책이 없다고 한다. 실효 없이 행정력만 낭비할 공산이 크다. 콜센터 1339도 폭주하는 전화를 감당하지 못해 먹통이 되자 어제 부랴부랴 인력 충원에 나섰다.
정부가 38명이나 숨진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고도 제대로 된 대응체계와 매뉴얼 없이 좌충우돌하니 국민의 불안감이 커진다. 지역사회로의 확산을 막는 게 급선무다. 방역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컨트롤타워부터 바로 세워 관련 기관이 모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물 샐 틈 없는 방역체계를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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