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사랑을 확인하고 소중한 추억도 쌓아야 할 설 연휴(1월 24∼27일)가 되레 ‘악몽’ 같은 시간으로 돌변한 사람들이 있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40대 남성은 집에 불을 질러 어머지를 숨지게 했는가 하면 20대 여성은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인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설 연휴 사흘째인 26일 경남 밀양경찰서는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현존건조물 방화 치사)로 아들 B(43)씨를 붙잡아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설날 하루 뒤인 이날 오전 4시25분 밀양시 무안면 1층짜리 단독주택에 불을 질러 집 안에 있던 어머니 A(76)씨를 숨지게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A씨와 함께 이 주택에서 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누군가 주택에 불을 지르는 것 같다는 인근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 현장에 있던 B씨를 검거했다”며 “당시 B씨는 손에 흉기를 들고 (경찰과) 잠시 대치했지만 격렬한 반항을 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불은 주택을 모두 태우고 출동한 소방대원 등에 의해 40여분 만에 꺼졌는데 소방대원들이 집을 수색하는 도중 내부에서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홧김에 집에 불을 질렀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에선 설날에 아버지와 다툰 20대 여성이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날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28분 부천시 중동 한 아파트 방 안에서 C(26·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경찰과 119구조대원이 발견했다.
C씨의 아버지 D씨는 “설날 아침에 말다툼을 한 딸이 방 안에 들어가 4시간 넘게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는다”며 경찰과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119구조대원은 잠겨 있는 문을 강제로 열었으며 숨져 있는 C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딸이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D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C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한 사인이 규명될 때까지 철저한 수사를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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