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장흥은 야당 황주홍 의원이 3선 도전, 필승카드는 임 전 실장
장흥에 이어 목포까지 바람 몰이로 박지원 잡는 게 궁극 목적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총선 출마 여부를 놓고 설 연휴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정치를 떠나있겠다고 선언한 지 두달밖에 되지 않아 번복이 쉽지는 않지만 여권의 ‘호남 싹쓸이’를 위해 출마를 해야한다는 여론이 내부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호남 내에서 골치아파하는 지역은 전남 장흥·고흥·보성·강진과 목포다. 장흥·고흥·보성·강진은 민주평화당 소속 황주홍 의원, 목포는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이 현역이다. 황 의원은 중앙 정치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강진군수를 내리 세 번 역임했고 19·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지역에서는 막강한 힘을 가졌다.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20대 총선을 국민의당 소속으로 뛰었고, 최근 분당 사태 속에서도 평화당에 남아 21대 총선을 준비중이다.
황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재선이지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맡는 등 농어촌 지역에 예산, 정책 관련 분야에서 힘을 발휘했다. 호남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지만 이 지역만큼은 쉽지 않다는 게 여의도 정설이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현재 김승남 전 의원 등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하지만 황 의원이 넓은 지역구를 샅샅이 챙기면서 관리해 바닥 민심을 꽉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와 민주당 후보로 꺾기 쉽지않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낸 임 전 실장이 몸집을 키워서 고향으로 내려온다면 사정이 달라진다는 의견도 있다. 이 지역구 출신의 한 민주당 관계자는 26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임 전 실장이 전남 장흥에서 초등학교까지 다닌 만큼 지역에서는 아직도 호감을 갖고 있다”며 “고향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로 내려오면 명분도 있고 당선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황 의원을 잡는 카드를 넘어서 임 전 실장이 전남에서 뛰면 주변 지역에도 민주당 바람을 불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인근에 있는 목포 선거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 박지원 의원을 잡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임 전 실장은 서울에서만 배지를 달았던 사람이라 고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꺼릴 수도 있지만 지금 고향 지역구가 계속 야당에 넘어가게 생겼는데 당 차원에서는 필승카드를 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을 것”이라며 “특히 호남은 바람몰이가 중요한데 임 전 실장만한 카드가 없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또 다른 여권 고위관계자는 다소 회의론을 폈다. 그는 “임 전 실장이 바람몰이에 어느 정도 공감은 하지만 고향이 있는 지역구는 황 의원이 워낙 잘 다져놔서 이를 누르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겠나”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 민주당이 호남을 상수로 보고 유력주자를 내보내지 않았다. 너무 수도권에 치우친 선거였다”며 “호남에서는 그에 대한 섭섭함이 있을 텐데 거물로 성장한 임 전 실장이 고향에 출마한다면 호남 민심을 얻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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