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21일(현지시간) 우리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독자 파병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미 조야에서는 양국간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미국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등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미국은 청해부대의 임무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하는 한국의 결정을 환영하고 고맙게 여긴다”면서 “이번 결정은 한·미동맹의 힘과 국제적 안보우려에 협력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을 지원함으로써 중동에서 항행의 자유 보장을 돕는 동맹 한국을 환영한다”며 “이전에 밝힌 대로 이것은 국제적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국제적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 주도의 IMSC에 동참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독자 파병을 결정하며 절충점을 마련한 데 대해 환영과 감사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정보공유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미국의소리’(VOA)방송에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한반도를 넘어 군사적 능력을 동반한 국제적 기여를 과시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도 양국 갈등이 줄어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면서도 “한국이 IMSC에 참가하지 않으면서 해상작전에서 필수적인 원할한 정보 공유에 제약이나 시간 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연합호위함대에 직접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정보 공유의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한국 국민과 상선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기존 전력을 차출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원하는 공정한 방위 부담 분담 기준에는 부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방부가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걸프 해역의 이름을 ‘아라비아만’으로 칭한 것을 문제삼았다. 무사비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국방부는 ‘페르시아만’의 역사적 명칭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무슨 지식과 정당성으로 이 해역에 군대를 보낸다는 것인가”라면서 “사실에 대한 상호 존중과 수용이 문명국가 간 관계의 기본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글로 ‘페르시아만’이라고 표기된 중동 지역 지도를 첨부했다.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 걸프 해역의 명칭은 국제적으로 페르시아만으로 통용된다. 하지만 이란에 적대적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미국 정부와 서방 일부 언론은 이를 ‘아라비아만’으로 부른다. 이란은 이 해역의 명칭이 역내 영향력을 방증한다고 여겨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트위터에 걸프해역을 ‘아라비아·페르시아만’으로 적자 이란 외무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항의하기도 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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