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남북협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북한 비핵화와 같은 속도로 진전되도록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개별관광 등 정부의 독자적인 남북협력 추진 구상에 대해 한·미 워킹그룹에서 다뤄야 한다고 견제에 나선 것과 큰 틀에서 동일한 반응이다. 다만 남북협력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이 문제를 한국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는 남북협력 수위에 대한 북·미간 구체적인 협의가 있었음을 시시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남북이 북·미보다 먼저 나갈 수도 있다’는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하며 남북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우리의 동맹국인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강 장관은 지난 14일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에서 한·미 양자 회담과 한·미·일 3자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특정 시점에 따라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남북협력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 8일, 구체적인 남북경협 사업 제안이 담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들을 이행해야 하며, 우리는 모든 나라들이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남북관계 진전은 북한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야 하고 남북협력 구상들도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발언해 정부와 여당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일제강점기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이 외교문제로 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해리스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철회 압력을 끊임없이 밀어붙였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제기한 관광객 방북 허용 가능성과 남북협력사업 추진 때 미국과 협의할 것을 제안한 발언도 고압적인 미국 대사의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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