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주제가 ‘인투 디 언노운’의 공식 커버곡을 부른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지난달 온라인에서 열린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정은지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인스타그램 라이브 현장. 한창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정은지는 한 팬의 요청을 받아 당시 막 개봉됐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주제곡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을 불렀다. 원곡 가수 이디나 멘젤을 연상하게 하는 쭉쭉 뽑아 올라가는 고음에 그의 가창영상은 삽시간에 화제가 됐다. 그의 영상을 올린 해외 유튜브 계정의 조회수는 62만회를 넘어섰다. 결국 정은지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반주와 함께 정식으로 그 노래를 다시 불렀고 영상은 16시간 만에 12만회를 넘는 조회수를 올렸다.
흔히 ‘커버(Cover)’라 함은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 그중 노래나 춤을 따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버곡을 주로 부르는 유튜버 ‘제이플라’의 경우에는 한국 개인 유튜버 최초로 1000만 구독자를 넘겼으며 현재 구독자 1400만명으로 한국 유튜버 중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있는 영역이 됐다. 그러나 이처럼 다른 아티스트를 따라한다는 이미지 때문에 현직 가수들의 참여는 흔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주제가 ‘인투 디 언노운’의 커버곡을 부른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의 유튜브 화면. 사진 정은지 유튜브 채널 캡쳐
하지만 최근 그 벽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산발적으로 이벤트성 커버를 올리는 가수들도 있지만 자신만의 채널을 개설해놓고 정기적으로 커버영상을 올리는 가수들도 다수 있다.
최근 12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1편에 견줄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주제곡 커버 열풍이 그렇다. 아예 걸그룹 소녀시대의 태연을 가창자로 지정한 ‘공식 커버송’이 나온데 이어 버블디아, 제이플라, 우준승 등 유명 유튜버들이 커버 열풍에 합류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주제가 ‘인투 디 언노운’의 커버곡을 부른 가수 박지민. 사진 유튜브 뮤플리 채널
현직가수들도 이 대열을 따랐다. 앞서 언급한 정은지를 비롯해 가수 박지민과 그룹 노라조의 전 멤버 이혁, 열두달, 이시은 등이 유튜브에 ‘인투 디 언노운’의 커버노래를 올렸다. 영화의 인기에 따라 노래를 추가로 커버하려 준비하는 가수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아티스트 특유의 고집이나 신념 때문에 과거에는 다른 가수의 노래나 안무를 따라하는 것이 가요계에는 일종의 금기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베테랑 가수들 중에서도 이러한 콘텐츠로 인기를 얻는 이가 있다. 1987년 솔로데뷔해 30년 넘는 경력을 갖고 있는 가수 권인하는 ‘천둥호랑이 창법’이라는 특유의 포효하는 창법으로 커버곡을 부르면서 온라인에서 젊은 세대의 인기를 끌고 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주제가 ‘인투 디 언노운’의 커버곡을 부른 노라조 전 멤버 이혁. 사진 유튜브 이혁TV 캡쳐
올해 KBS1 라디오 프로그램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한 그는 “(커버곡을 부르면서) 가장 기쁜 건 젊은 친구들과 소통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고, 젊은 친구들의 감각이 어떤 것들을 요구하는지 조금씩 알게 됐다”며 “앞으로 어떤 식의 노래를 불러야 할지, 젊은이들과 함께 가는 음악적 색깔이 어떤 방향인지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