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한국과 대만의 경기. 3 대 0 대한민국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콜린 벨 감독과 선수들이 응원단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축구가 승리의 벨을 눌렀다. 선발 전원을 바꾸는 모험이 제대로 통했다.
콜린 벨 감독(58)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강채림(현대제철)의 멀티골과 정설빈(현대제철)의 쐐기골을 묶어 대만을 3-0으로 눌렀다.
이로써 한국은 1승1무를 기록해 전날 중국(3위·1승1패)을 3-0으로 완파한 일본(2승)에 이은 2위로 올라섰다.
데뷔전에서 막강 중국과 0-0으로 맞서면서 자신감을 얻은 벨 감독은 한 수 아래인 대만을 상대로 한 발 더 나아갔다. 벤치에 앉아있던 선수들을 무대로 끌어 올리면서 선발 전원을 교체했다. 2000년생으로 대표팀의 유일한 10대인 수비수 추효주(울산과학대)와 골키퍼 전하늘(수원도시공사)은 대만전이 A매치 데뷔전이었을 정도로 벨 감독의 용병술은 과감했다.
새 감독이 부임하면 기회의 장이 열리는 게 보통이지만 이처럼 파격적으로 선수 기용에 변화를 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난 경험있는 선수와 어린 선수들의 균형을 맞추고 싶다. 실력만 된다면 문은 열려있다”고 강조했던 벨 감독의 의지가 실전에서 잘 드러났다.
선수들도 적극적인 몸짓과 움직임으로 벨 감독에게 데뷔승을 선물하며 화답했다.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면서 호쾌한 중거리슛과 날카로운 측면의 패턴 플레이, 침투 패스로 대만의 골문을 열었다.
지난 4월 아이슬란드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차세대 골잡이 강채림이 선봉장이었다. 강채림은 전반 29분 팀 동료 전은하(한국수력원자력)의 중거리슛이 골키퍼 선방에 막혀 흘러나온 것을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자신의 A매치 첫 골인 데다 벨 감독에게 부임 첫 승리를 안기는 결승골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강채림은 후반 25분에도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뒤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골키퍼 다리 사이를 꿰뚫는 추가골도 만들어냈다.
기세 오른 한국은 또 다른 골잡이 정설빈까지 득점에 가세했다. 정설빈은 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소담(현대제철)이 올린 공을 수비 뒤편에서 달려들면서 헤딩으로 골문을 갈랐다.
한국은 17일 구덕운동장으로 무대를 옮겨 2005년 이후 첫 우승을 걸고 한·일전을 치른다. 한국은 전력상 열세지만 기존의 주축 선수들이 대만전에서 휴식을 취하고, 벤치 멤버들은 경험과 자신감을 쌓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한국은 동아시안컵으로 한정한 일본과 상대 전적에서 2승1무3패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