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 에메카 오카포가 전주 KCC 찰스 로드의 수비를 넘어 골밑 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울산 현대모비스가 지난달 22일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에메카 오카포(37·2m8㎝)는 농구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선수였다.
오카포는 2004년 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샬럿에 지명됐고 2004~2005시즌 신인 첫 해 73경기 선발로 출전해 평균 15.1점·10.9리바운드로 활약해 2005년 NBA 신인왕을 받았다.
‘NBA 신인왕’이라는 수식어는 오카포를 향한 기대감을 더 높이게 했다. 역대 KBL 외국 선수 가운데 최고의 이름값을 자랑했다.
그러나 오카포는 지난 6일 안양 KGC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뒤 크게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공격에서는 3경기 12.3득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수비는 좋지 않나.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그리고 오카포는 1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공격력도 검증해보였다. 이날 오카포의 기록은 17점·9리바운드·3어시스트로 거의 ‘더블더블’에 가까운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날 팀은 69-71로 패하며 5연패에 빠졌다. 오카포가 활약했으나 팀의 연패를 막을 수 없었다.
오히려 경기 막판 패배의 빌미를 줬다. 경기 종료 4초전 69-69로 맞선 상황에서 송교창에게 자유투 2개를 내주는 파울을 저질렀다. 그리고 송교창은 두개의 자유투를 모두 넣었다. 팀은 점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경기 후 유재학 감독은 오카포의 ‘실수’ 하나를 더 들려줬다. 유 감독은 “32초 남기고 작전타임 때 공격을 보강하려고 했는데 오카포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나가서 볼을 잡아주면 되는데 안 나가고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공격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활약했는데 본인 실력인지 확인이 아직 안 된다. 기회가 되면 더 시켜보려고 한다”고 했다.
사령탑은 조금은 박한 평가를 내렸지만 상대해본 선수들은 아낌없이 칭찬을 했다.
KCC 이정현은 “오늘 경기에서는 공격도 잘하더라. NBA 선수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고 했다. 송교창은 “내가 느껴본 용병 중에 가장 수비를 잘한다고 느꼈다. 에어볼이 걸릴 타이밍이 아닌데 수비 때문에 에어볼이 나왔다. 앞에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무서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