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러버는 가스상·입자상 물질을 빨아들여 물로 공기를 씻은 다음 2단 필터를 거친 공기를 다시 말려 밖으로 내보낸다. A전자에는 20년 가까이 된 장비가 2대 있었는데, 그중 한 대를 지난여름 ‘소규모 사업장 대기오염방지시설 설치지원’ 사업을 통해 설치비의 90%인 6300만원을 지원받아 교체했다. A사의 이모 전무는 “기존 장비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건 아니지만, 내년 배출허용기준이 30% 강화되는 데다 장비도 노후한 터라 사업에 신청했다”고 했다.
장비 교체 후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은 미측정, 먼지 같은 입자상물질은 40% 이상 줄었다.
인근의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인 선경내셔날은 보다 적극적인 경우다. 플라스틱 원료를 금형(틀)에 넣어 녹여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데, 방지시설 설치 의무는 없는 곳이다. 그러나 플라스틱을 녹일 때 나는 특유의 냄새와 열기가 심해 방지시설을 설치했다.
김창선 대표이사는 “화공약품을 쓰는 곳이다보니 작업현장에 오래 있으면 머리카락도 뻣뻣해지고 냄새 때문에 밖에 나가 사람 만나기 부담스러울 정도였는데, 하루 종일 머무는 작업자들 건강은 물론 (오염물질이 비산되면) 대기에도 나쁘지 않겠느냐”며 “설치 후 냄새와 열기 모두 70%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발품’ 파는 감시단부터 첨단 드론까지
전국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은 5만6584곳(지난해 기준)으로, 여기서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41%(14만2864t)가 뿜어져 나온다. 법적으론 방지시설 설치 의무도 있고, 배출 허용 기준도 준수해야 하지만, 세상은 넓고 사업장은 많다보니 일일이 감시의 손길이 미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5만여 사업장 가운데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많은 1∼3종 사업장이 4363곳, 나머지가 ‘소규모 사업장’이라고 하는 4∼5종 사업장인데, 대형은 대형대로, 소규모는 소규모대로 문제가 있다.
1∼3종 사업장은 굴뚝에서 오염물질을 자동측정해 전송하는 자동측정기기(TMS)를 달거나 주기적으로 자가측정을 해야 한다.
TMS는 배출농도와 배출량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효율적이지만 평균 1억5000만원의 부착 비용이 든다. TMS가 달린 사업장은 전국 1∼3종 사업자의 15.5%, 굴뚝 수로는 2.8%에 불과하다. 게다가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이라 여겨졌던 대기 TMS도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올해 들어 감사원과 국정감사를 통해 잇달아 드러났다.
자가측정은 사업자가 측정대행업자에게 배출량 측정을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난 4월 전남 여수산업단지에서 확인된 것처럼, 사업장과 측정업체의 ‘갑을 관계’ 때문에 배출수치 조작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미세먼지 고농도 계절을 맞아 정부가 택한 전략은 ‘지켜보고 있다’는 시그널을 전방위로 보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감시단원이 발품을 파는 고전적인 방법부터 첨단 IT(정보기술)까지 총동원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난달부터 약 1000명에 이르는 미세먼지 점검단을 꾸려 매일 사업장 주변을 점검한다. 경기 화성시 시민이자 점검단원인 이철교씨와 곽정옥씨는 팀을 이뤄 ‘화성시환경감시단’이라고 적힌 전기차를 타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화성시 우정읍과 장안면을 돈다.
이씨는 “공사장에서 세륜시설과 슬러지(침전물) 보관을 제대로 하는지, 논밭 불법소각은 없는지 등을 둘러본다”며 “여기에만 사업장이 150개가 넘기 때문에 매일 전부 둘러보기는 어렵지만, ‘환경감시단’이라고 적힌 차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계속 주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각심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굴뚝에서 오염물질 포집까지 가능한 드론과 분광계, 비행선도 동원된다.
사업장의 절대 다수이면서도 사업장별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사각지대였던 4∼5종 업체에 대해서는 방지시설 지원사업을 벌인다. 전체 설치비에서 국고 50%, 지방비 40%를 지원해 사업장은 10%만 내면 된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처음 본사업이 시작됐는데 연말까지 1815곳에 설치를 완료하고 내년에는 4000곳에 더 설치할 계획이다.
◆‘위반하면 걸리고, 걸리면 큰일난다’ 각인돼야
하지만 촘촘해진 감시망에도 틈은 있을 수밖에 없다. 화성 감시단 이씨는 “한두 업체를 방문하면 서로 연락을 하는지 그다음 업체에 가면 우리가 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며 “작정하고 불법을 저지르려고 하면 걸러내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영세업체는 새 방지시설을 지원받고도 운영비 부담에 가동을 제대로 하지 않을 수 있다.
김창선 대표이사는 “우리 회사의 경우 방지시설 설치 자부담금은 500만원이었는데, 유지관리비가 연 2000만원 든다”며 “이렇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면, 소규모 업자들은 가동을 하지 않을 수 있으니 운영비를 보조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 시흥시 의류 부자재 업체인 미래심지 신광철 이사는 “집진기를 돌릴 때 전기, 물, 필터링 부품, 활성탄 등의 비용을 다 따지면 연간 1000만원 정도 든다. 영세한 사업장은 집진기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운영비가 많이 든다는 건 그만큼 사업이 잘된다는 의미이니 무턱대고 운영비를 지원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의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방법이야 어떻든 수천억원의 세금이 헛돈이 되지 않으려면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사업장에서도 느끼고 있었다.
분광계와 비행선도 감시 효과는 있지만, 즉시 행정처분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드론이 굴뚝에 가서 직접 시료(오염물질)를 채취하는 것 말고, 원격으로 오염도를 살피는 방법으로는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없다”며 “앞으로 원격 측정도 공정시험기준에 넣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고 했다.
김법정 국가기후환경회의 사무처장은 11일 “사업장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TMS든 분광계든 드론이든 굴뚝을 실시간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일단 걸리면 일벌백계해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안산=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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