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뺀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13일 본회의에 올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놓고 하루 종일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에 이어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의 일괄 상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안의 ‘연동형 캡(cap)’ 비율을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본회의 개최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은 ‘비례성을 강화해 사표(死票)를 줄이는 개혁적 제도’라며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이해 다툼만 커지는 모양새다.
◆‘연동률 캡’에 발목 잡힌 ‘4+1’ 선거법 수정안
‘4+1’ 협의체는 전날 밤에 이어 이날도 막판 논의를 이어갔지만 선거법 논의의 최대 쟁점인 ‘연동형 캡’ 도입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연동형 캡’은 준연동률을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석 최대치를 뜻한다. ‘연동형 캡’을 적용받지 않는 비례대표 의석수는 현행 비례대표처럼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이 가져가는 병립형으로 운영된다.
대안신당 유성엽 대표는 협의체 선거법 실무단은 회의를 마친 뒤 ‘연동형 캡’을 전체 비례대표 의석 50석 중 30석으로 정하는 데 잠정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동형 캡’이 높을수록 군소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용이하다. 또 실제 연동률이 20∼30%에 불과해 현행 비례대표 의석 배분과 큰 차이가 없어 민주당도 나쁠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각 당의 내부 검토 결과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평화당이 반대 입장을 표하면서 최종 합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심상정·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국회에서 회동하고 잠정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확인했다.
정의당 여영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 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당은 정치개혁 취지에서 한참 후퇴한 이 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겨우 50%에 불과한 연동률에 캡이라는 상한선을 씌운 것은 민심 개혁보다는 민주당의 비례 의석 확보를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실무 협상에 참여하는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캡이 적용되는) 30석을 빼면 20석이 남는데, 이 중 (현 제도인)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민주당이 가져올 수 있는 의석은 8석밖에 안돼 여기서 더 줄이긴 힘들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수정안을 4+1 참여 정당들이 합의해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석패율제, 정당 득표율 최저선 등 잠정 합의
다른 쟁점이었던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 득표율 기준인 ‘봉쇄조항’을 5%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3% 원안을 유지키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선거법은 전국 정당 득표율이 3% 이상인 정당에 대해서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석패율제와 관련해서도 잠정 합의를 이뤘다.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지역구에서 아깝게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석패율제를 전국 단위로 하되, 각 정당이 6개 권역에 대해 1명씩 총 6명 이내에서 당 판단에 따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농·어촌 지역 지역구 통폐합을 막기 위한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은 선거일 15개월 전에서 선거일 전 3년 평균으로 바꾸는 내용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대를 이뤘다.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이 바뀔 경우 통폐합될 것으로 예상되던 선거구 6곳 중 전북 익산갑은 살아남아 전북 지역은 선거구 조정의 영향을 피하게 된다.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돌계단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법안 날치기 상정 저지 규탄대회’에서 ‘4+1’ 협의체의 선거제 개정안 논의를 “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 상당 부분을 떼 정의당에 넘겨주고 민주당은 정의당과 함께 정권을 죽을 때까지 해먹겠다는 뜻”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법을 엿가락 자르듯이 하는 이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람인가. 협상이 잘 안 돼 국회가 멈춰 서있다”고 비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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