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한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홍콩이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9년 만에 맞선 11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에 앞서 양국의 국가가 연주되자 관중석 한 켠에선 야유와 “위 아 홍콩”(우리는 홍콩이다)이라는 구호가 쏟아졌다. 50명 안팎의 홍콩 관중이 최근 ‘송환법 반대’에 따른 반중(反中) 정서를 드러낸 장면이었다. 홍콩은 국가대항전에 별도 국기를 내걸지만, 국가는 중국의 의용군 행진곡을 쓴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적합하게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홍콩 관중의 돌출행동이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협회는 사전 협의를 통해 관중이 소지하는 플래카드의 문구를 심사하고, 경기장 출입 과정에서 이를 재차 검사하기도 했다. 다행히 경기 진행을 방해할 만한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사실 문제는 관중석이 아닌 그라운드에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50)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최약체 홍콩과의 1차전에서 좀체 공격의 돌파구를 열지 못했다. 동아시안컵 최다 우승국(4회)인 한국은 FIFA 랭킹 41위로 138위인 홍콩에 객관적인 전력에 월등하다. 그러나 동아시안컵이 FIFA 일정과 무관한 관계로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 등 해외파가 대부분 합류하지 못하자 대표팀의 파괴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벤투 감독은 발 빠른 김승대(전북)를 원톱으로 끌어 올리는 대안으로 골 사냥에 나섰지만 밀집 수비로 나온 홍콩에 고전했다. 압도적인 볼 점유율(한국 84%- 홍콩 16%)도 공격의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오히려 전반 27분에는 홍콩의 역습에 실점을 내줄 뻔 했고, 42분에는 김승대가 침투 과정에서 상대 골키퍼와 충돌해 다치면서 이정협(부산)과 교체되는 불운까지 겹쳤다.
공격의 틈새를 찾아낸 주인공은 벤투호의 황태자로 통하는 황인범(밴쿠버)이었다. 황인범은 전반 45분 아크 정면 프리킥 찬스에서 오른발로 감아차 왼쪽 골대를 때리면서 골망을 가르는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황인범으로서는 2018년 10월 파나마전 이후 421일 만에 A매치 2호골을 챙겼다. 2022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 들어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대표팀에는 327분 만에 터진 득점이기도 했다. 후반 37분에는 나상호(도쿄)가 코너킥 상황에서 김보경(울산)이 헤딩으로 넘긴 공을 머리로 방향만 바꾸면서 2-0 승리를 확정짓는 추가골을 넣었다. 한국은 다득점을 기대했던 팬들을 만족시킬 만한 결과는 내지 못했지만 안방 첫 우승에 도전할 발판은 마련했다. 한국은 15일 같은 장소에서 중국과 대회 2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