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오지환, 김선빈, 안치홍, 전준우.
선수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정량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KBO리그 환경에서 FA들의 적정 몸값 계산은 쉽지 않다. 다만, 비슷한 포지션의 과거 계약, 최근 2~3시즌의 성적 비교, 나이에 따른 보류권 가치 등을 고려하면 어림 계산이 가능하다. 물론 구단의 입장, 시장 상황에 따라 협상의 내용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기도 한다. FA 시장의 제대로 된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그나마 빅4로 분류되는 FA 4명의 몸값을 추정 계산했다.
■유격수=오지환 44억원, 김선빈 39억원
최근 5년간 FA 계약한 유격수는 나주환 박기혁 김재호 김상수 등 몇 되지 않는다. 김재호가 2017시즌 4년 50억원(옵션 4억원 포함)에 계약했고, 김상수가 이번 시즌 3년 18억원(옵션 4억5000만원 포함)에 계약했다. 둘 모두 수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재호의 FA 직전 2시즌 WAR은 3.64와 3.24였고, 김상수는 0.4 수준이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시즌 동안 매년 평균 WAR 3 수준을 기록했던 김상수였지만 FA자격을 앞두고 부상과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김재호는 FA 1년차가 32세 시즌이었고, 김상수는 29세 시즌이었다.
유격수 FA 오지환과 김선빈은 김재호와 김상수 사이에 위치한다. 오지환의 최근 2시즌 WAR은 2.83과 3.37이고 김선빈은 2.10과 2.30을 기록했다. 오지환과 김선빈 모두 앞서 WAR이 4를 넘기는 시즌도 치른 바 있다. 오지환이 30세에 김선빈이 31세에 FA 1년차를 맞이한다는 점은 김재호보다 유리한 부분이다.
KBO리그는 35세 이상 신규 FA 선수에게 C등급을 부여하는데 합의했다. 35세를 사실상 에이징 커브로 공인한 셈이다. 한 번 FA가 되면 재자격까지 4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4년 뒤 35세 도달 여부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이 점 역시 오지환이 김선빈에 앞서는 측면이다. 오지환이 ‘6년 계약’을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오지환 계약은 4년 뒤 B등급이 되더라도 원 소속구단의 보류권 유지에 상당한 잇점이 있다는 것도 고려돼야 한다.
김재호의 계약은 계약금 20억원, 연봉 6억5000만원, 옵션 4억원으로 구성됐다. 오지환의 WAR 3.1은 김재호의 3.44의 90% 수준, 김선빈의 2.2는 64% 수준임을 고려하면 오지환의 연봉은 5억8500만원, 김선빈의 연봉은 4억1600만원 정도로 계산된다. 나이에서 이점이 있는 오지환의 계약금은 김재호와 비슷한 수준이 가능하다. 김선빈은 이 부분이 조금 낮아질 수 있다. 오지환은 계약금 20억원에 연봉 총액 23억4000만원으로 약 44억원 정도, 김선빈은 계약금 16억원에 연봉 총액 16억6400만원을 더한 약 33억원 정도의 계산이 나온다. 다만, 김선빈의 경우 타격에서 더 나은 기대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옵션을 두는 게 적당해 보인다. 연간 1억5000만원을 옵션으로 추가하면 최대 39억원 규모다.
■2루수=안치홍 40억~48억원
최근 5년간 FA 계약 2루수는 정근우 박경수 오재원 등이 꼽힌다. 정근우는 2014년 4년 70억원(옵션 7억원 포함)에 계약했고, 2018년에는 2+1년 최대 35억원에 계약했다. 오재원은 2016년 두산과 4년 38억원(옵션 4억원 포함)에 계약했다. 앞서 기준을 적용했을 때 정근우는 FA 직전 2시즌 평균 WAR이 3.07이었고, 오재원은 2.82였다. 안치홍은 이번 시즌 슬럼프로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이를 포함하더라도 최근 3시즌 평균 WAR이 4.07이나 된다. 수비에서 정근우, 오재원에 밀린다 하더라도 공격력이 이를 상쇄하고 남는다. 정근우의 2014년 몸값이 경쟁에 의한 오버페이임을 고려하면, 36세부터 시작하는 시즌에 맺은 연평균 11억원 언저리의 계약이 오히려 안치홍의 몸값과 어울릴 수 있다. 정근우의 FA 4년 평균 WAR은 4.01이었다. 정근우의 계약금은 4년 35억원, 오재원의 계약금은 4년 12억원이었다. 안치홍의 계약금은 16억~20억원 안팎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정근우의 연봉이 7억원, 오재원의 연봉은 5억5000만원임을 고려하면 안치홍의 연봉은 6억원~7억원 사이가 가능하다. 이 경우 총액 40억원에서 48억원 사이의 추정이 가능하다.
■외야수=전준우 40억~46억원
외야수 전준우는 최근 2시즌 평균 WAR 4.96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최형우의 FA 직전 2시즌 평균은 5.94였고, 손아섭은 5.52였다. 다만 전준우는 34세시즌이 FA 1년차라는 점이 약점이다. 최형우는 34세까지 WAR 6.66을 기록했지만 이후 4.94, 4.16으로 뚝 떨어졌다. 나이와 수비력 등을 고려하면 최형우(100억원), 손아섭(98억원) 보다는 유한준(60억원), 이택근(35억원) 등의 계약이 기준이 될 수 있다. 구단으로서는 FA 재자격 때 보류권 잇점이 떨어진다. 계약금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30대 중반 A급 FA에게 주어지는 계약금이 일반적으로 연간 4억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계약금 16억원에 연봉 6억원(유한준)에 옵션을 설계하는 게 적정 규모로 추정된다. 이 경우 40억원을 기준으로 옵션이 더해지는 계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