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용규
돌아온 이용규(34·한화)가 선수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라운드에서 당당하게 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달은 지금 운동도, 선수단 활동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려 애쓰는 그의 노력을 동료들은 읽었다.
한화 선수단은 지난 7일 오후 자체 투표를 통해 2020년 주장을 선출했다. 총 5명의 후보를 선수들 스스로 추천해 비밀 투표를 실시했고, 선수단 매니저를 포함한 구단 직원 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표한 결과 총 59표 중 21표를 받아 이용규가 선출됐다.
이용규는 올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트레이드 요청을 해 큰 파문을 일으켰고 그 결과 구단으로부터 자체적으로 무기한 선수 참가활동 정지라는 초유의 징계를 받았다. 올시즌을 아예 뛰지 못했고 지난 9월3일에야 징계가 해제됐다. 이용규는 대전구장을 찾아 한용덕 감독과 코치들, 그리고 선·후배 등 동료 선수들에게 차례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이후 석 달이 지났고, 한화 선수들은 이용규를 새 주장으로 뽑았다.
이용규는 2017년에도 주장을 맡은 적 있다. 당시에는 김성근 감독이 직접 지목했다. 한화의 여러 선수들이 “투표로 뽑은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한화는 근래 몇 년 동안 매번 감독이 정한 선수에게 주장을 맡겼다. 매우 오랜만에 선수들이 직접 주장을 뽑은 결과, 돌아온 이용규가 선택됐다는 것은 한화 선수단에 있어서도. 이용규에게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이용규는 9월초 ‘사과식’을 하고 선수단에 복귀했지만 외부에서는 팀에 분란을 일으킨 선수 정도로 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주장은 선수단 대표다. 한화 선수들은 투표로 이용규에게 직접 주장을 맡기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대표로 믿는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 9월3일 이용규가 선수단에 복귀하며 사과하자 외국인선수 제라드 호잉이 끌어안아 환영해주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이용규는 적잖은 감격을 느끼고 있다. 이용규는 주장으로 선출된 뒤 ‘스포츠경향’과 통화에서 “생각지도 못했다. 그동안 후배들에게 살갑게 해주지도 못했는데 나를 믿어준다는 데 대해 많이 놀랐고 그래서 정말 고맙다”며 “선수들이 뽑아준 거라 3년 전 주장 했을 때와는 느낌이 정말 많이 다르다. 내가 주장을 맡아도 되나 생각했지만 선수들이 뽑아준 거라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9월초 선수단에 다시 합류한 뒤 거의 하루도 쉬지 않았다. 충남 서산에서 훈련하다 10월에는 한 달 동안 일본 교육리그에 다녀왔다. 까마득한 후배들 틈에 섞여 열심히 땀 흘린 이용규는 11월 마무리훈련까지 완전히 마치고도 지금 또 대전구장에서 매일 개인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안영명, 김태균 등 한화에 몇 명 남지 않은 선배 선수들도 “정말 열심히 한다. 변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돌아온 이용규의 노력하는 모습은 후배들에게도 같은 시선으로 읽히고 있다.
주장의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역할은 감독을 중심으로 한 코칭스태프와 소통이다. 파문 이후 선수단에 합류하면서 한용덕 감독에게도 사과를 하고 모든 오해를 해소했지만 주장으로서 시즌을 끌어가게 된 것은 또다른 의미다. 이용규는 “투표결과 나온 뒤 매니저 형이 바로 연결해줘 감독님과 통화했다. ‘잘 해보자’고 ‘즐겁게 해보자’고 말씀하셨다”며 “분위기 잘 만들고 선수들 이야기를 대신 전달할뿐 주장이 뭐 대단히 큰 일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수들이 뽑아줬다는 점이 정말 큰 의미로 다가온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