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오지환(29)의 ‘백지 위임’은 LG 구단에게 마냥 호재일까.
오지환 측은 지난 5일 원소속팀인 LG와의 네번째 협상 자리에서 “구단이 계약 내용을 결정하면 그대로 따르겠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른바 구단 측에 ‘백지위임’을 한 것이다.
시즌을 마치고 LG와 오지환, 양 측은 세 차례나 협상 테이블을 차렸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오지환 측이 금액과 계약 기간 등에서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났다. 결국 오지환은 구단 측에 모든 것을 일임하기로 했다.
사실상 오지환이 잔류하기로 결정하면서 LG는 걱정을 한시름 놨다. 차명석 LG 단장은 5일 “팀과 팬을 생각한다니 기특하다”고 반색했다. 류중일 LG 감독도 “팬의 입장에서 진작 (계약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을 넘겨받은 LG로서는 적지 않은 고민을 해야한다. 오지환의 계약 조건이 FA 시장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스토브리그는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큰 진척 없이 진행되고 있다. ‘대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선수들이 대부분 원소속팀과 잔류 협상 과정에 들어가있다. 이지영(키움), 유한준(KT), 정우람(한화) 등이 잔류하는데 그쳤다. 이 중 가장 큰 금액은 정우람이 한화와 계약한 4년 39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양의지가 NC로 이적하면서 4년 125억원을 받는 등 ‘잭팟’ 계약도 있었으나 올시즌에는 각 구단들이 지갑을 닫는 모양새다. 외부 FA 영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팀들도 없다. 때문에 FA 선수들의 몸값이 오르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오지환과 원소속팀 LG와의 계약 조건이 다른 팀들에게 영향을 줄 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현재 계약을 하지 못한 FA 선수들 중 김선빈, 안치홍 등 내야수들이 많다. 오지환이 스타트를 끊으면 나머지 FA 계약에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오지환이 ‘백기’를 든 것 같지만 사실상 구단의 고민은 좀 더 커지게 됐다.
류중일 감독은 “지금 FA 시장이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 “차명석 단장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기분은 좋지만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 선수 입장에서 많은 금액을 받으려는 것은 이해한다. 우리도 뭔가 더 해주려고 생각해보겠다. 최대한 예우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