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5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촉발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에 대한 검찰과 경찰 양측의 의견을 들어본 뒤 특별검사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에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하며 권력형 게이트 의혹이 제기된 최근 사건들과 관련해 마찬가지로 특검을 도입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첫 회의를 열고 검찰이 개혁법안을 좌초시키기 위해 정권을 공격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설훈 의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열고 “검찰이 피의사실 유포와 자유한국당 봐주기 수사, 청와대 표적 수사로 검찰개혁 법안 논의를 좌초시키려 하고 있다”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폭력과 관련해선 한국당 의원을 7개월 넘게 기소하지 않으면서 (현 정권과 관련한) 짜맞추기 수사로 청와대의 하명수사라는 없는 의혹을 만들어내려 한다. 그 의도가 뻔히 보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6일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경찰청 차장 등 검경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어 하명수사 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을 살펴본 뒤 특별검사 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설 의원은 “‘울산 사건’(김 전 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주장이 확연히 다르다”며 “쌍방의 의견을 들어보고 검찰이 상궤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특별검사 수사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검찰은 “간담회에 수사 관계자가 참석하는 것은 수사의 중립성·공정성을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고 불참 의사를 밝혔다. 경찰 역시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특위는 6일 간담회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 면담을 위한 대검 방문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다.
홍영표 의원은 “검찰 측에서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내년 4월 총선 이후에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수사를 정리하겠다는 말이 나온다”며 “패스트트랙 수사를 갖고 검찰과 한국당이 뒷거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한국당과 손잡고 정권 흔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울산 사건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강남일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최근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들에게 수사 시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차장검사는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과 이종걸 의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 등을 면담한 자리에서 하명 수사 의혹 수사 시점과 관련해 “오해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사건은 ‘수사가 지연된 것은 경찰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검찰에 대한 공세를 펼치는 민주당에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규탄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과감히 수사할 수 있어야 하는 점에서 윤 총장은 검찰개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며 “이런 검찰을 격려하기보다 억압하는 것을 보면 문 정권이 공수처를 만들려는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난다. 자기 말을 잘 듣는 ‘친문 게슈타포’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자처해 “(울산 사건과 관련해)고인이 된 수사관은 지난해 1월 고래고기 사건으로 울산 내려갔단 사실 확인했다”며 “고인이 불법으로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수집했다는 언론의 무차별적인 보도가 모두 허위란 사실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윤 수석은 김 전 시장 첩보 제공자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란 사실을 청와대가 밝히지 않은 데 대해 ”제보자가 누구인지 본인의 동의 없이 밝혀서는 안 된다. 만일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혔다면 그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고인이 된 수사관에게 ‘유재수 수사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주장에 대해 “단연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이현미·김달중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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