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이 프리미어12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초 목표였던 2020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했고, 디펜딩 챔피언으로 결승진출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슈퍼라운드 대만전을 패하고 일본에게 2경기를 모두 패하는 등 한계도 명백하게 드러났다. 한국 야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으로 세계야구 강자로 떠올랐지만 이후 10년 동안 주요 국제대회에서 대부분 실패했다. ‘잃어버린 10년’과 ‘우물안 개구리 야구’ 속 변화가 시급한 때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 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변화와 각성이 필요하다. 한국 야구의 현상과 문제점, 대책을 3회에 걸쳐 긴급진단한다.
②남은 8개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③리그가 변해야 야구가 산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결승전에서 일본에 3대5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은메달을 목에 걸고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야구대표팀이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올림픽 2연패는 ‘따 놓은 당상’이 아니다. 한국은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통해 아시아 라이벌 일본과 대만 모두에 열세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했다. 한국 야구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국제대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7일 끝난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일본과의 격차를 새삼스레 확인했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일본 선발 야마구치에게 3점을 뽑은 후로는 경기 종료까지 무득점에 그쳤다.
김평호 대표팀 전력분석코치는 결승전을 앞두고 “대회 내내 좋지 않았던 야마구치보다 다카하시 레이가 더 긴 이닝을 던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야마구치가 1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갔고 공을 넘겨받은 다카하시가 2이닝을 책임졌다. 대표팀 타자들은 일본의 이런 마운드 운영에 대비하고도 상대 불펜을 공략하지 못했다.
이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대만의 성장이었다. 그간 대만 리그는 KBO 리그보다 한 수 아래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정예 멤버로 구성된 대만 대표팀의 실력은 결코 얕잡아 봐선 안 되는 수준이었다. 한국은 슈퍼라운드 대만전에 좌완 에이스 김광현(SK)을 선발 마운드에 올리고도 0-7 영봉패의 수모를 겪었다.
대만과 일본 야구에 대한 낮은 경험치가 대표팀의 안이한 상황 판단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엔 1990년대 ‘한일 슈퍼게임’이나 2000년대 ‘아시아 시리즈’ 등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의 야구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들 친선 대회는 2013년을 마지막으로 모두 폐지됐다.
이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아시안게임, 프리미어12가 열려야 다른 국가들의 야구 수준을 체감할 수 있다. 2017년 한국·대만·일본의 만 24세 이하 선수들이 맞붙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이 신설되긴 했지만 이 역시 4년에 한 번 개최된다. 일본·대만 리그와 정기적인 교류전을 치러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교류전이 정례화되면 대만·일본 야구의 수준이나 트렌드를 좀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선수 입장에서도 영상을 보는 것보다 실제로 경기를 해보는 게 상대 전력에 대한 경험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돔구장이 있으므로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 초청 등 비시즌 이벤트를 벌일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 있다.
일단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야구 출범 4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한일 올스타 교류전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한국과 일본 리그의 교류전 신설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대만도 경기력이 좋아져 대만과의 교류전도 필요하다”며 “KBO는 한국 야구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교류전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