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50대 한국인 남편이 30대 베트남 국적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뒤 암매장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부가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벌어진 참극이었다. 경찰은 가정불화에 따른 범행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30대 베트남 여성이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영상이 공개돼 국내외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가정폭력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베트남 국적 아내 학대 논란 4개월 만에…베트남 아내 살인 사건
경기도 양주경찰서는 18일 한국인 남성 A(55)씨를 베트남 국적 아내 B(30)씨를 살인 및 시신유기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6일 양주시 자택에서 흉기를 이용해 아내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살해 직후 자신의 고향인 전북완주로 시신을 옮긴 뒤 임야에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7년 베트남에서 결혼한 이들 부부는 3개월 전 한국에 온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부부 사이 여러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홧김에 아내를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베트남 여성 C(30)씨가 두 살배기 아이가 보는 앞에서 한국인 남편 D(36)씨로부터 폭행당하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돼 공분을 샀다. 영상 속 남성은 음식을 만들지 말고 사 먹자는 이유로 여성을 학대했다. C씨는 갈비뼈 등이 골절돼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을 제보한 여성의 지인은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D씨가 아내 C씨를 상습 폭행했다고 증언했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같은 달 D씨를 상습특수상해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 결혼이주여성 42.1%가 가정폭력 경험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7월부터 8월까지 베트남, 중국, 필리핀 국적 등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한 결과 결혼이주여성 42.1%(387명)가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81.1%(314명·복수응답가능)은 가족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당했다고 답했고, 41.3%(160명)는 ‘한국식 생활방식 강요’, 38%(147명)는 ‘폭력적인 위협’을 토로했다. 27.9%(108명)는 남편으로부터 성행위를 강요당했다고 성적학대를 호소했으며 19.9%는 흉기로 위협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가족폭력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곳이 있냐는 질문에는 무응답을 제외한 259명 중 ‘없다’(140명)는 응답이 ‘있다’는 응답보다 많았다.
인권위는 “결혼이주민에 대한 가정폭력은 비단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협의이혼 강요, 낙태강요, 악의적 유기, 인격모독, 언어적·심리적 폭력, 경제적 착취 등 무형적 가정폭력도 포함된다”며 “피해 입증이 매우 어려운 경우가 다수라 결혼이주민은 한국인 배우자의 교묘한 방식의 폭력과 협의이혼 요구에 굴복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길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정폭력 피해구제를 위한 사회서비스가 수립·운영되고 있으나 여전히 미흡하다”며 “결혼이주여성의 심리정서적 어려움, 언어 및 사회적 장벽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과 사회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혼이주민의 가정폭력 피해구제 및 예방지원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누리콜’(1577-1366)을 통해 도움받을 수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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