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이 3년 만에 처음으로 열렸다. 피해자들은 재판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에 성실히 재판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유석동)는 고 곽예남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소송 제기 당시 11명이었던 피해자 할머니 중 6분이 세상을 떠난 상태다.
이날 재판에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첫 변론기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피해자 길원옥(92), 이옥선(92), 이용수(91)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참석했다. 자신을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소개한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당당하면 재판에 나와야 한다”면서 “위안부 역사를 유네스코에 등재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철모르는 아이를 가져다 못 쓰게 만들었으면 반성을 해야 한다”면서 “어떻게 반성을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 소송은 2016년 12월에 제기됐으나 그동안 한 차례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소송 당사자인 일본 정부에 소장을 송달했지만, 일본 정부가 헤이그협약 등을 근거로 이를 재차 반송했기 때문이다. 헤이그협약은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송달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법원은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했고, 지난 5월9일 자정부터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효력이 발생해 3년 만에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재판에 불응할 경우 서류를 관보에 게시해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갈음한 뒤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한편 이 사건 외에도 2013년 8월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이 1건이 더 계류돼 있다. 당시 피해자들은 손해배상 청구 조정을 신청했으나 일본 정부가 조정에 응하지 않았다. 해당 사건은 2016년 1월 정식 소송으로 전환된 이후 한 차례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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