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신생아 두개골 골절’ 사건의 피의자인 부산 모 병원 A 간호사가 다른 아기도 학대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신생아를 학대한 이유에 대해 “피곤해서 그랬다”고 한 이 간호사는 정작 자신도 아이를 임신 중인 것으로 전해져 더욱 큰 공분을 샀다. 피해 신생아의 아버지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참가자 15만명을 넘겨 답변 기준인 20만명에 근접하고 있다.
◆法 “직접 증거 없다”… 구속영장 기각돼
부산 동래경찰서는 해당 병원의 신생아실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A 간호사가 두개골 골절로 의식불명 상태인 신생아 ‘아영’이 외에 다른 아기도 학대하는 장면이 담겨 있어 조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경찰은이 장면에서 나타난 A 간호사의 행위가 아영이에게 가한 것보다는 정도가 덜하지만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당시 신생아실에 있던 아기는 5∼6명이라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A 간호사는 지난달 18일부터 3일 간 신생아실에서 생후 5일 된 아영이를 한손으로 거꾸로 들거나 아기바구니에 집어던지는 등 학대한 혐의(아동학대)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A 간호사의 학대와 아영이의 두개골 골절 및 뇌출혈 간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한편, 아영이가 두개골 골절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2시간 동안의 CCTV 영상이 지워진 이유를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로 A 간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A 간호사의) 범죄 혐의에 학대 행위 외 두개골 골절 등 상해 발생 사실은 포함돼 있지 않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일정한 주거와 직업이 있는 점, 임신한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하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의 호소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
아영이는 현재 대학병원 집중치료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아영이의 아버지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영이가 학대를 당하는 CCTV 영상을 본 후) 심장이 막 뛰면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며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손발이 떨린다”고 했다. 아영이 아버지는 A 간호사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영이 아버지는 “(A 간호사가) 당연히 구속될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임신 중이라고 불구속 수사로 바뀌었더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해당 병원에 10년 정도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A 간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아영이를 학대한 이유에 대해 “평소 피곤해 무의식적으로 그랬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영이는 아직까지 동공 반사와 자기 호흡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아영이 아버지는 “아영이 머릿속에 뇌세포 괴사가 너무 많아서 구멍이 많이 나 있는 상태”라며 “뇌가 자기 위치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고 설명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해당 병원은 지난 8일 홈페이지에 폐업을 공지했다.
한편, 아영이 아버지가 지난달 24일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며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15만8000여명이 참여했다. 청원 참여자가 20만명을 넘어서면 청와대가 답변해야 한다. 아영이 아버지는 청원에서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으로 관련자들을 처벌해 달라”고 간청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