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묘동 단성사 영화역사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정세균 전 국회의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왼쪽에서 여섯 번째). 배우 신영균(왼쪽에서 일곱 번째부터 왼쪽으로), 김혜자, 임권택 감독 등 내빈들이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 영안모자
서울시민들의 기억 속에 추억의 영화관람 장소로 유명했던 종로 3가 단성사에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영화역사관이 문을 연다.
오는 27일은 한국 최초의 상업영화 ‘의리적 구토’가 종로의 옛 단성사에서 상영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23일 서울 종로구 묘동 단성골드주얼리센터 지하 2층에는 이 날을 기념해 영화역사관이 꾸며져 개관식을 가졌다.
행사에는 영화역사관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첫 영화인 ‘서편제’의 연출자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배우 신영균과 김혜자,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사업회 공동위원장 이장호 감독 등 영화계 주요 인사 30여 명이 참석했다.
1907년 설립된 단성사는 2008년 부도의 불운을 맞았다가 네 차례의 경매 끝에 2015년 3월 영안모자의 계열사인 자일개발에 인수됐다. 영안모자의 백성학 회장은 건물을 새로 꾸미면서 한국 영화의 탄생지인 단성사의 역사를 잇기 위해 상영관 한 곳을 보존하고 극장이 있던 지하 2층의 430평 전체를 영화역사관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영화역사관에는 1900년대 초 한국영화의 움이 트던 시절부터 시대별로 개봉 당시 영화 포스터, 전단, 시나리오, 촬영장 스틸컷 등 원본자료와 영화 관련 장비 등 5500여점이 전시됐다.
23일 서울 종로구 묘동 단성사 영화역사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임권택 감독, 김혜자, 이장호 감독 등 내빈들이 전시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영안모자
이날 개관식에 참여한 배우 김혜자는 “내가 영화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역사관의 개관이 참 감사하고 감동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신용균 역시 “‘서편제’를 단성사에서 개봉했는데 꽉 찬 관객들을 보며 몇 달을 정신없게 보낸 기억이 난다”며 “단성사를 보고 있으며 제 영화인생의 최고 순간 ‘서편제’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장호 감독은 “한국영화의 100년을 돌아보면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 속에서도 성장한 한국영화가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함께 참석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정부나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못한 일을 민간인이 했다. 젊은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의 장이 되고 영화사를 잘 보존하는 귀한 역사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영화역사관 개관의 주역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은 “한국영화의 상징인 단성사가 경영난으로 부도가 나고 수년간 공사가 중단된 채 흉물로 남아있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해 준비한 단성사 영화역사관이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향후 단성사 영화역사관은 학생 단체관람에 한 주 1회 무료로 개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