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박병호. 이석우 기자
키움은 김하성(24), 이정후(21), 김규민(26), 김혜성(20) 등 주축 선수들이 20대로 젊다. 이들은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모아 “형들이 팀 분위기를 잘 만들어 주신 덕분”이라고 한다.
중심에는 박병호(33)가 있다. 4번 타자 박병호는 타선의 중심은 물론 팀의 정신적 지주의 역할도 하고 있다. 후배들이 가장 고마워하는 선배로 꼽는 선수 중 하나다.
정작 박병호는 후배들 덕분에 내심 감탄하고 있다.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훈련을 마친 박병호는 “정규시즌 3위를 하고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하는 모습들에서 놀라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박병호는 한국시리즈를 경험해 본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다. 5년 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를 치렀고 우승 문턱에서 좌절된 경험을 맛 봤다. 이번만큼은 자신감이 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잘해서 5년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다. 분위기는 어린 선수들이 잘 잡아주고 있다. 그 때보다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박병호가 얻은 소득 중 하나는 ‘가을야구에 약하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난 것이다. 지난해까지 박병호는 포스트시즌 통산 30경기에서 타율 0.208 7홈런으로 정규시즌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남겼다.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는 4경기 타율 0.375 3홈런 등으로 활약해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자신 말고도 팀에서 해 줄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진 덕분이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손목 부상 여파로 타율 0.182로 부진했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박병호는 “예전에는 못 하면 나의 책임이 컸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든 선수들이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책임감이나 부담감이 좀 덜 한 느낌이다”라고 했다.
매 경기 김규민, 송성문 등 후배들이 돌아가면서 시리즈의 주인공이 됐다. 플레이오프 MVP도 프로 3년차 이정후가 차지했다. 박병호는 “누가 이끈다기보다는 모든 선수가 잘 해서 풀어가나는게 좋다. 어린 선수들이지만 데일리 MVP를 차지하는 것도 좋은 모습”이라고 했다.
박병호는 이런 후배들을 위해 눈치보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최대한 말을 아끼는게 박병호만의 비결이다. 그는 “정규시즌과 똑같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이런 분위기를 베테랑이 억지로 만든다기보다는 후배들이 도와줘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어린 선수들이 고맙다고 말해주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가 더 고맙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