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 2019에서 남녀부 우승을 차지한 김우진(왼쪽)과 김나리가 우승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을 대표하는 대회의 상금 1억원 주인공은 올림픽 제패 선수도, 세계선수권 금메달 리스트도 아니었다. 이제 만 16세의 새내기 여고생이었다. 한국 양궁을 이끌 또 하나의 샛별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김나리(16·여주여강고 1학년)다. 김나리는 19일 부산 KNN 센텀광장에서 끝난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 2019’ 여자부에서 실업·대학 선배들을 차례로 꺾고 정상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김나리는 여자부 결승에서 박소희(부산도시공사)를 세트 승점 7-3(27-25 21-22 27-25 26-26 30-29)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세트 승점 5-3으로 앞서며 맞은 5세트에서 세 발 모두를 10점에 꽂으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나리는 72명의 여자 출전 선수 가운데 64명을 뽑아 대진을 짜는 예선에서 30위에 올랐다. 예선 성적은 월등하진 않았지만 겁없는 고교생 궁사는 토너먼트에서 강심장으로 언니들을 차례차례 물리쳤다.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혜진(LH), 최미선(순천시청)과 세계랭킹 1위 강채영(현대모비스) 등 강자들은 앞선 64강 토너먼트에서 모두 탈락했다. 김나리는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며 상금 1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김나리는 “너무 얼떨떨하다. 운이 따라준 것 같다. 코치 선생님께서 긴장하지 않게 잘 풀어줬다”며 “목표는 8강이었다. 고등학생 최초 우승이라는 타이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나리를 지도하는 여강고 김성남 코치는 스포츠경향과 통화에서 “나리는 대범하고 슈팅 자세도 좋다”면서 “손목자세를 조금 더 교정하고 노력한다면 내년에는 대표 선발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나리가 이날 더욱 큰 관심을 모은 것은 그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경욱의 친조카라는 사실이 알려진 때문이다. 김나리의 아버지가 김경욱의 친오빠다. 김나리가 초등학교 3학년때 처음 활을 잡은 것도 고모 김경욱의 권유였다. 김나리는 “고모의 추천으로 양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취미로 하다가 선수로 전향했는데 큰 대회 때에는 고모가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신다”고 말했다. 김경욱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과녁 정중앙의 초소형 카메라 렌즈를 두 차례나 깨는 ‘퍼펙트 골드’로 유명한 한국 여자양궁 간판 스타였다. 은퇴 후 방송해설가로 활동해오던 김경욱은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양궁 클럽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김나리는 이날 우승 후 고모 김경욱의 축하와 조언의 메시지를 받았다. 김나리는 “일찍 큰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자만하지 말고 인성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잘 새겨 들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남자부에서는 국가대표 에이스인 김우진(청주시청)이 남유빈(배재대)을 세트 승점 7-3으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