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가슴 졸이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문자 메시지 하나에 상상의 날개를 펴야 했다. 생방송 중계가 없는 평양 남북전은 현지에서 날아오는 소식을 하릴없이 기다리는 초조함의 연속이었다. 현지 인터넷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 감독관이 AFC 본부로 전달한 경기 상황을 축구협회가 전해받아 취재진에게 전달됐다. 몇분마다 전해오는 메세지에 상상의 그림을 그려야 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텍스트 정보에 의존한 간접 중계는 더욱 가슴을 졸이게 했다.
예상을 깨고 무관중으로 진행됐다는 소식부터 깜작 뉴스였다. 북한이 관중 입장을 불허해 관중석은 고요했겠지만 그라운드 안 남북 선수들의 자존심 대결은 치열했을 것이다. 전반 한때 심한 몸싸움으로 이어져 안전 요원까지 출동했다는 소식은 또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텍스트로 온 정보였지만 남북전의 뜨거움이 그대로 전해졌다.
치열한 남북전의 힘겨루기는 경고 카드 4장을 남기고 득점 없는 무승부로 끝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3차전에서 북한과 0-0으로 비겼다고 대한축구협회가 전했다. 1990년 평양에서 열린 친선전에서 1-2로 졌던 한국은 29년 만의 평양 대결를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예선 성적 2승1무로 북한과 같지만 골득실(한국 +7, 북한+3)에서 크게 앞서 조 선두를 지켰다. 북한과의 상대 전적은 7승9무1패가 됐다. 북한은 김일성 경기장에서 14년 무패 기록을 이어갔다.
한국 원정 응원단과 취재진을 불허한 북한은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렀다. 전날 매니저 미팅 때만 해도 북한은 4만 명의 관중이 예상된다고 밝혔으나 이날 전격적으로 홈관중 입장을 금지했다. 무관중의 이유는 전해지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잔니 인판티노 회장 등 FIFA 임원 등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양국의 국가가 연주된 뒤 경기가 시작됐다.
홈팀 북한이 빨간 유니폼을 선택하면서 한국은 하얀색 원정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대표팀은 이름을 빼고 등번호만 있는 유니폼을 입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를 투톱 스트라이커로 내세운 4-4-2 전술을 가동했다. 좌우 날개는 이재성(홀슈타인 킬)과 나상호(FC도쿄)가 맡고 공격형 미드필더는 황인범(밴쿠버)이 나서고 수비형 미드필더는 정우영(알사드)이 나섰다. 좌우 풀백은 김진수(전북)-김문환(부산)이 맡았고, 중앙 수비는 김민재(베이징 궈안)-김영권(감바 오사카)이 출격했다. 골키퍼는 김승규(울산)가 맡았다.
북한은 한광성(유벤투스)과 박광룡(장크트폴텐)의 ‘유럽파’ 투톱 스트라이커로 맞섰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경기 초반 양 팀 선수들이 신경전을 펼치면서 한 차례 감정 싸움이 벌어졌고, AFC 경기감독관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전반 30분에는 북한 수비수 리영직이 거친 반칙으로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전반 동안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고 0-0으로 끝났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나상호 대신 황희찬(잘츠부르크)이 들어가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북한의 공세도 만만찮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김영권·김민재가 잇달아 경고를 받았다. 벤투 감독은 후반 20분 권창훈(프라이부르크), 후반 34분에 김신욱(상하이 선화)을 투입해 총공세로 나섰으나 결국 북한 골문을 열지 못했다.
축구협회는 남북은 치열하고 뜨거운 50-50의 경기를 벌여 무득점 무승부로 승부가 마무리됐다고 촌평했다. 한국은 다음달 14일 레바논과 조별리그 원정 4차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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