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6회말 키움 선발 투수 브리검이 코치진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SK-키움이 충돌한 지난 14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양 팀 통틀어 17명의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랐다. 양 팀 선발이 6이닝 이상을 소화했음에도 불펜투수들이 거의 매 이닝 배턴을 이어받는 흐름이 이어졌다. 키움은 이날 투수 9명을 기용했고, SK는 8명의 투수를 소모했다. 플레이오프 경기 최다 투수 출장 타이기록(17명)이다.
2019 ‘가을야구’에서 한때 김성근 감독이 유행시킨 불펜 총력전 ‘벌떼야구’를 능가하는 불펜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키움-LG간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투수 출장 신기록이 나왔다. 선발투수가 나란히 1이닝 만에 강판된 뒤로 불펜 총력전이 펼쳐졌다. 벼랑 끝에 몰린 LG는 뒤이어 진해수, 김대현, 차우찬, 정우영, 이우찬, 송은범, 배재준까지 총 8명의 투수를 줄줄이 내세웠다. 플레이오프행을 확정하려는 키움은 김성민, 안우진, 양현, 윤영삼, 한현희, 이영준, 김동준, 조상우, 오주원 순으로 총 10명의 투수를 쓰면서 맞섰다. 이날 양 팀 합쳐 18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서 2008년 삼성-두산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7명 투수가 등판한 기록이 깨졌다. 당시 기록은 연장 14회 경기에서 나온 것이다. 정규 이닝 경기에서 가장 많은 투수가 등장한 포스트시즌 경기는 2010년 플레이오프 4차전(삼성-두산)으로 16명이 등판했다.
포스트시즌 불펜 물량 공세는 키움이 주도한다. 키움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0명의 투수를 써 단일경기 최다 투수 등판 신기록을 세웠다. 키움은 포스트시즌 6경기 가운데 3경기에서 투수를 9명 이상 썼다. ‘혹사’를 떠올리게 했던 과거 불펜 물량 공세와는 맥이 조금 다르다. 올해 팀 불펜 평균자책 1위(3.41)인 키움은 엔트리에 수준급 불펜진이 즐비하다. 빼어난 성적으로 30이닝 이상 소화한 불펜진이 무려 9명이나 보유했다.
키움 뿐 아니라 SK, 그리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두산도 리그 정상급 불펜진을 보유한데다 다양한 옵션을 갖추고 있어 남은 시리즈도 아낌없는 불펜 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다양한 옵션이 대기하고 있으니 감독들도 계획한대로 투수를 교체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적극적인 불펜 승부에 대한 승부수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키움 장정석 감독은 “지난해에는 기존에 있던 불펜을 공식처럼 만들어 쓰던 투수만 기용했다. 올해는 다양하게 써 볼 생각으로 불펜 운영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키움은 데이터를 통한 철저한 불펜 분업화로 불펜진의 투구수까지 효율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한 9명의 투수 가운데 선발 제이크 브리검과 마지막 투수 오주원을 제외한 투수는 투구수 20개 이내로 임무를 마치고 내려갔다. 장 감독은 “매 경기 등판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 하에 가급적이면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투수를 기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차전에서 필승조 4명에게 1이닝씩 임무를 맡긴 염경엽 감독 역시 정규시즌과 마찬가지로 불펜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염 감독은 “시즌 때도 불펜투수에게는 1이닝씩을 던지게 했다. 불펜진이 잘해왔고, 그렇게 적응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특별히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불펜 대결에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