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한 뒤 곧바로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같이 전하며 “조 장관의 결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다음날인 14일 사의를 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예정보다 1시간 늦춰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결국 조 장관의 사퇴는 국정 동력의 약화와 지지율 하락 등 총선을 앞둔 여권 전체의 불만과 위기의식을 더는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 장관 “아내 많이 아프다” 호소
청와대는 조 장관의 전격 사퇴 배경으로 ‘가족 문제’를 꼽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여러 고민들이 계속 이어져 오지 않았나 싶다”며 “가족을 지키기 위한 고민이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오래전부터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적잖은 부담을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 장관이 ‘아내가 많이 아프다’고 말해왔다”며 “검찰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고 아내뿐 아니라 딸 문제까지 조 장관 스스로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져 부담스러운 듯싶었다”고 말했다. 아내가 기소된 만큼 자연인으로 돌아가 법률적 조언을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조 장관이 이날 사퇴의 변에서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돼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당도 조 장관의 사퇴는 예측해왔던 일로 그 시기가 앞당겨진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조 장관 스스로 계속 장관직을 하겠다고 하지 않고 검찰개혁이 마무리되면 물러나겠다고 밝혀왔다”며 “그 시기가 조금 당겨진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당 불만 고려… 靑, 상황관리 책임론도
전격 사퇴의 형식을 띠고 있었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지난주부터 사퇴설이 나돌았다. 서울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상징되는 조 장관 사퇴와 지지 집회가 매주 세를 과시하며 열리고 있는 상황이 청와대로선 큰 부담이 됐다는 것이다. 강 수석은 “조 장관은 계속 촛불(집회)을 지켜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부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2개월이 넘도록 자신의 문제가 모든 이슈를 빨아버린 데 대해 조 장관 스스로도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점도 고민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고 있지는 않지만 걱정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여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다는 것도 잘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상황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론도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1주일 전인 지난 7일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를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1주일 뒤인 이날 수보회의에선 “이번에 우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으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1주일 사이에 같은 사안을 놓고 대통령이 상반된 평가를 하며 말을 바꾼 셈이다.
◆문 대통령, 변함없는 조국 애정
문 대통령은 이날 무거운 표정으로 조 장관 사퇴에 대한 입장을 읽어 내려갔다.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환상적인 조합’을 통해 검찰개혁을 추진하려 했다는 두 인물에 대한 인사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조합은 결국 ‘꿈같은 희망’이 됐다는 고백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사퇴한 조 장관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표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검찰개혁 방안의 결정 과정에 검찰이 참여함으로써 검찰이 개혁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개혁의 주체가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자세를 유지해 나갈 때 검찰개혁은 보다 실효성이 생길 뿐 아니라 앞으로도 검찰개혁이 중단 없이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사퇴하는 장관에 대한 이 같은 대통령의 긴 평가는 이례적인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면서도 “언론 스스로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언론개혁을 언급했다.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과잉 보도 책임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전 카드 및 지지율회복 관건
블랙홀처럼 정국의 주요 이슈를 삼켰던 ‘조국 리스크’가 수습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청와대는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당분간 경제 문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보회의에서 “광장에서 국민들이 보여주신 민주적 역량과 참여 에너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이제는 그 역량과 에너지가 통합과 민생, 경제로 모일 수 있도록 마음들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주 충남 아산으로 내려가 삼성디스플레이의 13조원 투자를 격려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경제 행보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40%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친 지지율 제고가 당면과제로 떠오른다.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 내 견제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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