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특정 재택치료자 도맡아 매일 1~2회 전화 진료해야”
“재택치료로 인한 공동주택 방역 절실…응급 이송체계도 마련”
“재택치료자의 가족·동거인 등의 부담도 경감하는 체계 필요”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행 이후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자 모든 확진자의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정한 데 대해 의료 전문가들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의료 전문가들은 정부가 병상 부족 상황의 차선책으로 재택치료를 택했다고 우려하면서 제대로된 증상 악화 관찰체계를 구축한 뒤 재택치료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가정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에 대한 증상 악화 관찰체계와 개인 방역 수칙이 없는 등 총체적으로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현 방침은 ‘재택치료’가 아닌 ‘자택격리’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증상 악화 관찰체계 등을 제대로 준비해서 재택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위원장인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염호기 교수는 지난달 30일 의협 좌담회에서 정부의 재택치료 조치에 대해 “재택치료자가 자신의 상태변화를 궁금해하고, 또 불안해할 텐데 전화상 의료진이 설명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의료인이 특정 재택치료자를 도맡아 하루 1~2회의 전화 진료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염 위원장은 “팀을 꾸려 다수의 재택치료자 안부를 확인만 하는 체계라면 환자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매일 다른 담당자가 당사자에 같은 질문만 되묻는다면 재택치료가 아니라 재택감시”라며 “재택치료의 24시간 모니터링은 병원 중환자실만큼 할 수 없다. 매일 같은 사람이 증상을 파악하면서 꼼꼼히 상담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9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통해 의료대응 체계를 재택치료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감염자의) 병원 입원은 특별한 요인이 있거나 주거환경이 감염에 취약한 경우, 소아·장애인·70세 이상 고령층의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모든 확진자는 집에 머물면서 입원 치료는 필요한 경우에 받도록 한다. 정부는 재택치료자에 즉시 산소포화도 측정기와 해열제 등 ‘재택치료키트’를 배송한다. 증상 변화가 있다면 단기·외래 진료센터에서 검사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기존 감염병전담병원에서 처방하던 항체치료제도 단기·외래 진료센터에서 처방하도록 확대했다.
응급상황 시에는 지정기관으로 이송될 수도 있다. 이동할 때는 구급차나 방역 택시를 활용한다. 정부는 환자 이송에 개인차량을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외출은 불가피하다. 공동주택에서 엘리베이터와 환기구 등 공동 공간을 사용하는 만큼 감염전파 우려가 나온다.
중수본에 따르면 30일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9702명으로 열흘 전인 지난 20일 5118명보다 두 배 늘었다.
또한 확진자의 가족 등 동거인도 재택치료자와 열흘 동안 격리해야 한다. 동거인이 백신 미접종자라면 열흘 더 격리해야 한다. 재택치료자와 격리될 동거인의 부담을 고려한 정부는 병원 진료나 폐기물 배출 등 필수사유가 있을 때 동거인의 외출을 허용한다. 다만 자가진단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하고 전담공무원에 신고해야 한다.
이 방침이 재택치료자의 동거인에 불이익이 아니냐는 지적에 중수본은 “일상회복에 따라 치료체계를 전환하려 한다. 재택치료를 확대하며 동거인을 통한 지역사회 감염요인은 줄이고자 이 방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의료대응 여력이 한계에 이른 만큼 증상이 가벼운 환자가 중증으로 나빠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뉴스1에 “재택치료로 인한 N차 감염 위험은 막지 못한다. 아파트 주민 간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항체 치료제를 투여한다고 해도, 의료진 지원이 있는지 걱정”이라며 “사실 집에서 관찰대기다. 수도권 의료 현장이 상당히 심각한데, 응급 이송이 가능하겠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결국 재택치료자와 그 가족에 부담이 넘어갔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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