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일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가 투자한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과 익성의 자회사 아이에프엠(IFM)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과 관련된 수상한 자금 흐름과 출처를 규명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두 업체 이외에 코링크PE의 ‘배터리펀드’가 투자한 2차전지 업체 더블유에프엠(WFM)과 연관된 복수의 투자사들의 자금흐름도 전방위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검찰은 WFM에 투자한 바네사에이치와 팬덤파트너스, 엣온파트너스 등 최소 3곳에 대한 자금조사를 진행했다. 바네사에이치와 팬덤파트너스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등록돼 있고 엣온파트너스는 경영 컨설팅업체다. 검찰의 광범위한 수사선상에 오른 투자사들은 모두 조 장관 5촌 조카 조범동(구속)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WFM에 100억원가량을 투자하거나 투자 계획을 세운 회사들이다.
팬덤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 1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사들였다. 바네사에이치 역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34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이달에는 130억원의 CB를 구입하려다 철회했다. 엣온파트너스도 지난해 7월 WFM CB 100억원을 인수했다. 세 회사가 1년여간 신생 2차전지 업체인 WFM에 300억원대의 거금을 투자한 것이다.
팬덤파트너스와 바네사에이치는 사실상 같은 회사다. 팬덤파트너스의 지분 50%를 바네사에이치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덤파트너스의 회사 설립일자는 WFM CB 100억원을 인수하기 불과 6일 전인 지난해 12월13일이다. 자본금이 500만원에 불과하고 주소지는 충북 충주시의 한 낚시터 인근 공터로 나오는 점으로 미뤄 WFM 투자를 위해 급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세 회사는 비슷한 시기 WFM에 거금을 투자했고 지난해 말 3505원이던 주가는 4800원 넘게 올라 시세차익이 컸다. 이들 회사의 투자가 이뤄진 시기 다수의 투자자를 끌어모은 인물은 바네사에이치의 김모(39) 대표다. 김 대표가 WFM의 내부 정보를 미리 알고 조 장관 일가와 공모해 작전 인수를 통해 WFM의 가치를 부풀린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대표에게 투자 권유를 받은 A씨는 “김 대표가 지난해 10월쯤 WFM이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공시가 있을 것이며 존 케리 미국 상원의원이 사외이사로 5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홍보했다”고 전했다. A씨는 “당시 이들이 증권계좌에 질권을 설정해 놓은 것을 확인하고, 자금 출처가 수상하다고 생각해 투자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은 조 장관 일가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김 대표 측근 B씨는 “김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엣온파트너스 전 감사 민모씨에게 투자 권유를 받고 WFM을 찾았다”며 “WFM에서 조씨를 만나 설명을 듣고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주변인들에게 독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김 대표는 조씨를 그때 처음 봤고,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상적인 투자 검토를 통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투자금을 모았다는 것이다.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정 교수가 코링크PE 사모펀드 운용보고서에 ‘블라인드 펀드 관련 조항을 기재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조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블라인드 펀드여서 투자 내역을 알려줄 수 없다’는 조항을 넣기 위해 정 교수가 문서 조작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있다. 조 장관이 정 교수의 운용보고서 수정 요구를 알고 있었다면 인사청문회 당시 “어떤 펀드에 투자하는지도 몰랐다”는 해명 자체가 거짓말이 된다.
◆‘조국펀드’ 투자 익성 대규모 압수수색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펀드운용사의 ‘전주’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 주변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 장관 딸의 입시비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차바이오컴플렉스(의학 실습기관)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도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20일 충북 음성에 있는 익성 본사와 이모 회장, 이모 부사장 자택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는 사실상 익성의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현대기아차에 소음 차단 흡음재를 납품하는 업체인 익성은 상장 추진 과정에서 시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 코링크PE가 익성에 투자했다. 2016년 2월 설립된 코링크PE는 첫 사모펀드로 ‘레드코어밸류업1호’(레드펀드)를 만들고 투자금 40억원을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이듬해 1월 익성 3대 주주에 올랐다. 업계에선 레드코어밸류업 투자금 40억원은 물론 코링크 설립 자금 출처도 익성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익성 자금이 코링크를 거쳐 다시 익성으로 들어가는 구조인데, 상장을 준비하던 익성이 사모펀드에 투자받는 형식을 취하고 2차전지 사업이라는 호재를 붙여 기업가치를 높이려 했고 이를 위해 코링크를 세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구속)와 익성의 이모 부회장이 공동기획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익성 자회사인 2차전지 음극재 업체 아이에프엠(IFM)의 김모 전 대표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IFM에도 조 장관 가족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조 장관 가족이 14억원을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루펀드)는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에 투자금을 넣었고 코링크는 여기에 10억원을 더해 총 24억원가량을 웰스씨앤티에 투자했다. 웰스씨앤티는 이 중 13억원을 IFM에 재투자했다.
검찰은 경기도 분당의 차바이오컴플렉스와 파주의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등도 압수수색했다. 차의과대학 의전원은 조 장관 딸 조모씨가 2014년 부산대, 서울대 등과 함께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검찰은 조씨가 이곳에도 ‘가짜 표창장’ 등을 제출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이런 와중에도 조 장관은 이날 의정부지검을 찾아 ‘검사들과의 대화’ 행사를 가졌으나 검찰 안팎의 시선은 싸늘했다. 평검사 20여명이 참석했는데 주로 안미현 검사가 분위기를 주도해 “나머지를 들러리 세웠다”는 불만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울고검 검사는 “유승준이 국민 보고 군대 가라고 독려하는 모습과 같다”고 꼬집었다.
김청윤·정필재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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