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법원이 18일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에 “오는 9월27일까지 코로나19 백신 5000만회분을 유럽연합(EU)에 공급하라”는 판결을 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AZ의 생산 지연 문제에서 비롯된 이번 법정 다툼의 결과를 놓고 양측은 서로 “승소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AZ는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EU 집행위원회는 6월말까지 누적 1억2000만회분, 9월말까지 총 3억회분의 백신을 요구했다”면서 “법원이 EU측 요구를 기각했으므로 EU가 법정 다툼에서 패소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유럽을 위해 좋은 결과!”라며 “AZ가 우리에게 5000만회분을 빠르게 공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명령은 우리의 백신 캠페인에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앞서 EU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6월까지 AZ로부터 총 3억회분 백신을 수령하기로 했는데, 공급량이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며 지난 4월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AZ는 벨기에 생산시설에서 발생한 문제로 올해 상반기 공급 목표를 1억회분으로 축소한 반면 EU는 최소 1억2000만회분을 내놓으라고 맞섰다.
법원은 이날 AZ가 9월말까지 총 8020만회분의 백신을 EU에 공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미 전달한 약 3000만회분을 빼고 5000만회분을 더 공급하라는 것이다. 법원은 7월26일까지 1500만회분, 8월23일까지 2000만회분, 9월27일까지 1500만회분을 각각 추가로 공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납품 기한을 맞추지 못한다면 1회분당 10유로(약 1만3485원)의 제재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AZ는 EU 요구보다 적은 분량을 순차적으로 공급해도 되는 유리한 처지에 놓였다. AZ는 “법원은 AZ가 초유의 상황에서 겪은 어려움이 공급 지연에 영향을 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AZ는 이제 유럽의 코로나19 대유행과 싸우기 위해 다시 EU 집행위원회와 협력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EU는 추가 공급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데다 제재금 단서까지 달린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EU 측은 “AZ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EU의 견해를 법원이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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