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캠핑 인구가 매년 늘고 있는 가운데 마땅한 주차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캠핑카들이 공영 주차장이나 길거리로 몰려들면서 시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26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도로에는 일렬로 늘어선 캐러밴 4대가 보란 듯이 주차돼 있다. 다른 한쪽으로는 캐러밴 3대가 화물트럭들과 뒤섞여 도로를 점령했다.
방문객 편의를 위해 공원에 마련된 무료 주차장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반 승용차 사이로 큰 덩치를 자랑하는 캠핑카 여러 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공원에는 '송도공원 주차장 내 대형차량의 불법 장기 주차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한 시민(59)은 "공원을 방문하는 시민들을 위해 마련해둔 장소를 개인의 캠핑카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그대로 놔두면 캠핑카 집합소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공원 주차장 내 캠핑카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경고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계도 조치를 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적극적인 조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말 4천131대에서 2019년 말 2만4천869대로 5년 만에 6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작년 말에는 3만8천260대로 불과 1년 만에 다시 53.8% 늘어나는 등 캠핑카의 인기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캠핑카 수요와 비교해 전용 주차 시설은 빈약하다 보니 암묵적으로 차를 세워둘 수 있는 도로나 주차장을 활용하는 '얌체 주차'가 판을 치고 있다.
캠핑카 소유주들은 주차 공간 부족 문제로 민원이 빗발치는 아파트 주차장을 벗어나 한적한 도로나 무료 주차장을 찾는다.
2년 전 캠핑카를 구매한 최모(47)씨는 "캠핑카 전용 주차장에 대기를 걸어둬도 자리가 나지 않아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면서 "답답한 마음에 최대한 민폐를 끼치지 않을 만한 공간을 찾아 차량을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소 이용률이 저조한 공영주차장 내 일부 공간을 캠핑카 주차장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는 소래포구역 인근 소래 제3공영주차장을 캐러밴 등 캠핑카 77대를 주차할 수 있는 복합 주차장으로 조성했다.
주차장 이용률은 기존 1.9% 수준에서 2019년 기준 78%로 4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캠핑 동호회에서 주차료가 저렴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주차장 정기 이용권은 빠르게 마감됐고 예약 대기 인원만 수십명에 이른다.
연수구도 사업비 3천500만원을 들여 올해 상반기 안으로 연수3동 공영주차장에 캠핑카 전용 공간 40면을 새롭게 조성할 계획이다.
연수구 관계자는 "연수3동 공영주차장은 이용률이 30%에 불과한 곳이어서 복합 주차장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며 "캠핑카 불법 주차로 인한 주민 민원을 해결하고 캠핑카 소유주들의 주차 고민도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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