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4명·남아공 3명·브라질 2명, 지역전파 없지만 세계적 확산세
감염력·치명률 더 높아진 변이… 확산땐 또 다른 대유행 불가피
정부, 설 전까지 변이 바이러스 백신·항체치료제 효능평가 마쳐
변이 바이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의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현재 국내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총 27명으로 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지난 18일 이후 해외유입 변이 바이러스 확인을 위해 유전체 분석을 한 결과 해외유입 사례 9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4명,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발 3명, 브라질발 2명이다. 이로써 누적 변이 감염자는 27명(영국 19명·남아공 5명·브라질 3명)이 됐다. 신규 9명 중 7명은 검역 단계에서 확진됐고 2명은 입국 후 이뤄진 진단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기내 접촉자 외에 기타 접촉은 없어 지역사회 전파로 번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진단이다.
그럼에도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력과 치명률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더 높다는 점에서 방역당국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발견된 영국발 변이바이러스는 감염력이 70%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이 식당, 술집, 학교를 닫는 강력한 봉쇄조치를 시행 중인 가운데 독일 베를린의 한 병원에서는 직원과 환자 14명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브라질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까지 나온 독일의 경우 봉쇄를 완화하면 현재 1만명을 웃도는 하루 확진자가 10만명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질병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의 치명률 상승 추세를 우려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더 높은 수준의 치명률을 보이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60세인 100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기존 바이러스 감염자의 사망자 수가 10명이라면 영국발 변이바이러스 감염자의 사망자 수는 13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24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미국도 자체적으로 분석하겠지만 영국 연구진의 말을 믿는 게 타당하다”며 “영국에서 주로 도는 변이 바이러스가 독성, 즉 사망을 포함해 더 많은 손상을 끼친다. 위험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국은 변이 바이러스 유입 차단에 사활을 걸며 해외여행을 금지하는 등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는 28일까지 영국발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하고 영국과 남아공, 브라질발 입국자는 내·외국인 구분 없이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 외의 국가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은 외국인에 한해 PCR 음성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했고 모든 입국자는 입국 후 3일 이내와 격리 해제 전 두 차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방대본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퍼질 경우 현재 0.82 정도인 기초재생산지수가 1.2로 올라갈 수 있다. 이 지수가 1을 넘으면 감염 확산, 1 미만이면 감염 억제를 뜻한다. 질병관리청과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설 연휴 전까지 변이 바이러스에도 백신과 항체치료제가 효능을 유지하는지 평가를 마칠 계획이다.
박유빈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yb@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