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에 돌봄까지… 의료진 피로누적
환자 대응 구멍 악순환 우려 커져
의료勞 “희생만 종용… 지원 모호
인력 충원 숫자채우기 급급” 시위
화이자, 1월 중 백신 허가 신청
의료진 희생에 기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이 1년 넘게 이어지며 의료진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1년 넘게 코로나19 최일선에 있는 감염병전담병원부터, 요양병원·시설 확진자 치료를 담당하는 감염병전담요양병원까지 정부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감염병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의료진 A씨는 21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감염병전담요양병원은 요양병원에서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뒤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이송하던 형태가 의료자원 부족으로 전담요양병원, 감염병전담병원으로 바꾼 꼼수”라고 지적했다. A씨는 “경증환자를 전담요양병원에서 치료하다가 악화하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이송한다는데 이송이 잦아지면 환자 피로도가 상승한다”며 “고령이고 이미 중증기저질환이 있는 요양병원 환자 특성상 순식간에 상태가 악화하기에 한 단계를 더 거치면 치료 시기를 놓칠 위험이 많다”고 비판했다.
환자를 돌볼 인력난도 심각하다. A씨는 “감염병 환자 2명에 최소 한 명의 돌봄인력은 배정해야 한다”며 “간병인이 그만두면 간호에 돌봄까지 맡는 의료진 피로도가 급상승해 환자 대응이 느슨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감염병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된 곳은 11곳이지만, 환자 이송이나 인력 충원 등의 문제로 5곳만 가동되고 있다.
감염병전담병원 의료진도 피로를 호소하며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은 이날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병원과 감염병전담병원에는 역할만 종용하고 인력충원과 손실보상 등 지원책은 불분명하다”며 “정부가 뒤늦게 의료인력 확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숫자 채우기에 급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파견 인력과 기존 인력의 보상 차이에 대해서도 박탈감을 느낀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본부 소속 의료진은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지금 인력으로는 더는 버티기가 힘듭니다’, ‘간호사 1명이 최대 몇 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봐야 하는지 인력기준을 마련해 주십시오’ 등이 적힌 종이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현장 불만을 의식한 듯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날 비대면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현장에서 놀랐던 부분으로 의료진을 꼽았다. 권 장관은 “현장에서 가장 안쓰럽고 안타까운 부분은 의료진의 노고와 헌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에 피로감이 높아질 수 있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일률적인 집합금지보다는 활동이나 행위를 중심으로 수칙을 지키며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화이자제약은 이달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백신 품목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 백신은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2월 국내 도입이 유력한 백신이다.
이진경·박유빈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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