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1960/한상언·홍성후/한상언영화연구소/6만원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김일성은 일찌감치 평양의 재건을 생각했다. 전쟁 전보다 평양을 더 웅장하고 화려하게 복구할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전쟁 기간 동안 평양에 당시 인구수보다 많은 포탄이 떨어졌는데도 1953년 휴전 협정 이후 복구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이유다.
이 역시 한반도 역사의 한 부분이지만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희소가치가 있다. 1960년을 기점으로 전후 복구가 일단락된 평양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집이다. 당시 평양의 풍경과 평양 주민들 일상이 빛바랜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을 펴낸 한상언영화연구소의 한상언 소장은 “북한을 제대로 이해해 보자는 취지로 중앙대·한국외대 접경인문학단과 함께 기획을 시작하게 됐다”며 “60년 전 평양을 돌아보면서 지금의 평양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렇게 만들어진 평양을 북한은 어떻게 보여 주고 싶어 했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소장은 또 “북한이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준비하던 출발점”이라며 북한에서 1960년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1960년 북한은 전후 복구 3개년 계획에 이은 사회주의 공업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이 1년 먼저 완료됐다고 선포했습니다. 일상을 회복해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그 한복판에 해당합니다. 이 무렵 종파 분쟁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도 수습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1960년은 북한의 역동적이고 현대적인 모습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은 그 과정을 사진으로 남긴 북한의 사진가들을 주목한다. 책에 실린 사진들은 김진수와 리창규, 박기성 등 월북 사진가들과 해방 이후 등장한 사진가들의 작품이다. 한 소장은 “기록적 측면 이상으로 사회주의 미학의 실천을 위해 노력한 작가들의 헌신이 담겨 있다”면서 “같은 시기 남한의 홍보용 사진과의 비교는 재밌는 관점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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