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 수사를 책임지는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한 사실을 먼저 언급하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박 지검장은 22일 오전 검찰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입장문을 올리며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은 이날 오전 10시10분쯤 윤 총장의 국회 국정감사 시작 직후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과 산하 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글을 올렸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밝히며 라임 사태 연루 검사 및 야권 정치인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지 않았다는 추 장관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라임 사태는 총장인 제가 라임 부도사태가 터지고 사건처리가 미진하기 때문에 지난 2월 인력을 보충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도 수사인력을 보강해 제가 파악하기로는 50여명을 구속하고 30여명을 구속 기소한 것으로 안다”며 “지금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부도 규모가 2011년 중수2과장 할 때 부산저축은행 때보다 규모가 적긴 하지만, 수사 내용은 풍부하고 남부지검 수사팀이 박순철 검사장 등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해 수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윤 총장은 “검사 접대 보도가 나오자마자 10분 안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무엇을 근거로 제가 미진한 수사를 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법무부를 비판했다.
특히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직접 거론하며 “도대체 무슨 근거로 검찰총장도 이 부실수사에 관련돼 있다는 취지 발표를 했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중상모략’이란 단어는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앞서 법무부는 라임 사태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현직 검사에 대한 로비 의혹을 폭로하자, 감찰 후 윤 총장의 ‘수사지휘 부실’을 지적했다. 이에 대검찰청은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이라고 즉각 반박했고, 이에 추 장관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상모략이라고 화부터 내기 전에 성찰과 사과부터 하라”고 유감을 피력했다.
한편 박 지검장은 사의 표명 입장문에서 김 전 회장의 2차례 입장문을 거론하며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추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또 박 지검장은 “정치와 언론이 각자 프레임에 맞추어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이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며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 이제 검사직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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