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단가 낮게 책정 알고도 無보정
계속 가동 경제성 불합리하게 평가
文 “가동중단 언제 결정” 발언 후
외부 평가 나오기 전 가동중단 방침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 목소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월성1호기를 계속 가동했을 때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는 사실이 20일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감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감사 결과가 나오자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정당성이 사라진 만큼 월성1호기를 재가동하고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6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한수원 직원들이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 담긴 판매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책정된 것을 알면서도 이를 보정하지 않고 경제성 평가에 사용토록 했고, 그 결정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도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A회계법인이 한수원에 제출한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최종안)에서는 월성1호기를 계속 가동했을 때의 경제성이 즉시 가동을 중단했을 때의 경제성보다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조기폐쇄 결정 과정도 적정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2018년 4월4일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와 관련,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이 시점은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기도 전이었다. 산업부의 이 같은 방침은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1호기의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이냐”고 발언한 직후 세워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산업부 직원들은 한수원이 월성1호기를 즉시 가동중단하는 방안 외에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을 결정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도 관여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수원 정재훈 사장은 월성1호기 폐쇄시기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았고, 한수원 이사회는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대안은 검토하지 못한 채 심의·의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산업부 장관에게 B국장과 직원 C씨를 징계하도록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다음달에는 삭제하는 방식으로 감사원 감사를 방해했다.
감사원은 월성1호기 감사 대상자들에 대해 직접 고발 등의 징계 관련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다만 백 전 장관에 대해 재취업, 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감사 자료를 당국에 통보하기로 했고, 감사 방해 행위를 한 문책대상자들은 수사기관에 참고자료를 송부하기로 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감사 결과가) 미진하지만 사필귀정”이라며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근거로 든 경제성 부족이 근거 없음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서균렬 서울대 교수는 “감사 결과만 보면 나올 결론이 나왔다 정도로 볼 수 있다”면서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결론을 가지고 어떻게 385일을 끌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정도면 이틀이나 사흘이면 될 것 같은데 하나 마나 한 감사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최형창·이우중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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