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결함 관련 리콜 비용 등 포함
품질비용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
전기차 모델 화재 등 위기감에
품질이슈 선제적 대응 의지 표출
기대했던 3분기 실적 부진할 듯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3분기에 ‘세타2 엔진’ 결함과 관련한 추가 충당금 등 3조원대 품질비용을 반영한다. 품질비용으로는 역대 최대다. 정의선 신임 회장이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품질이슈만큼은 선제적이고 철저하게 대응한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기아차는 엔진은 물론 미래 격전장인 전기차(EV) 간판 모델까지 화재 이슈에 휘말리며 내부적 위기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기아차는 19일 공시를 통해 오는 26일 발표할 올해 3분기 실적에 ‘세타2 GDi 엔진’ 결함 리콜에 따른 추가 충당금이 3조4000억원가량 반영된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 4600억원(현대차 3000억원, 기아차 1600억원), 2019년 3분기 9200억원(현대차 6100억원, 기아차 3100억원) 등 총 두 차례에 걸쳐 세타2 엔진 리콜 관련 비용을 실적에 반영했다. 세타2 GDi 엔진 결함은 미국에서 연이어 발생한 엔진 화재 사고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 166만대를 리콜한 사건이다. 국내는 2017년 17만대를 리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충당금 반영 이후에도 엔진 교환 사례가 예상치를 넘어서고, 평생보증 충당금 산정 때 반영했던 차량 운행기간을 재산정하면서 충당금 추가 반영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객 불만 사례가 접수된 다른 엔진(세타2 MPI·HEV, 감마, 누우)에 대해서도 KSDS(엔진 진동감지 시스템 소프트웨어) 장착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진행할 충당금도 산정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리콜 대상은 아니지만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조처란 설명이다.
충당금은 사후 조치에 들어갈 비용을 미리 잡아두는 것으로, 재무제표상 판매관리비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를 크게 하회할 전망이다. 양사는 경쟁력 있는 신차를 쏟아내고 마진이 높은 SUV, 전기차 판매에서 호조를 보이면서 3분기 실적에서 코로나19발 부진을 꽤 걷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대·기아차가 실적 발표 전에 투자자 등을 상대로 사전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방침을 밝힌 것도 주목된다.
향후 고객,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는 공세적으로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미국에서 ‘10년, 10만마일 보증’으로 승부수를 띄운 장면이 오버랩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차량 개발부터 생산, 판매 이후까지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하는 한편 고객을 위한 최선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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