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 고시원 운영자 부부, 투숙객 일일이 깨워
“당연히 할 일 했을 뿐이죠… 하늘에 감사해요”
19일 오전 3시 37분 전북 군산시 미룡동의 한 상가 건물. 이 건물 4∼5층을 쓰는 고시원 운영자이자 건물주인 A(62)씨 부부는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에 잠을 깼다. 어디에 문제가 있나 싶어 주변을 샅샅이 훑은 A씨는 고시원 내부에선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 하고 냄새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건물 3층에는 PC방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최근 꽤 오랫동안 휴업한 곳이었다. 연기가 PC방 쪽에서 나는 것을 확인한 A씨는 화재 발생을 직감하고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PC방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려고 환풍기를 오래 틀어놔 과열된 것 같았어요. 불이 다른 층까지 번지지 않아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A씨)
당시 A씨 부부가 운영하는 고시원에는 30명 넘는 투숙객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모두 잠들었을 시각이나, 마침 근처 대학교 중간고사 기간이라서 그런지 투숙객의 대부분인 학생들은 새벽까지도 열심히 시험 공부를 하느라 다들 깨어 있었다.
‘3층에 불이 났다’는 남편의 다급한 외침을 들은 A씨 아내는 황급히 손님들이 있는 고시원 방문을 일일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불이 났으니 얼른 나가야 한다”며 신속한 대피를 유도했다. 덕분에 5∼6층에 있던 고시원 투숙객 등 34명은 모두 방문을 빠져나와 건물 밖으로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연기를 마시는 등 부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게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크게 칭찬받을 일을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A씨)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A씨 부부의 침착한 대응을 거듭 칭찬했다. 전북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자칫 대규모 인명피해로 번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건물주 부부는 고시원 방을 일일이 돌며 대피를 유도하는 등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며 “건물주의 신속한 대처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난 상점 관계자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생명의 은인’이란 감사 인사를 듣고 있는 A씨 부부는 다소 얼떨떨한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저 하늘에 고마울 뿐’이란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하늘에 감사하고 있습니다.”(A씨)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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