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MULTI] 내실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변혁, 시드 마이어의 문명 7

[「RULIWEB」]

제목	시드 마이어의 문명 7	출시일	2025년 2월 11일
개발사	파이락시스	장르	전략 시뮬레이션
기종	PC / PS5 / PS4 / XSX&S / XBO / NS	등급	12세 이용가
언어	자막/음성 한국어화	작성자	Sawual

전략 게임이라는 포괄적인 틀 안에서 전통의 절대자는 바로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였다. 물론 시대를 거치며 그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도 있었고 사람에 따라 훨씬 더 좋은 게임도 있었지만, ‘문명’ 시리즈가 가지는 절대적인 강점은 높은 리플레이 밸류와 전략 게임으로서는 흔치 않은 대중성이었다.

워낙 유명한 프랜차이즈인데다 반복 플레이를 즐기도록 유도하는 다양한 세팅, 문명, 게임 구조, 길이와 볼륨까지. 사양세에 접어든 매니악한 장르라는 전략 게임에서 ‘문명’ 시리즈만은 예외인 것처럼 모르는 사람도 없고,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캐주얼 게이머부터 하드코어 게이머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그 원동력은 완성도 높은 게임의 기본 구조와 함께 매 작품마다 새롭게 변화를 추구하면서 시리즈가 정체되지 않게 하는 적절한 변혁에 있었다. 실제로 ‘문명’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은 건 게임을 여러모로 정리하고 간소화한 ‘문명 5’ 부터였다. 3편과 4편을 거치면서 게임이 점점 더 고도화됐다면, 5편은 그 고도화된 게임을 정리하고 안정화시킨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매번 시리즈 팬들의 반발을 부르기는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이었고, 새로운 작품을 이전 시리즈와 차별화시키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문명’ 시리즈는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하고 새로운 요소를 도입한 뒤 이를 시리즈 전통의 요소로 안착시키면서 점점 더 대단한 게임으로 발전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문명’ 시리즈에서 변화란 매우 중요한 키워드이고 ‘문명 7’ 역시 새로운 변혁을 위해 새로운 요소를 도입할 것은 분명했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7’ 은 어쩌면 4편에서 5편으로 넘어가던 시기 이상으로 큰 변화를 추구한 타이틀이 아닐까 한다. 한번 그 자세한 내용을 뜯어보자.

■ 고민의 순간을 줄이기 위한 게임의 전방위적 압축

전체 게임을 여러 번 플레이 한 후, 나름 결론을 내린 변화의 방향성은 ‘플레이어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기’ 다.

어떠한 선택지가 명시적으로 주어지기보다는 각각의 작은 선택이 중첩되어 거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전략 게임의 특성상, 새로운 플레이어나 아직 미숙한 플레이어들에게 항상 한계이자 벽으로 작용하는 것들이 이 수많은 작은 선택들이었다. ‘문명’ 의 요소로 이야기하자면 어떤 기술을 연구할 것인가, 어떤 정부를 세울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어느 건물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 어떤 유닛을 뽑을 것인가 등등 모든 클릭 하나하나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선택의 연속이며, 이는 플레이어들이 턴을 넘기지도 못하고 고민의 시간을 가지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문명 7’ 은 바로 그 고민의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세부적인 플레이 요소들을 살펴보면 이는 선택지 자체를 보다 명확하게 하되 가짓수를 줄이면서, 동시에 초반에 어떤 선택을 했을 경우 그것이 연속성을 강하게 띄면서 각각의 길을 따라 가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심시티에 대한 부담은 확실히 전보다 적다.
문명 특유 건물과 몇가지 원칙만 생각하면 될 정도

예를 들어 도시를 디자인할 때, 그러니까 일명 심시티를 할 때 이전에는 워낙 많은 고민거리가 있었다. 시대를 거치며 하나하나 쌓이는 특수 지구들을 지을 수 있는 타일과 각각의 타일을 연결하여 가장 시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는 위치를 신중하게 선정해야 하고, 어떤 타일이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야 하며, 불가사의를 계획할 경우 고민거리는 하나 더 늘어난다. ‘문명 7’ 이라고 심시티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가시적이고 쉽다.

모든 문명은 특수 건물을 가지고, 보유하는 특수 건물은 두가지 방법론을 따른다. 하나는 서로 다른 두개의 건물을 하나의 타일에 올리면 특수 지구가 되어 시너지를 내는 구조, 하나는 그보다는 좀더 보편적으로, 여러 개를 지을 수 있지만 하나의 건물이 하나의 타일을 점유하면서 주변에 시너지를 뿌리는 구조다.

로마처럼 전자의 구조를 가진 문명을 골랐다면 그냥 그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산출이 높게 나오는 타일에 하나를 짓고, 다른 하나를 이어 지어서 지구를 완성하면 되고, 후자의 구조를 가진 문명이라면 기능적으로 중요한 건물이나 지구 옆에 하나씩 이 건물을 붙여주면 대체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경제, 행복도, 종교, 생산, 문화, 과학 같은 각 시대별 건물의 경우에도 이전 시대에 지어놓았던 건물이 시대 초월이 아닐 경우, 이번 시대의 해당 속성 건물로 재건축, 즉 덮어씌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심시티의 공간적인 빡빡한 압박감이 훨씬 덜하며, 하나의 타일을 잘 키워 놓았다면 그곳은 이제 시대마다 같은 속성의 새로운 건물을 재건축해주는 것으로 간단하게 활용이 계속 이어진다.

심시티를 포함해 확실히 전체적인 내정의 난이도는 내려갔다. 특수 지구가 아닌 각각의 건물 위주로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한 타일에 두개씩 건물을 붙여지을 수 있으니 꿀 타일을 활용하는 것도 쉬우며, 건물들의 입지 보너스도 이전보다 좀더 가시적으로 보이는 편이다. 그리고 주변 타일에 영향을 받는 시너지 건물도 명확하게 구분되어서 완벽하게 100% 효율을 내는 도시를 구축하는건 여전히 어렵지만, 대략 80~90% 의 효율을 내는 도시를 만드는 난이도는 이전에 비해 훨씬 쉽다.

타일 개발에도 기술 제한이 훨씬 줄었고, 애초에 개발할 기술/문화의 숫자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선택과 고민의 순간 자체가 더 줄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여러 군데에서 줄어든 고민의 시간은 새롭게 생긴 고민들로 투자된다. 바로 외교와 유산의 길이다.

■ 유산의 길과 3개의 시대가 결정하는 플레이 방향

유산의 길은 ‘문명 7’ 의 플레이를 이전작과 가장 크게 구분하는 요소이다. 유산의 길은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각 시대와 각 분야에 맞춰 할 일을 제시해주는 퀘스트 마커이다. 매 게임마다 유산의 길은 고정되어 있으며, 항상 같은 목표를 받아 플레이하게 된다.

유산의 길은 문명 7에서 가장 중요하다.

문화/경제/군사/과학의 네 분야에 맞춰 3단계의 목표를 각 시대마다 받는다. 고대시대 문화의 경우 2개/4개/7개의 불가사의를 건설하는게 목표이며, 근대시대 과학은 비행기술을 개발하고 3단계에 걸쳐 우주진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는 식이다.

이 유산의 길은 각 단계를 완료할 때마다 시대 진행도를 얻으며, 그와 함께 속성 점수를 준다. 속성 점수는 지도자의 특성 트리를 올리는데 쓰인다. 즉, 각 분야의 유산의 길을 완료하면 자연히 각 분야에 이점을 얻게 되고, 다음 시대를 시작하기 전 우위에 설 수 있다.

유산의 길을 달성하는 건 필수적이다. 유산의 길을 아예 외면하고서는 게임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많은 경우 자연스럽게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클리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 유산의 길은 세심하게 신경쓰지 않으면 지나치게 달성이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근대시대에 들어서면 유산의 길은 승리 조건이 된다. 4개 분야 중 하나의 3단계 유산의 길을 가장 먼저 달성하면 그대로 그 분야 승리가 확정된다. 즉, 유산의 길의 완료는 각 시대의 마무리를 의미하고, 다음 시대로 넘어가게 되면 유닛은 1개 지휘관 부대와 각 도시별 방위군 정도의 분량만이 다음 시대 유닛으로 전환되며, 이전 시대의 건축물들은 남지만 시대 초월이 아닐 경우 재건축을 통해 다음 시대의 같은 속성 건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소프트리셋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유산의 길이 제시하는 플레이 방향과 더불어, 고대/대항해/근대의 3개 시대도 이전과는 달리 확연하게 분절된 플레이 방향을 제시한다. 가장 크게 돋보이는 시대는 역시 대항해시대이다. 대항해시대 유산의 길은 모두 플레이어가 대양 건너 다른 신대륙으로 진출하도록 유도한다. 경제는 신대륙의 특수 자원을, 군사는 신대륙의 기존 세력을 정복하는게 조건인 식이다.

이는 대륙 플러스 맵으로, 미니맵에서 보는 구조가 기본이라고 보면 된다. 

이를 보조하기 위해 맵의 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기본적으로 이전의 판게아처럼 단일 대륙은 불가능하다. 대륙이나 대륙 플러스 지도를 선택해도, 고전시대에만 하나의 대륙으로 작동하고 대항해시대로 가면 대양과 그 건너의 신대륙이 생성된다.

이는 많은 변화를 시사하는데, 일단 시대별로 참가 가능한 최대 인원 수에서 차이가 있다. 고대시대는 달리 말하면 전체 맵의 절반만을 활용하기 때문에 소형 기준 4명, 중형 기준 5명 만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으며 대항해시대로 넘어가면 신대륙이 생성되며 그 2배의 세력이 참전한다. 사실 고대시대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를 보면 신대륙도 시뮬레이팅이 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지만, 어쨌거나 불가사의 경쟁 같은 것 외에는 이 시대에는 대륙 간에 영향을 미칠 방법이 없다.

각 시대별 플레이도 결국 가장 크게 이질적인 대항해시대의 플레이가 앞뒤 두 시대에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변화를 준다. 대항해시대를 준비하려면 당연하게도 해안 거점이 있어야하며, 제대로 개발 된 도시가 바다에 붙어서 해운이 가능해야 대항해시대를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고대시대의 플레이도 고정되게 되는데, 해안지대를 확보하기 위해 그레이트 게임 시기 러시아처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야 하며, 가능하면 대륙 양안에 하나씩 거점을 마련하는게 최상의 시나리오여서 더더욱 알박기와 지형 선점이 중요해진다.

근대시대로 넘어가도, 대항해시대에서 이루어놓은 개발과 지형을 이어받기 때문에 자연히 영향을 받는다. 특히 근대시대의 유산의 길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목표를 진행해야하거나 도시를 기반으로 누적을 빠르게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정착지를 늘리고 도시를 확장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시킨 도시가 많이 필요하다. 그러면 이미 각 세력으로 미어터지고 있는 구대륙과 신대륙의 빈 땅을 찾아 새 도시를 세워야 한다. 그러나 양대륙의 세력구도는 이미 대항해시대 때 완성되기에 이때 잘 형성을 해두어야 한다.

■ 조금씩 변한 부차적인 요소들

이제 야만인과 도시국가는 통합되어 독립세력으로 취급되며, 외교와 무력 중 하나로 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 독립세력은 고대 시대에는 그 영향력이 굉장히 강한데, 시간이 좀 지나면 독립세력 하나의 군사력이 어지간한 문명 하나에 맞먹는데다 독립세력은 지리적으로 거점삼기 좋은 곳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독립세력은 가장 든든한 외교 대상이다.

그래서 초반 거점 확장에 심히 지장을 줄 때도 있지만, 동맹을 맺을 시 독자적인 이점을 제공하기에 무작정 적대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래서 대략 맵을 파악하고 내가 마을을 심어야 하는 곳에 있다면 무력으로 해결하고, 상관 없거나 적대 문명과의 접경지역에 있다면 동맹 삼는 것이 좋다. 독립세력을 동맹화하면 나중에 속국화시킬 수도 있기에 영향력을 모으며 신중하게 선택하는게 좋다.

군사 측면도 많이 변화했다. 일단 개별 유닛은 진급하지 않고, 그러므로 진급 회복 꼼수는 불가능하며 대신 지휘관들이 진급한다. 지휘관은 최소 2~4포인트 정도는 특성을 찍어야 쓸모가 있어지기에 아무리 군사 특화가 아니어도 초반부터 조금씩 키워놓는게 좋다. 지휘관은 이전의 군단처럼 유닛을 한데 모아 이동할 수 있는 등의 특징이 있다.

전체적으로 해상전, 그리고 바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전술했듯 대항해시대에 들어서면 무조건 바다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신대륙의 내 거점과 본토의 거점을 잇는 무역로는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두 대륙을 잇는 중간 지점의 섬에 비록 성장하기 좋지 않아보여도 마을을 박아 두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그리고 강 타일도 넓은 강은 배가 통행할 수 있고 이동할 수 있다면 해상 유닛이 도시를 점령할 수도 있는데다 게임 전반이 해안지대를 위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으니 해상 유닛의 효용성이 크게 올라갔다.

또 게임 전체에 축적되는 게임 프로그레션이 생겼다. 하나의 지도자를 많이 플레이할수록 지도자의 등급이 오르고 더 많은 유물 특성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며, 인게임에서도 지도자의 특성을 분야별로 투자하여 특화하게 된다. 다만 모든 지도자가 같은 특성표를 가진다.

게임을 클리어하면 특전을 받고, 다음 게임에서 써먹을 수 있다.

정리하자면, 변화한 플레이 구조로 인해 각 시대는 이전보다 훨씬더 플레이적으로 구분되며, 확고한 목표의식을 가지고(유산의 길) 이를 달성하는 것을 중심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게임을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제로 기자도 처음 10시간 가량은 재미있게 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하나씩 이상한게 보이기 시작한다.

■ 그 대가로 잃은 플레이 다양성과 극적인 빌드

이처럼 각 시대별 플레이가 너무 크게 차이나고, 또 유산의 길로 특정 행동이 강제되는 것은 그간 샌드박스적인 전략 시뮬레이션으로서 보였던 ‘문명’ 시리즈의 강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요소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플레이 자체는 제법 방향성있게 쭉 밀고나가는 방식이 되기는 했으나, 그 대가로서 잃어버린 점도 상당히 많다.

폭발하는 전성기의 도파민이 대단했던 문명 6 의 스페인

‘문명 6’ 에서는 굉장히 뾰족하게 특징을 살린 문명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시는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문명 중 하나였던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은 종교도 관리해야 하고 병력과 종교 유닛을 같이 컨트롤 해야하는 등 여러모로 발동조건은 까다롭지만, 콩키스타도르 타이밍만 잡으면 주변의 모든 것을 박살내는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러한 뾰족한 특징적인 플레이는 ‘문명 6’ 의 호불호 요소이기도 했지만,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플레이를 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기제이기도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문명 7’ 의 문명, 지도자들은 이러한 뾰족함과는 거리가 멀다. 모두 저마다 특화된 요소를 가지고 있기는 하나 그것이 첨예하다는 느낌을 주기보다는 그저 찌그러진 육각형의 느낌을 더 많이 받게 만든다.

어지간한 특화 지도자도 이븐 바투타를 못이긴다.

이는 전체적으로 지도자들의 특성이 이전에 비해 훨씬 평범한, 극단적이지 않은 형태로 깎인 탓도 있지만 모든 지도자들이 매 시대마다 자신과 딱 알맞은 문명을 플레이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도 발생한다.

분명 시대마다 10개씩의 문명이 준비되어 있으니 이전보다 훨씬 많아보이지만, 이건 시작 시대에서만 10개 중에 고를 수 있을 뿐, 그 이후에 시대를 넘어갈 때에는 실질적으로 선택지는 시대별 5개를 넘기 힘들고 평균 서너개다. 그리고 그 중에서 지도자 특성, 자신이 추구하는 플레이 방향(경제, 과학 등)에 맞춘 것을 고르다보면 시대마다 하나 또는 둘 밖에는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심심치 않게 아예 자신의 특성과 맞는 문명 선택지가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보통 이정도가 기본이다. 두 특성 다 맞는 문명을 고르려면 당연히 선택지가 줄어든다.

지도자와 결합된 최적의 문명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라고 볼 수 있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에 맞물려 문명 추천 기능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보통 시대마다 지도자 하나당 두개씩 추천해주는데, 기본적으로 특성이 맞는 전략적인 선택지를 주지만 그게 없다면 하나는 역사적 선택지, 하나는 지리적 선택지를 대신 준다. 그리고 이건 아무 쓸모가 없다.

지리적인 선택지랍시고 문명을 추천하지만 특성이 전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단순히 역사 지리적으로 인접한 문명을 플레이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특별한 이점은 전혀 없다. 내가 군사/문화 특화 지도자를 플레이하더라도 어느 한 시대에서는 군사 또는 문화 특화 문명을 고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렇게되면 울며 겨자먹기로 대충 이점을 이어나갈 수 있는 차선책을 고르게 된다.

문명 빌드 생각하기 귀찮다면 공자 골라서 한-명-청 왕조 순으로 하면 된다. 컨셉도 다 맞는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어떤 하나의 지도자를 플레이할 때 짜게 되는 문명 선택지는 지금 시점에서는 많아야 두세개 정도이며, 그 와중에서 모든 문명이 시대마다 지도자에 짜임새있게 들어맞는 경우만 센다면 훨씬 적어지고, 어떤 지도자는 그러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최소한 지금보다 두배는 더 많은 문명이 있어야 했다.

앞서 어떤 지도자, 문명을 선택해도 플레이가 비슷해지고 종국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도 비슷비슷한 게임을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겉으로는 많아보여도 지도자 수에 비해 문명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기인하고, 두번째로는 애초에 문명이 플레이에 미치는 영향력 자체가 줄었으며, 마지막으로는 각 문명과 지도자의 결합이 미리 짜여진 것처럼 딱 들어맞는 경우는 정말 희귀하다는 원인으로 심화된다.

이처럼, 현재의 ‘문명 7’ 의 플레이는 뭔가 최적화, 내 플레이를 점점 뾰족하게 깎아나가는 빌드 최적화와는 거리가 있다. 만약 문명, 지도자, 특성의 수가 엄청나게 방대하다면 그 안에서 어떻게든 조합하여 뾰족한 빌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별로 문명이 10개 씩 있음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지도자나 문명별로 해금 되는 문명의 숫자가 너무 크게 차이난다는 점은 부차적인 문제로 보일 정도(로마는 선택하는 것만으로 5개 문명이 해금되고, 악숨은 1개만 해금된다).

이처럼 ‘어떤 지도자, 문명을 골라도 비슷비슷하게 플레이하게 되는’ 느낌을 부추기는게 바로 유산의 길이다. 유산의 길은 플레이 방향성을 강제한다. 방향성을 넘어 세부 오브젝트도 어떤 문명, 어떤 지도자를 하건 똑같기 때문에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속도의 차이만 있지, 해야하는 일은 동일해진다.

아무리 특정 분야의 특화를 탔다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서 최종 마일스톤까지 찍기 어려울 수도 있고, 애초에 하나의 분야에서 마일스톤을 모두 찍어봤자 다른 분야를 포기하고 빠르게 달린 만큼의 이점을 부여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결국 최소 두개, 대부분의 경우 모든 유산의 길을 조금씩이라도 챙기면서 플레이하게 되며, 단지 중심이 되는 길이 달라질 뿐이다. 그래서 어떤 문명을 플레이 하건, 최소 불가사의를 두개는 짓게 되고 마을 한 개 정도는 전쟁 걸어서 부수고 하면서 비슷비슷한 플레이를 하게 된다.

대항해시대의 흔한 풍경.
좁아터진 중간 섬에 이놈 저놈 다 달려든다.

이러한 유산의 길로 강제되는 플레이가 가장 부각되는 시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앞서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 했다고 한 대항해시대다. 대항해시대는 어떤 문명을 플레이했더라도 큰 줄기에서 같은 흐름을 탈 수 밖에 없다. 모든 유산의 길이 신대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므로 어쨌던 대양을 뚫고 나가 신대륙을 탐험하고 거점을 마련해야 하며,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의 세력 구도가 어떤지, AI들이 심시티를 어떻게 해놓았는지에 따라 운을 많이 탔다. 정작 어떤 특화 문명을 골라도 이처럼 매 시대마다 스타팅 운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다른 방향을 찾아야 되는 경우도 있었다.

문명 교체 방식을 그래도 이해해보자면 전작까지의 문명 시스템은 한가지 단점이 있었다. 각 문명이 가진 특성으로 발현되는 전성기 시대(예를 들어 미국의 근대/현대)에는 그 특장점을 폭발시켜 매우 재미있는 플레이를 하게 되지만, 반면에 그렇지 않은 시대에서는 전성기를 준비하거나 이미 전성기가 지나 내려온 문명을 가지고 다소 평이한 플레이를 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이를 위해 매 시대마다 각각에 어울리는 전성기의 문명을 플레이한다는 건 잘 구축하면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볼륨이 부족하기에 문제가 발생한다. 첫번째, 시대 간, 문명 간 연속성이 떨어지거나, 연속성을 고려할 경우 플레이에 제약이 생기며, 두번째는 그렇게 해도 각 문명의 특징적인 플레이와 장점이 이전 시리즈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명 별 특유의 보너스도 결국 유닛에서 두가지, 건물에서 두가지 방법으로 통합되었기 때문에 그저 분야가 다르고 특성이 조금 다른데서 멈춘다.

오히려 문명들의 특징이 6편 만큼의 뾰족함을 가지고 있었다면, 다소 극단적인 변화여서 호불호가 갈린다 하더라도 매 시대마다 플레이가 크게 변화하고 새로운 빌드를 짜는 재미가 극대화되었겠지만 각 문명이 주는 특징이 무난무난해진데다 어떤 특별한 플레이를 표출할 필요 없이 지표만 만족시키면 승리가 주어지다보니 기껏 야심차게 도입한 시스템이 그다지 효과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에는 기자의 경우, 마지막에는 올라운더라고 할 수 있는 지도자인 이븐 바투타만 플레이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다른 누구를 플레이해도 어떤 플레이 목표를 가지던 이븐 바투타보다 명확하게 우위를 가져가는 지도자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븐 바투타로 적당히 원하는 문명을 고르면서 하게만 되는 것.

이렇게 매 플레이가 결국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서 생기는 리플레이 밸류의 약화라는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지도자 레벨, 유물 등을 추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걸로는 부족하고, 오히려 일부분에서는 문제를 악화시킨다. 특정 지도자 유물을 해금하기 위해서 내가 원치 않는 지도자나 문명을 플레이해야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도 출시 후에는 최적의 빌드가 발굴되고 개발될 테지만, 하지만 그것이 이전처럼 매끄럽고, 그 빌드의 폭발력이 대단한 재미를 줄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모든 지도자/문명의 찌그러진 육각형화는 바로 이런 점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표현이다. 뾰족하다기보다는 그냥 여기저기 이상하게 조형된 총합처럼 보이는 것.

■ 확연하게 이전보다 기능적으로 떨어지는 요소들

게임 기능, 플레이 면에서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외교였다. 솔직히 외교는 빛좋은 개살구라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종종 외교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싶어도 플레이어가 영향력을 투자하고 특정 세력에 열심히 공을 들이는 것보다는 그저 AI 의 태생적인 성향이 훨씬 더 크게 영향을 미쳤고, 아무리 공을 열심히 들여 외교를 해도 성향 변화가 오면 얄짤없이 그로 인해 생기는 격변에 휩쓸려버렸다.

AI 와 외교의 작동 방식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플레이어의 마음대로 절대 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하던 간에 상관없이 AI 가 어느 순간 변덕스럽게 자기 마음대로 나와 친해지고 싶거나, 나와 적대하고 싶다고 하면 내가 무슨 짓을 하건 그렇게 되어버린다. 애초에 취할 수 있는 외교 선택지도 너무 적고 디테일하게 조정도 불가능하며, 그저 고정된 영향력 수치를 써서 정해진 효과를 받는 것 밖에 안되기 때문에 외교를 통해서 주도적으로 뭔가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게임을 하다가 바로 전 턴까지 동맹이었던 지도자가 평판 감소 같은 과정 없이 바로 선전포고를 때려버리면서 동시에 직전까지 동맹이었던 2개 세력을 포함해 3개의 세력과 적대 상황이 된 적도 있다. 외교는 의미가 없으며, 그래서 사실상 영향력은 다른 문명에 쓰기보다는 그냥 독립세력=도시국가에 쓰는게 훨씬 유용하고 속이 편했다. 그래서 나중가면 그냥 다른 문명의 외교는 다 쳐내고 독립세력이 보이는 족족 우리편으로 만드는데만 집중했다. 독립세력은 배신도 하지 않고, 특수 자원 보너스도 주며, 독립세력 속성별 고유의 보너스와 든든한 군사적 지원까지 주기 때문이다.

AI 는 난이도를 불문하고 그냥 분노조절장애 같다.
동맹이건 아니건 갑자기 관계가 악화되고 한턴만에 전쟁걸고 털리고 항복하고 난리를 떤다.

또한 이견의 여지 없이 비판을 받을만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게임 전반에 걸친 편의성의 퇴화라고 할 수 있다. UI는 전체적으로 열화를 넘어 이유를 알 수 없는 변화도 많이 생겼으며, 이전작까지 잘 있었던 기능들이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사라진 경우도 많다. 전반적인 UI 의 정보량은 터무니없이 적거나 매우 불편하게 확인하게 만들며, 자원 관리 화면처럼 아예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다.

가장 먼저 도시의 산출량 시인성이 매우 좋지 않은 편이다. 맵에서 산출량을 보이도록 해도 색 대비가 좋지 않아 한 눈에 들어오지 않고, 도시 기획 단계에서도 화면에 따라 보여주는 정보가 달라져서 이 메뉴 저 메뉴 왔다갔다하면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를 배치하면 행복도가 일괄적으로 -2 가 되는데, 산출량을 확대해도 타일당 - 량은 보여주질 않는다. 도시 전체와 전문가 배치 상황을 고려해 역산하는 수 밖에 없다.

필요한 정보는 없고, 쓸데없이 예쁘게 보이려고 한게 너무 많지 않나 싶은

건물을 짓거나 어떤 기능을 실행할 때에도 작동하지 않을 때 부족한 부분, 또는 결정했을 때 생기는 변화를 충분히 보여주지 않는다. 특히 외교가 심한데, 외교 화면에서 각 대상이 누구와 동맹인지 등을 확인하려면 탭을 이동해가면서 확인해야 하고, 외교 수치 변화도 별도의 창에서 결과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각 외교 결정을 내릴 때 바로 수락하거나 거부하지 않으면 화면이 넘어가지지 않는데, 외교 결정 단계에서 그 결과를 충분히 알려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나와 동맹을 맺고자 하는 지도자가 누구와 전쟁 중이냐에 따라 동맹을 맺으면 바로 선전포고를 하거나 동맹을 파기해야 하는데, 이걸 동맹 제안을 받은 단계에서 확인할 수 없어서 일단 수락한 다음 결과를 보고 다시 로드하는 일이 매우 잦았다.

아무리 화면비가 좀 다르다지만 저 광활하게 낭비되는 화면 공간을 보라

앞서 언급한 자원 관리 화면은 최악이라 할 수 있는데, 변동시킬 수 있는 자원, 자원을 넣을 슬롯이 없는데도 자꾸만 변동이 생겼다며 자원 관리 화면을 강제로 띄우며, 그 큰 화면 내에서 여러 도시와 자원을 보여주는 화면의 공간 낭비도 심하고 정보량도 엉망이어서 일일히 휠을 돌리고 마우스를 대보고 이 자원 저 자원 넣어보면서 변화량을 체크해야 제대로 자원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 깔끔함이고 뭐고 그냥 정보들을 다 기본적으로 보이도록 띄우면 될 일이다.

유닛 UI 도 정작 하나도 누르지 않을 버튼은 나와있고 중요한 기능 버튼이 접혀져 있어서 로드 하거나 새로 게임을 시작하면 반드시 그 창을 다시 열어줘야 하고, 버튼도 여기저기 화면에 흩어져 있어 마우스 커서가 광활한 모니터를 자주 횡단한다.

하나하나 전부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UI 는 모든 면에서 이전에 비해 퇴화했고 정보를 보여주는 기능도 엉망이기에 이번작의 UI 는 시리즈 중 최악을 넘어 근래의 게임 중 최악의 UI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나쁘다.

UI 를 벗어나도 왜 없어졌는지 모를 기능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정찰 유닛의 자동 정찰 버튼, 그리고 유닛 조작에서 각 단축키를 직접 보여주지 않아서 일일히 옵션창까지 가서 단축키를 확인하고 와야 하고, 게임 시작시 조정하는 기능도 굉장히 많이 생략됐다. 이 때문에 정말 쓸데없이 반복적으로 불편하게 조작을 반복해야하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대항해시대에는 정말 플레이 시간의 반을 배와 정찰병을 여기저기 보내는데 쓴다고 봐도 될 정도다.

초반 배치 뽑기운은 더 중요해졌는데, 재시작이 없다.

그리고 정작 대중화, 플레이의 단순화 같은 변화가 플레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정작 이 게임에서 이른바 뉴비도살을 해버리는 문제들은 그대로 두었다는 점, 그리고 이 UI 악화가 그 문제에 일조한다는 점도 아쉽다. 비록 도시 건축 방식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잠깐의 실수로 잘못 배치한 구역이나 건물을 되돌릴 수는 없고, 초기 스타팅 뽑기 운에 의존하는 경향은 이전보다 더 심해졌는데 재시작 기능은 사라졌다. 초보자들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이 부분부터 바꿨어야 하는게 아닐까?

전략 게임에서 UI 와 편의성은 게임 자체가 가지는 정보 의존성과 반복적인 속성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문명 7’ 의 그것은 워낙 엉망이기에 플레이 하면서 거슬리는 순간이 많다. 그렇다고 UI 가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그냥 모바일 게임에 최적화된 화면처럼 보인다. 이는 출시 후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 적어진 게임 볼륨, 낮아진 리플레이 밸류, 노골적인 DLC 분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게임의 노골적인 DLC 암시와 상대적으로 이전작에 비해 부족한 체감 볼륨도 지적할만 하다. 앞서 이야기했듯 언뜻 보면 많아보여도 지도자에 비해 문명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게임은 노골적으로 근대시대 이후의 시대가 향후 추가될 것을 암시하고 있는데, 근대시대가 지금으로서는 마지막임에도 시대 초월 속성을 가진 건축물이 있으며, 다음 시대에 보너스를 주는 요소도 있다.

일단 3개 시대인 것부터 마이너스 요소가 있다.

그리고 시대가 3개로 압축된 부분도 너무 무리하지 않았나 싶다. 고전-대항해-근대의 3개 시대가 각각 담당하는 시기가 너무 길고 그 사이의 갭도 커졌다. 이전작까지의 고대/고전/중세/르네상스/산업/현대/원자/정보 에서 원자/정보 가 잘리고 고대+고전 = 고대 / 중세+르네상스 = 대항해 / 산업+현대 = 근대 식으로 압축된 것이다보니 그 시기를 대표하는 하나의 시대로서는 대표성이 부족하다. 예시로 대항해시대는 서기 400년에 시작하는데 이는 무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태어나기 1천년 전이다. 고대 시대는 기원전 4000년, 근대 시대는 1750년에 시작하니, 이건 시대를 넘어서 타임 슬립 수준이다.

실질적으로 대항해시대가 다루는 근 천년의 시기는 고구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세워지는 기간과 비슷한데, 이걸 ‘대항해시대’ 라고 하나의 테마로만 설정한 것은 솔직히 플레이 메타를 정립하기 위해 다소 무리수를 던진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무리 문명의 시대 길이가 정직하게 같지 않고 인류사에 미친 영향에 따라 길이는 유동적이라 하더라도, 담당 시대가 4천년 이상-1천년 이상-2백년으로 차이가 나는 건…

제철소는 근대시대 건물인데 왜 시대 초월이 달려있을까요?

그리고 여기에서 보이는 것처럼 원자/정보 시대가 빠져있는데, 게임 내 암시처럼 향후 이 시대가 DLC로 추가될 것은 자명해보인다. 하지만 이전 작품에서 포함되어있던 요소를 잘라내고 DLC로 출시한다는 건 말그대로 플레이어들에게 비추폭탄을 받겠다는 뜻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튼 새로운 시대가 DLC로 추가된다 쳐도 생기는 다른 문제는 과연 어느 문명이 원자+정보 시대를 대표할 수 있냐는 부분이다. 근대 시대가 포함하는 1750년대~1950년대는 이미 21세기의 강국, 문명 구도가 완성된 시기이다. 근대 시대 문명은 러시아/메이지 일본/멕시코/무굴/미국/부간다/시암/청나라/프랑스 제국/프로이센 인데, 많은 수가 현대 열강이거나 그 전신이다.

결국 근대 시대와 대표하는 문명이 겹칠 수 밖에 없는데, 중국이 각 왕조가 구분되니 한나라/명나라/청나라 가 모두 등장하기는 했고 미국도 하와이와 미국이 구분되어 등장하기는 했지만 결국 이번에도 중복된 문명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명 교체를 통한 차별화라는 의미가 또다시 퇴색되게 된다. 애초에 중국만 모든 시대에 거쳐서 한-명-청으로 왕조를 바꿔가며 정체성을 유지하며 플레이하는게 가능한 것도 다른 문명도 이게 가능했어야 한다고 본다.

이외에도 정형화된 맵 구조가 필요하다보니 지원하는 맵 종류도 굉장히 적어졌고, 줄어든 각 시대의 플레이가 압도적으로 길지도 않다. 그러니 이전에 비해 게임 전체 볼륨이 줄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다른 부분에서 현격한 발전을 이루었냐 하면 그렇다고 생각할만한 부분은 그래픽 밖에 없다. 솔직히 그래픽도 도시가 보여주는 풍경은 매우 아름답지만 그 외에는 현시대 게임답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 변화 자체가 아니라, 변화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

‘문명 7’은 하나의 장점을 얻기 위해 두세개의 기존 특장점을 내줘버린 느낌이다. 장르의 대중화, 플레이 중 고민의 시간을 줄이고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개발 목표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선택한 방법이 과연 최선이고 필연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 그리고 게임 전체가 이러한 목표를 위해 전력투구한다는 느낌도 받지 못한다. 여전히 남아있는 고리타분한 요소와 문제들은 일절 손을 대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걸 체감하는 부분이, 게임을 새롭게 플레이하는 초반 10시간 남짓은 매우 재미있었다는 사실이다. 분명 새롭게 도입된 부분들 중 몇몇은 꽤 흥미롭다. 특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장 강제성이 높고 가장 많이 변화한 대항해시대가 오히려 처음 플레이할 때에는 매우 재미있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새로운 방향성 자체는 틀린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 방향성을 뒷받침할 충분한 볼륨과 완성도, 그리고 플레이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 유산의 길처럼 특정 방향으로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나, 그것이 전 게임에 거쳐 한가지 방법론만을 가지고 있다면 결국 매 판 플레이어는 같은 작업을 도구만 바꿔서 반복하게 되는 셈이다.

그런만큼 개발자들이 그린 진짜 이상적인 방향성을 위해서라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요소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더 많은 문명, 더 많은 지도자, 세부적으로 변화하면서 매 플레이마다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유산의 길, 좀더 다이나믹하게 변화하는 플레이 여건들. 그러나 ‘문명 7’ 의 플레이는 제한적이다.

이전의 문명 시리즈가 놀이공원 안에서 자유이용권 끊고 내 마음대로 놀이기구를 타며 노는 것이었다면 ‘문명 7’ 은 빅5 티켓을 끊고 그것도 순서가 정해진 대로만 타야하는 느낌이다. 내가 이 놀이공원에 처음이라 뭘 타야할지 모르겠다면 의미있는 선택지겠지만, 딱 2회차만 되도 자유이용권 생각이 난다.

‘문명 5’ 에서의 게임 간소화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이처럼 그 간소화된 플레이 요소들의 공백을 느끼지 않을만큼 다른 플레이에서 풍성하게 재미를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명 7’ 은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모든 면에서 플레이가 간소화되거나 축소되었으면서 이를 벌충할만한 새로운 부분이 빈약하다. 그리고 외교나 UI처럼 몇몇 요소의 간소화, 그리고 퇴화는 너무 심각한 수준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이 시리즈가 가졌던 높은 상한치, 재미, 전략성, 플레이 다변화, 창발성 등 수많은 장점들이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문명 6’ 의 폭발하는 도파민도, ‘문명 4’ 의 진득하고 딥한 전략성도, ‘문명 5’ 의 간결함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문명 7’ 은 너무 많은 단발적 발상으로만 변화를 추구한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깊이있는, 근본적인 게임의 근간은 유지하되 몇가지 요소들을 굉장히 많이 이것저것 손 본 결과인데, 그로 인해 각각의 변화가 어떤 깊이있는 플레이를 유도해내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문명 선택, 시대별 분절, 유산의 길, 시대 압축 등등의 요소가 비록 리스크가 큰, 게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변혁이기는 하나 잘 구현했을 경우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근본부터 잘못되지는 않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충분히 꽃피워내지 못했고,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넘어서는 희열을 아직은 주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를 충분히 뒷받침할만한 풍부한 요소들이 갖추어진다면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DLC 안배를 위해 빠진 것으로 생각되는 요소들이 마저 다 들어와야 비로소 완성된 형태의 게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

▶긍정적  
- 내러티브화로 빠른 게임 적응,목표의 가시화

- 일신한 도시 그래픽, 나쁘지 않은 최적화

▶부정적 
- 문명 선택이라는 변화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적은 볼륨

- DLC를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간소화된 콘텐츠
- 플레이를 다양화시키지 못하는 구조, 문명과 지도자
- 시리즈 최악의 UI 와 삭제된 수많은 편의 기능들

작성 / 편집: 이명규 기자 ([e-mail])

[인제쿠닌]

기대하고있는데 딱 1회차 정도만 흥미로운가보네요... UI퇴보는 많이 아픈데!

[ㅁㅁ?ㅁㅁ]

유닛 휴식 버튼 안 보임
옵션에 애니메이션 스킵 없음
등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다 잘라놓음

[LVCIVS BRVTVS]

게임이 어떤 컨셉을 정하고 나서 나머지 요소를 끼워 맞춘 느낌? 5를 생각나게 만드는 요소도 많지만 결국 개별의 게임이고, 멀티 밸런스에 집중하여 다른 요소를 너무 억누른게 아닌가 싶네요. dlc 다 나오기 전까진 개발 인력 밤 좀 새서 고민좀 해야겠다 싶어요.

[LegenDUST]

개인적으로는 서구권 개발진의 오만함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드는 내용이 좀 있네요.
아무리 게임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문명은 고전-대항해-근대라는 비슷한 3단계를 거친다"라는 전제조건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강제적 신대륙은 특히 그런 면이 있어 보입니다.
유럽 사람들이나 "신대륙" 발견이 큰 변혁을 불러왔지, 조금만 동쪽으로 빗겨나도 그와 상관 없이 크나큰 발전을 해왔는데...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나가던 문명의 모습을 무시한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느껴지는 면이 있네요

[루리웹-5344056515]

서양 ㅡ 아프리카 돌아가기 빡치니 배타고 반대쪽으로 돌아가야겠다

몽골 ㅡ 돌아서 왜 감. 말타고 달리면 되는데?

[Stacia]

비판 엄청나네요 ㄷㄷㄷ 결국 dlc로 완성되는 게임인가

[사브오크]

결국 dlc나오기 전까진 미완성졸작이라는건 변하지 않나보군요.기억속에서 잊고살다가 dlc나올때마다 살펴봐야겠어요.

[RED BREAD]

리플레이 밸류 감소
UI와 편의성 퇴보
AI 외교 시스템의 불합리함
DLC 분할 이슈

대략 이정도가 가장 큰 문제점인가보네요.
문명이 편하고, 퀘스트마커 따라가는거 좋아하는사람들이 하는 게임은 아니었을텐데...

[마에라드]

2~3년은 묵혀야 게임되겠네

[Toohang]

빨리나와줘...심시티 산출량 딸딸이 치고싶다!

[비추안주는사람]

오만한 서양 개발자들

[루리웹-7243011392]

이것도 한 5년은 묵혀야 완성될려나...

[서 린]

선택지가 문명의 장점인대 스스로 버리다니 에잉 멍청한

[LETOGAMES]

문명6 1000시간 넘어서 너무 지루해서 못하겠는데, 다시 5나 해야겠다...
7은 확장팩 나오고 또 반년은 있어야 할만해질듯

[안심하세요 병원입니다]

연속된 선택을 고민하는게 문명의 재미가 아니었던가? 그걸 줄이는건 좀 너무하네

[루리웹-4275425474]

옥냥이 하는거까지 보고 결정해야지

[소지마]

아직 히어로즈가 남아있다!

[xogh2743]

내 이랄줄 알았다!

[궁상킹전군]

아 기대 많이 했는데... 걍 안 할란다

[케모나]

휴먼카인드 개발진이라고 할때부터 다들 우려하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줬네요

[Leetz]

문명5나 다시 하러간다

[루리웹-5329469186]

게임 개발의 목표를 돈으로 잡으면 이런 상태의 게임이 출시됩니다.

[월급루팡조아쓰]

문명6에서 심시티 덜어내고 ai 보강+대규모 병력 관리 편의성 올려주는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심시티 덜어낸 문명=문명5 맛이라서 사람들이 싫어할 리도 없고.

그리고 전쟁 승리는 선호하는데 전쟁 일으킬까봐 비난 쏟아지는 거 짜증내는 유저들 위해서 외교적 패널티는 좀 깎아주고, 대신 상대 국가 멸망시키면 딴 문명으로 망명 가서 남은 문명들이 강대해지는 구조를 짜든가. 난관을 극복한 이후로 긴장감이 팍 떨어진다는 시뮬레이션 장르의 약점을 보완하든가.

정석적인 방법은 참 많은데 왜 이상한 변화나 시도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구매 보류합니다.

[루리웹-6704215316]

특정 시점에 확 쉬워지긴 했죠

[헬보이]

근래 본 최고의 리뷰인듯 상당히 디테일하게 궁금했던 요소들 짚어주셨네요

[오즈™]

유료 오픈 베타 (정식 출시는 5년후?)

[하양티볼리]

기자님 리뷰글 정말 재밌게 정독하면서 봤습니다 다음 기사도 재밌게 보겠습니다

[루리웹-1022547894]

멀티에서 특정문명 밴하는건 없어지겠네...

[MB_Go prison]

완성될려면 3년이상있어야겠네 ;;;그냥 6나 해야지

[맨이터빅브라]

에오원이랑 6 더 붙잡고 있어야겠네

[루리웹-6815246266]

하다못해 불가사의 건설장면도 ㄹㅇ 짜치더라.
6편에서는 불가사의가 건설되는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줘서 그거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7편에서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카메라만 빙글빙글 돌아가고 정지상태에서 건설되는 모습이 5~6분할로만 나오는게 끝임.
진짜 무성의하다게 만들었다는게 느껴졌음

[티맥투코비]

일단 7편은 패스~ 6이나 더 해야겠다

[클럭워크]

HOI4는 발톱만큼만이라도 이거보고 본받아라.

[기간포르테]

이거 그냥 모바일 생각하고 만든 게임 같은데?ㅋ

[피리아™]

저한테는 문명5가 마지막 문명

[루리웹-2910969288]

????

[루리웹-7243011392]

이번에 보니깐 종교히고 정부가 없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욕절대안하는계정]

그냥 pc손대고 그쪽 직원 뽑는 샠기들은 그냥 실력도 ㅂ ㅅ이고 게임도 좃도 재미없고 과학인듯 기본도 안되어있는 쓰레기들이 게임 업계로 넘어와서 게임들이 다 터지는중 ㅋ

[Night Shade]

문명 5 리마스터 버전이나 나왔으면...

[루리웹-9279344979]

문명2와 히어로브오브매인트앤매직1,2,3에 걸려들었다가 10년후에 풀려남 ㅎㄷㄷㄷㄷㄷ

[김모조]

문명7의 발매 의의는 문명6과 5 할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