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모리츠 알텐리트
역자 - 권오성, 오민규
출판사 - 숨쉬는책공장
쪽수 - 320쪽
가격 - 18,000원 (정가)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 속
은폐되고 서열화되고 인종화되는 노동!
2011년,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구글 본사를 촬영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동영상 화면은 2개로 분할되어 있는데 오른편에는 우리에게 디지털 시대의 이상적 업무 공간으로 잘 알려진 구글플렉스의 모습이 담겼다. 왼편에는 어딘지 모를 일반 사무용 건물의 모습이 들어 있다. 카메라는 고정된 채, 두 건물을 드나드는 직원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해당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w0RTgOuoi2k
이 동영상은 당시 구글과 외주 계약을 맺고 일하던 비디오 아티스트 앤드류 노먼 윌슨이 촬영했다. 동영상은 구글 본사 노동자들이 빨강, 초록, 하양, 노랑 네 가지 색깔에 따라 4개의 계급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빨간색이나 하얀색 명찰을 단 노동자들은 노란색 명찰을 단 노동자들이 구글 내에 존재하는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들은 일을 하거나 출퇴근을 하면서 서로 동선을 겹치는 일도 없었다.
노란색 명찰을 단 노동자들은 구글 북스 사업부에 소속되어 도서들을 스캔하는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었다. 다른 색 명찰을 달고 구글플렉스의 멋진 단지를 거니는 노동자들이 주로 고학력 백인들인 데 반해 노란색 명찰을 단 노동자들은 대부분 유색 인종이었다.
《디지털 팩토리》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배송 노동자, 중국에서 미국 게임사의 그래픽 작업을 하는 하청 노동자, 필리핀의 콘텐츠 모더레이터, 그리고 여러 소셜미디어 상의 홍보마케팅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IT기업에서 필수적인 노동을 하면서도 철저히 은폐되고 서열화, 인종화되는 디지털 노동의 현주소를 살피며 공정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떤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환상적으로 느껴지는 디지털 팩토리의 허상 그리고 민낯
골드 파머들은 게임 내 아이템을 획득해 그 아이템을 원하는 일반 플레이어들에게 판매한다. 골드 파머들은 ‘전문’ 플레이어임에도 낡은 창고 지하에서 24시간 온라인게임이 실행되는 컴퓨터 앞에서 교대로 근무하며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인종차별까지 겪는다. 수많은 골드 파머들의 일자리는 디지털화로 인해 새롭게 생겨났다.
페이스북 콘텐츠 관리자들의 일터는 그보다 공기가 더 신선할 수는 있겠지만 정신적으로는 참혹 그 자체라 할 만하다. 그들은 페이스북 네트워크를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하는 업무를 맡는다. 다시 말해 그들은 컴퓨터가 결정할 수 없는 페이스북 내 게시물의 내용을 점검해 혐오를 일으키거나 폭력, 인종차별, 노출, 마약 또는 법적 혹은 문화적 기준에 따라 불쾌감을 줄 것으로 판단되는 게시물을 삭제한다. 그런데 콘텐츠 관리자들이 강제로 보아야 했던 이미지들은 과히 충격적이다. 그들은 폭력적인 이미지를 ‘영화처럼’ 개념화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다. 게다가 일일 할당량까지 달성해야 한다. 이러한 콘텐츠 관리자들의 일자리 역시 디지털화로 인해 새롭게 생겼다.
디지털 기술이 만들고 강제한 노동 시스템
_윤현아 편집자
- 1. 프롤로그: 공장을 떠나는 노동자들
1.1. 소개
1.2. 디지털 공장 속으로
1.3. 디지털 공장 연구
1.4. 이 책의 구성
2. 글로벌 공장
2.1. 물류 센터
2.2. 컨테이너, 또는 물류 혁명
2.3. 알고리즘, 또는 두 번째 혁명
2.4. 소매업의 부상
2.5. 크리스마스 열병 : 물류 센터 속으로
2.6. 바코드와 스캐너의 리듬에 맞춰 작업하기
2.7. 업무 표준화/노동력 증식
2.8. 아마존의 다음 개척지: 라스트 마일
2.9. 라스트 마일 부문의 노동
2.10. 급진적 유연성: 플랫폼 노동의 등장
2.11. 결코 원활하지만은 않은
3. 놀이의 공장: 게임
3.1. 로스앤젤레스, 베를린, 선전을 오가는 게임 노동력
3.2. 아제로스의 정치경제학
3.3. 디지털 그림자 경제
3.4. 이중 이주자
3.5. 디지털 노동 / 디지털 이민
3.6. 골드러시 이후
3.7. 게임 제작: 게임 스튜디오의 노동과 갈등
3.8. 테스트 노동
3.9. 일렉트로닉 아트의 사례
3.10. 갈등, 즐거움, 물질성
4. 분산된 공장: 크라우드 워크
4.1. 대여용 인간(PEOPLE AS A SERVICE)
4.2. 온-디멘드 노동의 글로벌 생태학
4.3. 인공지능 뒷면의 노동
4.4. “먹고살기 위해 100유로를 벌어야 해요”
4.5. 디지털 조립 라인
4.6. 온-디멘드 노동
4.7. 플랫폼 노동자
4.8. 크라우드 워크와 돌봄노동
4.9. “다음 50억”
4.10. 숨겨진 노동
5. 은닉된 공장: 소셜 미디어
5.1. 플랫폼 광고의 정치경제학
5.2. 알고리즘 구조: 논리, 통제, 노동
5.3. 크라우드의 물질성
5.4. 바다 아래로, 그리고 공장 속으로
5.5. 아이폰 도시
5.6. 콘텐츠 관리: “당신이 보는 것은 제 상상을 초월해요”
5.7. 좋거나 나쁜 콘텐츠
5.8. 문화로 인해 당황스러운 알고리즘
5.9. 베르린, 오스틴, 더블린: 외주화된 이주민 노동
5.10. 산업화된 의사결정
5.11. 소셜 미디어의 이면의 세계지리학
5.12. "미국인이나 호주인과 함께 일하는 것과 거의 같음“
5.13. 인프라 되기
6. 결론: 공장으로서의 플랫폼
6.1. 베들레헴에서 아마존으로: 그때와 지금의 테일러리즘
6.2. 공장으로서의 플랫폼
6.3. 이주노동, 유연화된 국경, 분산된 투쟁
6.4. 노동의 종말을 향하여
7. 에필로그: 전염성 공장
추 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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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팩토리(공장)’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나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무리하게 이어 붙였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어릴 때 학교에서 배웠던 ‘매뉴팩처’ 시대 이래 수백년 세월 동안 ‘공장’은 인류 사회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터전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공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의 각종 SNS를 통해서 읽은 글들, 수많은 매체를 통해서 보는 광고들, 온라인에서 구입한 상품들은 모두 ‘디지털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땀 흘려 생산한 결과물이다. 수많은 ‘지식 장사꾼’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호재를 만나 미래 사회의 노동에 대한 공포를 생산해 내는 현 상황에서 미래 사회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일하게 될 ‘디지털 공장’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수교양에 해당하는 지식이 아닐 수 없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지식인 출신 중에서 노동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초심을 잃지 않은 드문 예”라고 인정하는 오민규 활동가와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 노동법을 가장 정확하게 분석하는 학자인 권오성 교수 두 사람이 공동 작업으로 정리한 초고를 읽으며, 우선 내가 많이 배우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남은 생애의 활동 속에서 교과서로 삼을 만한 책이다. -
《디지털 팩토리》는 디지털 자본주의가 세운 공장의 모습을 다룬 책으로, 알고리즘의 지시에 따라 정신없이 움직이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다. 디지털 컨베이어벨트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테일러의 부활을 실감하게 된다. 발달된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으리라는 걱정을 하고 있을 때, 현실의 노동자들은 플랫폼 공장을 돌리는 연료가 되어 갈려나가고 있었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피로에 절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플랫폼에 접속하면 깔끔하고 안전한 가상 세계가 아니라 산재사고의 위험이 가득한 일터를 마주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산업혁명이 만든 공장과 굴뚝에서 아동을 발견한 것처럼 디지털 혁명이 만든 플랫폼 공장에서 조각나고 쪼개진 노동자를 발견할 것이다. 19세기 영국에서 공장 감독관 보고서가 공개되고 공장법과 노동법이 만들어졌다. 플랫폼 공장 보고서가 공개된 후 제대로 된 노동법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이 책 마지막 장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와 독자들이 써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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