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브뤼노 라투르
역자 - 김예령
출판사 - 이음
쪽수 - 212쪽
가격 - 20,000원 (정가)
기후재앙과 코로나 격리에 대해 시대의 거인이 보내는 깊은 사유
코로나 이후에 대한 브뤼노 라투르의 가장 생생한 목소리
“우리는 지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같은 장소를 다른 방식으로 살 수는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격리’이다. 많은 사람이 어디에 숨어 전파되고 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 때문에 불안에 떠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물리적 공간에서 사람들 간의 거리두기가 필요해졌으며, 누군가는 작은 방 안에 격리당하기도 한다. 사실 코로나 이전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일정 부분 격리당한 상태이다. 브뤼노 라투르는 자신의 앞선 책인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에서 기후 위기뿐 아니라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 대규모의 규제 완화, 악몽이 되어가는 세계화로 인해 지구에 각종 위기가 엄습하는 이 시기를 ‘신기후체제’라 선언한 바 있다. 앞선 책에 이어 『나는 어디에 있는가?』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격리라는 고통스러운 시련을 신기후체제가 부과한 우주론의 변화와 연관 지어 설명한다.
프랑스에서 올해 1월에 출간된 이 책은 라투르가 코로나19로 인해 겪은 반복된 ‘락다운’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예전과 같은 세상, 즉 격리 이전과 같은 세계 안에 살고 있지 않다고 밝힌다. 격리 이전의 사람들이 인간중심적 사고를 버리지 못했다면, 우리는 최근의 경험을 통해 앞선 세대가 평범히 누렸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존재들,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 우리가 길들이려 노력하는 각종 바이러스까지도 인간의 일방적 의지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락다운 조치로 인한 ‘격리(봉쇄)’와 우리가 결국 지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유사하며, 지구에 닥친 각종 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같은 장소를 다른 방식으로 살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코로나 이후 ‘지구’와 ‘우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신기후체제에서 ‘지구’와 함께하는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라투르는 이 책에서 코로나 이후의 ‘지구’와 ‘우주’가 어떻게 될 것인지 살펴본다. 그런데 라투르가 말하는 ‘지구’와 ‘우주’의 개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보통명사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그는 행성으로서의 지구가 아닌 “지구를 지구답게 만드는 활동이 있는 공간과 물질”을 ‘지구’라 정의하고, 지구의 바깥을 ‘우주’, ‘지구’에 거주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자들을 ‘지구생활자들’이라고 칭한다. 라투르는 이런 개념들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안과 바깥을 구분해야 하는지, 우리는 과연 어디에 있는지, ‘지구’와 함께하는 삶은 어떻게 가능한지 묻는다.
라투르는 ‘지구’를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을 설명하기 위해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그가 한창 천착하고 있는 주제인 ‘임계영역’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지구의 땅을 기준으로 위아래 약 2~3km를 아우르는 생물막을 임계영역이라 하는데, 그는 임계영역을 측정하는 법과 그 경계를 어디로 볼 수 있을 것인지, 임계영역 안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의 다양한 논의를 풀어낸다. 더불어 우리는 결국 임계영역 안에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이후에 올 생명 형태들을 위기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조금 더 오래 지속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인류는 무한한 우주를 마음껏 휘젓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사는 ‘지구’가 어떤 곳인지 깨닫고 그 한계를 누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긴 격리의 끝에서 우리 모두는 그레고르 잠자다”
「변신」에서 영감을 얻은 철학적 콩트 스타일의 에세이
라투르는 이 책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변신」에 등장하는 그레고르 잠자를 소환한다. 그레고르가 바퀴벌레로 변한 자신을 발견하고 공포에 휩싸이듯이, 우리 역시 어떤 '변신'을 겪게 되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환경오염과 연결되어 있고, 기후 위기를 가속화시킨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변신」에서 묘사된 세대 간의 갈등을 격리가 일반화되기 이전과 이후 세대가 자기 위치를 동일한 방식으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것에 비유한다. 벌레가 된, 따라서 땅의 것이 된 그레고르는 부모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기 위치를 표시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러한 비유를 통해 익숙한 개념을 낯선 관점으로 사유할 수 있게 된다.
격리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사방으로 흩어져야만 한다
라투르가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에서 ‘글로벌화’로 인해 어디서나 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특정 장소에도 거주하지 않는 듯하다는 점을 지적했다면, 전염병으로 인한 격리의 경험을 통해서는 아무 데나가 아닌 어딘가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우리가 거주하는 곳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킬로미터 단위의 거리 개념이 아니라, ‘나는 존속을 위해 무엇에 의존하는가’, ‘내가 살아가도록 하는 것들을 압박하는 위협은 무엇인가’, ‘그 위협들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무슨 행동을 하는가’와 같은 질문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가깝다’는 개념은 불과 몇 킬로미터 거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얼마나 직접적인 방식으로 관여되어 있는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라투르는 자신이 속한 연구 프로젝트 〈우 아테리르〉를 통해, 이처럼 자신의 영토를 묘사하고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라투르의 표현에 따르면 “영토는 당신이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정의하는 것이다.”
우리는 팬데믹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면서 현재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 위기를 통해서 배울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그 위치를 고민하면서 적어도 임계영역에 갇혀 있다는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라투르는 우리에게 사방으로 흩어지라고 명령한다. 스스로 포스트휴먼이 되기를 꿈꾸는 것처럼 앞으로 전진하고 곧장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거주할 영토를 탐사하고 모색하며 최대한 흩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착륙한 장소를 거주할 만한 곳으로 만든 행위역량들에 최대한 협력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것이 마침내 격리에서 풀려나는 해방의 길이 될 것이다.
목 차
1. 흰개미-되기
2. 어쨌거나 상당히 넓은 장소에 격리되다
3. ‘지구’는 고유명사다
4. ‘지구’는 여성명사, ‘우주’는 남성명사다
5. 폭포 형태로 이어지는 생성의 곤란
6. ‘여기 이 낮은 곳’에 — 단, 저 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7. 경제가 다시 표면으로 떠오르도록 놔두기
8. 하나의 영토를 제대로 된 방향에서 묘사하기
9. 풍경의 해빙
10. 필멸하는 몸들의 증식
11. 민족집단형성의 재개
12. 아주 기이한 전투들
13. 사방으로 흩어지기
14.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추 천 사
브뤼노 라투르는 우리의 행동, 열정, 학문, 예술, 정치, 이 모든 것을 다시 고안해서 지극히 실천적인 행위로 전환하도록 이끈다. 우리의 위치를 제대로 잡고, 우리의 세계를 돌볼 것을. 우리의 세계란 여기 이곳, 즉 모든 종들이 다 같이 엄혹한 살상의 시대를 살아나가는 바로 이 땅을 말한다.
도나 해러웨이 과학기술학(STS)자, 「사이보그 선언」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저자
브뤼노 라투르가 없었다면 수 세기 동안 철학이 자연과 문화 사이에 파놓은 단절을 극복하는 일은 결코 가능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안나 칭 인류학자, 『세계 끝에 있는 버섯』 저자
이전의 세계로 최대한 빨리 되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위기 속에서 새로운 삶의 가르침과 그리로 이르는 길을 발견할 것인가? 브뤼노 라투르는 이 둘을 저울질해 보도록 권유한다.
「라크루아La Croix」
관련 이미지
(IP보기클릭)118.235.***.***
(IP보기클릭)118.235.***.***
(IP보기클릭)18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