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일본에서 지진이 잦아 걱정이 많으시군요. 제공해주신 자료를 보면 특정 지역에서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어 불안감을 느끼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질문해주신 "작은 지진이 산발적으로 일어나 에너지를 방출하면, 큰 지진이 터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속설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결론: 과학적으로 사실과 다른 이야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속설은 과학적으로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일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압력솥의 김을 빼는 것에 비유하지만, 지진은 그렇게 단순한 원리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왜 사실이 아닐까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에너지의 크기 자체가 비교가 안 됩니다.
이것이 가장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지진의 규모(Magnitude)는 로그 스케일(Logarithmic Scale)로, 규모가 1.0 증가할 때마다 지진 에너지의 양은 약 32배씩 커집니다.
- 규모 4.0 지진보다 규모 5.0 지진은 32배 강합니다.
- 규모 4.0 지진보다 규모 6.0 지진은 32 x 32 = 약 1,000배 강합니다.
- 규모 4.0 지진보다 규모 7.0 지진은 32 x 32 x 32 = 약 32,000배 강합니다.
즉, 규모 4~5 정도의 지진이 수백, 수천 번 일어나야 규모 7~8급의 대지진이 방출할 에너지를 겨우 해소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보여주신 자료의 규모 5.0 지진 수십 번으로는 대지진을 막기엔 '새 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에너지를 미리 방출해서 큰 지진을 막는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2. '지진 에너지'의 축적 방식에 대한 오해
사용자께서 "지진 에너지는 모이는 게 아닐 텐데...?"라고 정확히 짚어주셨습니다. 지진 에너지가 액체처럼 어딘가에 '고이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한 원리: 지각을 이루는 판(Plate)들이 서로 움직이다가 특정 단층(Fault)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그 힘이 **'응력(Stress)' 또는 '변형(Strain)'**의 형태로 암반에 축적됩니다. 마치 고무줄을 계속 당기거나 자를 휘게 할 때 장력이 쌓이는 것과 같습니다.
지진 발생: 이 응력이 암반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단층이 순식간에 '파괴'되거나 '미끄러지면서' 그동안 축적된 변형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 바로 지진입니다.
작은 지진들은 이 거대한 단층 전체가 아니라, 단층의 일부 작은 부분들이 깨지거나 미끄러지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는 오히려 **"이 단층에 응력이 많이 쌓여서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3. 잦은 지진은 오히려 '전진(Foreshock)'일 수 있습니다.
작은 지진들이 계속되는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군발지진(Earthquake Swarm): 본진(Mainshock) 없이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사용자가 보여주신 '가고시마현 토카라 열도' 지역은 대표적인 군발지진 발생 지역입니다. 화산 활동이나 복잡한 단층 구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납니다.
전진(Foreshock): 큰 지진(본진)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작은 지진들입니다. 단층이 곧 크게 파괴될 것이라는 전조 증상일 수 있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나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도 본진 발생 전에 규모가 큰 전진들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현재 발생하는 지진이 단순한 군발지진인지, 아니면 더 큰 지진의 전진인지를 미리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요약 및 결론
"작은 지진이 에너지를 해소해 큰 지진을 막는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속설입니다.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축적'은 판의 움직임으로 인해 단층면에 '응력'이 쌓이는 것을 의미하며, 작은 지진은 이 응력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층이 불안정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연속적인 지진은 큰 지진의 전조 현상(전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안심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작은 지진으로 에너지가 해소되니 안심이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 지역의 지각 활동이 활발하니,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올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며 항상 지진에 대비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훨씬 현명하고 안전한 접근 방식입니다. 일본 기상청 등 관련 기관의 정보를 주시하며 대비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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