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꽃을 혼낸 날
1
햇살이 좋다.
밖에 나가지 않았다.
부는 바람만 창밖으로 내다봤다.
나무들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매화 꽃가지를 몹시 흔들고 있다.
3월 바람은 차고 힘차게 나무들을 흔든다.
죽은 가지는 부러뜨리고
마른 풀은 쓰러뜨려놓는다.
할머니한테 혼난다.
할머니한테 혼나야 멀리 가는 지침이 된다.
혼나야 울면서
독립하여 자리잡는다.
2
새로움이 전체적일 때 혁명이다.
자연에서 파급은 없다.
동시에 봉기한다.
3
나를 폭파하고
해체하라.
새로 조립하라.
바람이 가게 두라.
꿰매려 들지 마라.
앞산 소나무가 푸르구나.
어떻게 할 수 없다.
돌릴 수 없다.
살릴 수 없다.
잡을 수 없다.
손은 필요없다.
앞산은 없다.
4
바람이, 찬바람이 불었다.
날씨가 을씨년스러웠다.
봄날 특유의 거친 날이다.
춥고
나는 때로 내가 생각하기에도
옹졸한 언행을 저지른다.
어떤 ‘곳’에서 ‘것’에서 탈출하기 위해서인데
구덩이를 더 깊이 파며 그곳으로 빠지며
허우적거리는 하수를 둔다.
내가 내게 곤혹스럽다.
그러고 보면 그것은 못난 짓이다.
나는 정말 못난 놈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가 확인한다.
괴이한 일이다.
만회를 위한 노력이 패착이 된다.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그냥 잊고 있으면
지나가 해결이 되어 있다.
순간을 견디지 못하거나,
패착은 순간에 결정난다.
5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말이 내게 와서
내 삶을 새롭게 해석해 나의 세상을 넓혀준다.
또 그 말이 어느 날 문득 내게 다시 와서
또 그렇게 새로 해석해서 새로운 세상을 읽게 한다.
어떤 말의 확대와 확장은 놀라운 흥분을,
삶의 경이를 보여준다.
그것은 아름다운 변화,
나는 그 말의 진의에 다가간다.
얼마나 많은 말이,
또 어디서 본 듯한 말의 얼굴들이
나를 놀라게 하는가.
말들이 주는 뜻의 넓이와 깊이와 높이는
내 마음을 찬란하게 열어간다.
그 많은 말은, 나를 괴롭히고 고통을 가져다주며
내 사랑을 채근하고 채찍질하였다.
모든 말은 아프고 아름답다.
말들은 세상을 향해 나뭇가지들처럼 뻗어나가
세상을 만나 어루만지고 바람을 맞이한다.
나는 눈물을 안다.
같은 말이라도 어제의 말과 오늘의 말은 다르다.
현실은 살아 움직이며 끝이 없이 말을 만들어낸다.
해석은 시인의 운명이다.
나는 어찌 저 강과 산으로
사랑을 아는 시인이 되었던가.
6
꽃 아래서는 다 가난해질 수 있다.
깨끗하게 가난해야
아름다울 수 있다.
아름다움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이끼를 보았다.
이끼도 꽃을 피운다.
올해는 이끼꽃
보는 시간이 많았다.
이끼꽃은 자기처럼
보이지 않은 작은 비가 와야 받아든다.
자기 힘으로 들고 있을 수 있을 만한
크기와 무게를 받아 달고 있다.
휘어지지 않을 고통의 특이점을
그들은 알고 있다.
나는 그 손들을 보러 간다.
그것은 자신을 아는 아름다운
무아, 무심, 무대책, 무시, 방관이다.
자유다.
정의다.
생명을 지키는 균형감이다.
사랑만이 그것을 이룬다.
세상의 생존을 지킨다.
나는 이슬을 깨우지 않고 멀리 돌아간다.
7
용서
될 때
그때
꽃은
핀대요.
그러니까
티 없을 때
그 사랑을
버리고 일어설
그때
시는
완성된다네요.
아까 본 그 꽃이
이제야
그런다고
그러네요.
지난
후에.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
김용택,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