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탄콜로니*
여덟 살에서 열 살쯤 보이는
두 아이가 여관방 문 앞에 서 있다
한 아이는 빗자루를 들고
더 어린 한 아이는 화장실 변기를 청소하는
푸른색의 세정액을 들고 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아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고향이 어디인지
아주 사소한 것도 물을 수 없다
어젯밤 나는 빈대에게 왼쪽 발을 14군데나 물렸다
아침에 물린 자국을 하나둘 세어나갈 때
가슴 한쪽이 화안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어젯밤 빈대에게 물린 자국이야
나를 보며 서 있는 두 아이에게 왼발을 보여주었을 때
한 아이가 하얗게 웃으며 팔뚝을 걷어 보여준다
그곳에 빈대 자국이 자운영 꽃처럼 수북수북 피어 있다
우리 모두는 어디에선가 다 물리며 산다
고향이 어디인지
부모의 이름이 무엇인지 서로 모르지만
떠오르는 아침 햇살 속에서
배고픔과 악취가 사라져가는 그리움 속에서
물리며 빨리며 뒤엉켜 울며
자신이 누구인지 잊혀간다
* 뉴델리 외곽 티베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곽재구, 문학동네시인선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