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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몰아치는 새까만 하늘.
창공을 자유롭게 누비는 날짐승들조차 피해갈 그 밤하늘.
‘쿠웅!’
장대비를 사정없이 쏟아내고 있는 새까만 구름 너머에서 느닷없이 엄청난 충격파가 퍼졌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맹렬하게 몰아치던 폭풍이 멈추고, 빗줄기가 그대로 하늘에서 ‘정지’해버렸다.
그렇다, 문자 그대로 빗방울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서 그대로 멈춰버린 것이다.
‘쿠웅, 쿠우웅… 콰아아앙!!!’
폭풍을 걷어낸 충격파가 모든 것을 뒤흔듦과 동시에, 짙은 먹구름과 허공에 멈춰선 빗방울이 모조리 흩어지고, 밤이 낮으로 바뀌었다.
짙은 어둠을 파먹는 푸른 빛.
정체를 알 수 없는 빛이 순식간에 하늘을 뚫고 대지에 내리 꽂혔다.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10장의 날개를 지닌 존재는 부드러운 바람과 빛으로 푸르게 변한 하늘 위를 떠다니며 이내 대지에 빛, 아니 번개로 이루어진 것만 같은 거대한 기둥을 꽂아 넣었다.
마치 수백 년은 된 것만 같은 초목들이 솟아나듯 자라나고 있는 땅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더니, 그로 인해 영겁의 세월 동안 억눌러져 있던 불길이 치솟고, 하늘의 빛나는 존재를 향하여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점점 더 수북해지고 있는 나무와 수풀의 파도에 휩쓸려 우왕좌왕하고 있던 철충의 군세는 그제야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하늘에 있는 빛나는 존재를 지금 떨어트리지 못하면, 자신들에게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하늘을 날지 못하는 이들의 총부리는 창공을 향하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이들은 지체할 틈 없이 빛을 뿌리면서 대지의 열을 빨아들이고 있는 존재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곧, 수없이 많은 총탄과 발사체들이 하나의 점을 향해 모여들었다.
‘쿠르르릉… 콰광!!!!’
그러나 그 수많은 총탄이 닿기 직전, 지열을 흡수하고 있던 빛의 점에서 강력한 충격파가 퍼져나가며 사방을 뒤흔들었다.
‘후두둑…….’
첫 번째 충격파가 닿자 하늘을 빼곡히 메운 철충의 무리가 일제히 빛을 잃으며 대지로 다시 떨어졌다.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린 철충 무리가 땅에 닿기 직전, 두 번째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쿠르릉!’
이번에는 하늘의 색이 뒤바뀌며, 순식간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돌풍이 사방에서 몰아치더니, 이내 거대한 회오리바람들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 하늘에서 떨어지던 모든 철충, 그리고 탄환과 미사일들을 거두어 사방으로 흩어 놨다. 거대한 사포로 문지른 것처럼 철충들은 온 몸이 갈려버렸고, 남아있던 철충들은 충격파를 온몸으로 맞고 일제히 경련을 일으켰다.
‘파지직… 파지지지직…!’
뒤틀리듯 경련하는 철충의 파도들의 몸뚱이에서 일제히 푸른색의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발작하던 그것들은 전부 움직임을 멈춘 채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차례대로 바닥으로 널브러지며 수풀과 덩쿨에 뒤덮여버렸다. 그렇게 쓰러진 철충들의 몸뚱이에서 하얀색의 불꽃들이 새어 나와, 대지의 불을 빨아들이고 있는 존재를 향해 날아들었다.
‘쿠르릉, 쿠르르릉…… 번쩍!’
그것을 마지막으로 눈이 부시다 못해 멀어버릴 것만 같은 엄청난 빛의 ‘폭발’과 함께 화면이 격렬히 요동치다가 암전되었다.
-
【…】
근래에 괌에 새로이 건설된 전진기지.
그곳에 마련된 기밀통신실에서 한 여자가 회선 너머에서 영상의 재생이 끝나기 직전의 장면을 반복해서 돌려보고 있었다.
화면이 요동치다가 빛의 파도에 파 먹히기 직전, 아주 찰나의 순간 동안 보이는 하늘 위의 형체를 알아보기 위하여 확대는 물론 여러 가지 조정을 가하고 있던 여성은 점점 더 심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거, 조작을 가하지 않은 영상이지?】
그녀의 말에 데이터를 보내 준 장본인, 라비아타 프로토타입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해줬다.
“옐로스톤에서 발굴한 데이터 중 하나에요, 에바. 전혀 손을 댄 게 없는 순정 상태죠.”
에바 프로토타입은 라비아타의 말에 곰곰이 생각에 빠진 표정이 되었다. 찬찬히 훑어보던 에바의 두 눈은 점점 경악에 물들었다.
【그러면 이건 옐로스톤 칼데라에 구멍을 낸 후 지열을 흡수하는 모습이라는 건데. 이런 걸 그 사람에게 보여줬다는 거지?】
에바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화면 너머의 바이오로이드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밝힐게요. 이미 주인님께 보고서를 올리긴 했어요. 하지만 그건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편집을 한 거죠.”
【흠? 그래도 되겠어? 드문드문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블랙 리리스와 컴패니언 시리즈 다음으로 서약 받은 것이 라비아타 너라면서?】
꽤 의외라는 듯, 에바 프로토타입이 표정을 바꾸면서 질문해오자 라비아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내용을 어떻게 주인님께 곧바로 올리겠어요? 전 옐로스톤이 그저 자연공원이라고만 알고 있었는 걸요.”
【흐음, 그 사람이 충격을 받지 않게끔 배려하는 걸로 이해해도 되는 거지?】
“그런 셈이죠. 솔직히 주인님이 가공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받으시면 감당하실 수 있으실지 장담을 못 하겠었어요.”
【풋풋하네. 블랙 리리스와는 또 달라.】
흥미로운 표정으로 쳐다보던 에바는 갑자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가면을 벗은 것처럼.
【애덤한테도 그 반만 해주지 그랬어.】
“……데이터 전송합니다. 한번 봐주세요.”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말에 애써 답하지 않으면서 자료를 전송한 라비아타를 보며 가벼이 한숨을 내쉰 에바는 받은 자료를 열람하다가 이내 안색이 굳어버렸다.
【B 구역부터 D 구역까지 분류해놨다고? 그리고 이 좌표들은…… 세상에…….】
에바는 좌표들과 함께 늘어선 지도, 그리고 사진들을 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탐보라, 백두산, 아소산, 거기에 아까 영상의 옐로스톤…….】
에바 프로토타입은 좌표가 찍힌 구역의 지층 구조들을 모조리 띄워놓더니, 멍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나같이 초화산(超火山)들이잖아, 맙소사….】
“……초화산이라니, 농담이죠? 그렇다고 말해줘요, 에바.”
【차라리 나도 농담이면 좋겠어. 무슨 이런 웃기지도 않는 일이 다 있지?】
에바의 얼굴을 감싼 손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 일이었나? 대체 어떻게 이런 기상천외한 일을 벌일 수 있지?
【이건 지열을 흡수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이 별의 에너지를 포식한 거지.】
방금 들은 말을 이해하지 못해 잠깐 얼어있던 라비아타는 멍하니 서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별을 먹는 자, 라는 말인가요?”
【별을 먹는 자, 라…… 거창하지만 더 나은 말이 떠오르지 않네. 아주 적절한 이름이야.】
그녀의 요약 실력이 다소 마음에 드는 듯, 가벼운 한숨을 내쉰 에바는 다시금 영상을 돌려봤다. 그리고 정말로 한탄하듯, 공허한 투로 입을 열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렇게 말한 그녀는 화면을 멈췄다. 그리고 붉은 지열을 깔때기 형상으로 만들어서 공중으로 빨아들이는, 10장의 거대한 날개와 그 중심의 인간의 형체를 노려보면서 잠시 침묵했다가 이내 말을 이어나갔다.
【철충이나 별의 아이가 이런 현상을 일으켜도 기함을 했을 정도의 최악의 재난이야. 그 어느 누가 감히 행성의 지열을 멋대로 포식하는 존재가 있을 거라 상상했겠어?】
그 말을 한 후, 그녀는 영상에 나온 형체를 최대한 확대하면서 심란한 표정이 되었다. 다시 보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재차 확인해야 하는 현실이 원망스러운 듯 억지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에바의 눈에는 고통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이 영상에 나온 재난의 근원은… 너도 알고 있겠지만 그 하늘에서 떨어진 놈들도, 바다에서 올라온 놈들도 아니지.】
“…예.”
라비아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것을 들으며 에바는 화면을 극한으로 보정했다. 그러자 오르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메이드 복장을 입은 누군가의 모습이 윤곽을 드러냈다.
차이점이 있다면, 오르카에서 볼 수 있는 건 옆구리와 복부를 다 드러낸 짙은 남색 위주의 메이드 복이라는 것이었고 화면에 나타난 건 노출이 전혀 없는 복장이라는 것이었다. 앞치마와 프릴의 유무, 그리고 소매의 길이도 조금씩 차이 났으며, 색 역시 옥색과 백색 위주라 한 눈에 그 차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메이드 복장보다는 기품이 느껴지는 드레스라고 해야 옳을 옷을 입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화면에 나온 여성은 자신의 몸보다 적게 잡아도 20여 배는 더 긴 10개의 보석과도 같은 날개들과 함께 공중에서 주저 없이 지열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레아 프로토타입…….”
【또 다른 이름은 베타-13 시제품이지.】
그렇게 말한 후 에바 프로토타입은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복장과 외모를 어떻게 잊겠어? 이 애를 토대로 오베로니아 레아가 만들어지고 페어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얼굴을 손으로 짚으며 천천히 고개를 떨어트렸다.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이걸 바이오로이드라 부를 수 있는 거야? 전란으로 쑥대밭이 되어 있던 황무지를 통째로 녹림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서, 채굴용 구멍을 뚫어버린 후 지열을 마음대로 포식하는 존재가? 아니, 그 전에 저게 생물이라 부를 수 있는 무언가이긴 한 건가? 데이터대로면 전례 없는 새 방사성 물질까지 합성한다는데?】
에바의 고충이 담긴 토로에는 라비아타도 감히 무어라 토를 달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렇게 침묵하고 있는 라비아타 프로토타입의 귀에 쐐기를 박는 에바의 말이 덧붙여졌다.
【대체 애덤과 김지석 그 망할 인간은 아무 말도 안하고 무슨 사고를 친 거야?】
진심이 담긴 황당함과 충격이 느껴지는 말이었지만, 보고서를 작성하는 내내 라비아타가 느낀 것과 정확히 똑같은 감상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이었다.
“정말…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몰랐지만, 그 두 사람은 엄청난 일을 저질러놓고도 자매기인 제게도 일언반구 하지 않고 지금껏 숨겨놓고 있었어요.”
라비아타는 문득, 작은 의문을 느끼고 질문을 건넸다.
“아미나 존스는 알고 있었을까요?”
【그럴 리가 있겠어?】
에바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이 정도로 치밀하게 숨겨뒀었다면 아미나 그 계집도 이런 게 있다고는 꿈에도 상상 못 했을걸. 두 차례에 걸친 연합전쟁에서조차 모습을 안 보였잖아. 치밀한 남자들 같으니.】
그렇게 말한 후,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 에바는 라비아타를 보면서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너도 모른다는 걸 보니, 그 둘은 너와 다른 시제품의 기억에도 손을 댔을 가능성이 보이네. 아니, 확실해. 애덤은 몰라도 내가 아는 김지석이라면 충분히 그럴 위인이니까.】
“다른 시제품이란…….”
【감마 타입 시제품. 아니,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이라고 불러야 좋을까? 오르카에 승선해있는 그 리리스를 말하는 거야.】
-잠시만, 그럼 리리스가 내게서 삼안 보안 모듈을 빌려 간 것도 혹시…….
그 순간, 라비아타는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갈 수 있음을 직감했다. 어쩌면 자신이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방향으로 급류를 타고 흘러갔을지도.
“…에바, 오늘 통신에 어울려줘서 고마워요. 잠시 일이 있어서 다음에 연락할게요.”
【그래… 잘 지내렴.】
그녀의 급격히 변한 표정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해낸 에바 역시 인사를 받아주며 조용히 충고를 덧붙인 후, 회선을 종료했다.
화면이 꺼진 실내에서 잠시 우두커니 서 있던 라비아타 프로토타입은 이내 모든 통신 기록을 삭제한 후, 조용히 방을 나섰다.
-
“진짜 골치 아픈 보고서네. 다시 볼 엄두가 안 나.”
한편 같은 시각, 오르카의 함장실.
오르카의 함장이자 저항군의 총사령관은 라비아타가 최대한 간추리고 이해하기 쉽게 대수술을 시행한 보고서 파일들을 다 읽은 후 약간 마른 눈을 비비면서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라비아타 언니의 손을 거쳐서 주인님께서 읽으시기 편하게 바뀐 거랍니다?”
그런 그의 옆에서 문제의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쓰인 자료를 직접 발로 뛰어서 수집한 당사자가 갓 내린 커피가 담긴 잔을 건네주면서 말하자 절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너도 너무 무모했어….”
그렇게 말한 후, 사령관은 잔을 들어 입에 가져가면서 말을 덧붙였다.
“아무리 시라유리를 같이 보냈다 해도 북미 한복판까지 갔다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후훗, 그래도 안전히 돌아왔잖아요?”
“웃으면서 넘길 일이 아니야.”
평소처럼 블랙 리리스가 능글맞게 넘어가려 하자 사령관은 딱 잘라 말했다.
“리리스 너는 거기가 누구 영역인지 뻔히 알면서 다녀온 거잖아.”
금색 눈의 메이드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으음, 주인님은 제가 레모네이드에게 무슨 짓을 당할까 봐 걱정하셨던 건가요?”
“당연한 소리를 하네. 스노우 페더한테서 괌에서 그 녀석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들었잖아?”
세레스티아가 이끌고 있던 마을에 찾아온 레모네이드가 저지른 만행에 대한 상세한 내막은 Mr.알프레드는 물론, 스노우 페더와 아크로바틱 써니에 의해 사령관을 비롯한 지휘부에 자세히 알려지게 되었다.
그 이후 레모네이드가 이끄는 팩스의 잔당들을 적대세력으로 확실히 규정하고, 그들과의 충돌도 대비하여 작전 계획도 작성했을 정도였으니, 본디 사령관의 곁을 떠나지 말아야 할 경호대장이 그들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는 건 충분히 걱정할만한 일이었다.
그것도 변두리가 아니라 깊은 안쪽!
“후훗, 주인님께 괜히 걱정 끼치게 했네요. 또 나쁜 리리스가 된 느낌인걸요.”
“그래도 죽은 리리스가 되지 않았으니 다행이야. 네가 어디 갔는지 듣고 나서 내 심장 반절이 떨어져나가는 줄 알았어.”
진심을 담은 그의 말에 금색 눈동자의 메이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흐음, 그럼 다음부턴 걱정 안 끼치게 어디로 갈 때 착실히 보고 할게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내게 통보하고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그 말에 고개를 내저은 사령관은 의자를 돌려, 호박색 눈과 마주하며 말을 덧붙였다.
“아예 위험한 곳에 발을 안 들이면 안 되겠어…?”
“그건….”
그의 걱정이 담긴 말에 그녀는 순간 멈칫했다.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정말 망설이다가, 차마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살짝 아래로 내려갔다.
“……바로 답을 못 하는 거 보니 또 비슷한 일을 할 수도 있다는 거구나.”
그저 자기 생각이 틀리기를 바라며 낮게 깔린 투로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온 것은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돌아온 확고한 답이었다.
“……네. 죄송해요, 주인님.”
고개를 찬찬히 숙이면서 앞으로의 일에 대한 사과를 담은 말이 돌아오자 사령관은 얼굴을 짚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서약을 한 후, 무언가 고민하던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에게 자유로이 행동하도록 허가한 것 때문에? 아니면 그녀를 진심으로 아끼게 된 것 때문에? 도통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이제는 짐작이 안 갔다.
“대체 무엇을 하려고 그렇게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위험한 곳을 드나드는 거야?
“.....”
블랙 리리스는 곧바로 답을 못 하고 살짝 고개를 돌렸다. 머릿속에 담은 말을 쉽게 풀어내려는 듯이, 그녀는 몇 분간 침묵하다가 고개를 이리저리 까딱였다. 잠시 후, 리리스는 한번 입술을 살짝 씹은 후 입을 열었다.
“주인님,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응.”
“만약… 주인님께선 주인님의 기억과 과거에 주인님의 행적을 기록해둔 기록, 그리고 주인님을 아끼는 이들의 기억이 전부 다 어긋나고 있다면 어찌하실 건가요?”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지구의 마지막 인간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녀는 어째서 저런 걸 자신에게 묻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저런 질문을 건넸는가?
“일단 혼란스러울 것 같네. 어째서 그런 차이가 존재하는지 말이야.”
“후훗, 그런가요? 구체적으로는 어떤 면에서 혼란스러우실 것 같나요?”
리리스가 살짝 웃으면서 되묻자 그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리앤… 이럴 때 생각나서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네.
자비로운 리앤.
즐거운 토모라는 토모의 돌연변이 개체에서 파생된 기종.
하지만 일반적인 파생 모델과 달리, 자비로운 리앤은 즐거운 토모의 기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 기억을 제거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전부 속 빈 껍데기만 만들고 말았다고 하니, 즐거운 토모의 기억은 리앤의 영혼, 또는 정체성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리앤의 사례를 떠올리고 나니, 사령관은 리리스의 질문이 무엇을 묻고자 하는 것인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생기겠지. 내가 진짜 나라는 보장이 어디 있어? 객관적 사실과 주변사람들의 기억, 그리고 내 기억이 전부 다르면 누가 진짜 나일까? 내가 진짜 ‘나’이긴 한 걸까?”
최초의 컴패니언의 눈이 가늘게 미소를 머금었다.
“정말 주인님은 훌륭한 분이세요. 단번에 정답에 한없이 근접하셨어요.”
“지난 일에서 배운 것뿐이야.”
리리스는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어나갔다.
“주인님께선 자신의 과거도 흐릿하신 분이지만, 이런 과거를 생각해야 하는 질문을 들으시면 늘 저희의 입장으로 생각해보시면서 답을 도출해보시잖아요? 대체 누가 그런 걸 할 수 있겠어요?”
“.......”
그런 그를 보며 그녀는 윙크를 하며 자신이 건넨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줬다.
“결국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누군가는 혼란스러운 정체성에 순응하겠고, 누군가는 혼란의 원인을 찾아 나서며, 또 누군가는 현실에 절망하겠죠. 아, 이래선 정답이라 할 수 없으려나?”
“그럼…… 네가 하고 싶은 것은 혼란의 원인을 찾아나서는 거야?”
리리스는 미소를 머금은 채 답했다.
“후후, 정답이랍니다. 그게 제게 한해서는 정말 딱 들어맞는 답이에요.”
블랙 리리스의 그 답을 통해 순간 퍼즐이 머릿속에서 맞춰지기 시작했다.
“…너의 기억에서 빠진 퍼즐 조각을 찾아내려는 거였구나, 리리스.”
사령관의 말에 리리스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네. 맞아요.”
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다소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봤다.
“얼마 전에 제 기억과 라비아타 언니의 기억, 그리고 삼안의 데이터에는 어딘가 맞물리지 않는 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그 말을 한 그녀는 살짝 쿡, 하고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후훗, 사실 일찍 알아챘어야 하는 건데 말이죠.”
“역시 포이와 스노우 페더를 본 것이 계기가 되었나 봐?”
사령관이 조심스레 묻자 최초의 컴패니언은 고개를 돌렸다.
“정말 주인님은 어떻게 그렇게 리리스에 대해서 콕콕 잘 집어내시는 걸까요. 정답을 콕콕 집어내시네요.”
“그 일 외에는 딱히 생각할 거리가 없으니 말이지. 그리고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닌데 잘 아는 건 당연한 거야.”
“어머나~. 부끄러운 말씀을 막 하시네요~.”
그의 말에 입을 가리면서 부끄러운 듯이 웃은 블랙 리리스는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후후, 주인님도 아시겠지만 전 최초의 컴패니언이에요. 하지만 ‘프로토타입 야옹이’라는, 포이에 대한 기억이 제게는 전혀 없어요.”
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짚었다.
“기억에 남은 프로토타입 고양이의 모습도 페로에 가까웠고요. 심지어 마지막에 개발된 컴패니언 모델인 올빼미에 대한 것도 기억에 없어요.”
포이와 스노우 페더를 맞이했을 때 느꼈던 기묘한 ‘이질감’을 말하며 리리스는 꽤 괴로운 듯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하지만 이상한 건, 라비아타 언니는 그 둘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게나마 존재한다는 거예요. 삼안의 큰 언니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무언가 이상하죠? 그것도 불완전한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이.”
무언가 기이함을 느끼게 만드는 그녀의 말들을 들으며 사령관은 점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상하다.
무언가 명백히 이상하다.
최초의 컴패니언인 눈앞의 경호대장의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라비아타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 어딘가 불완전한 기억이다. 이것은 바이오로이드에게 있어선 결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아니, 이런 이질감을 느낀 경우가 있긴 했다.
기억 속에서 좀처럼 떠올리고 싶지 않은, 비참한 삶을 살아왔던 블랙리버 출신 실험체 바이오로이드 하나가 그러했다.
“……레이시가 이런 경우의 딱 반대였던 거 같은데.”
거짓된 기억을 주입받으며, 거짓된 희망에 매달려있던 실험용 바이오로이드.
“주인님도 그녀를 떠올리셨군요. 맞아요, 딱 레이시 양의 반대되는 상황이죠.”
초점이 흐려진 금색 눈으로 사령관을 바라보며 그녀는 자신의 의문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누가 감히 최초의 리리스와 라비아타 언니의 기억에 손을 댈 수 있을까요? 대체 무슨 목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니면 무슨 이득이 있어서? 전 이 기억의 공백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것이 너무 괴로웠어요.”
“……”
“전 그저 그걸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 미련하다 하셔도 좋아요, 그저 이 기억의 공백을 메꿀 방법을 찾아내고자 바다를 넘고, 대륙을 넘으면서 단서를 찾고 있었어요.”
울분마저 느껴지는 고백과 함께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은 천천히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 덕분에, 주인님께 걱정을 끼치는 나쁜 리리스로 돌아와 버렸지만요…….”
“……리리스.”
차마 여태 말을 못 하고 속에 품어왔던 감정을 쏟아낸 그녀가 안타까운 듯,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 반지를 줄 때부터 난 언제나 네 편이 돼 주기로 했어. 너의 고민은, 나의 고민이고, 너의 아픔은 나의 아픔이야.”
사령관의 따뜻하고 굳센 손이 그녀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네가 홀로 다닌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했어. 어지간해선 없는 이유도 만들어서 내 곁에서 호위한답시고 붙어있으려는 경호대장님이 아무 이유 없이 훌쩍 떠날 리가 없으니까.”
“우… 왠지 병 주고 약 주시는 느낌이 드는데 리리스의 착각이겠죠, 주인님?”
어딘가 푹푹, 마음 한 구석을 찌르는 말에 순간 움찔한 블랙 리리스는 한 마리 작은 동물처럼 움츠러든 채로 사령관을 올려다보며 되물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만, 이번만큼은 정답. 위험한 곳에 갔으면 약간의 언질이라고 해주고 갔어야지, 아무리 사후통보 허가해줬어도 이번은 진짜 잘못한 거야.”
“우우. 가차 없으신데요.”
“이렇게 말 안 하면 또 그럴 거잖아.”
약간 주눅 든 시늉을 하면서 재차 말하는 순간 다시금 푹, 들어온 한 마디에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은 진심으로 머리가 띵, 해지는 것을 느꼈다.
역시 이 사람은.
아니, 그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인이자 반려자로써 택한 이 남자는 그녀를 너무 잘 알았다.
“아까 심장이 반쪽이 될 뻔 했다는 거 진짜 농담 아니야. 보고서에 올라온 지역을 본 순간 얼마나 경악했는지 상상도 못 할 걸.”
“으으, 그러시니 진짜 나쁜 리리스가 된 거 같은데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전혀 힌트라곤 안 주고 그런 곳에 갔다 온 건 나쁜 리리스가 맞네. 부정할 수 없어. 까딱하면 시라유리까지 같이 사이좋게 세상에서 사라질 뻔 했는걸.”
차마 ‘나쁜 리리스’라고 그녀 스스로 말한 것을 부정하지도 않고, 가볍게 양손을 들어 보이면서 그가 한 말에는 꽤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주인님, 지금껏 말씀하신 걸 쭉 보니 제가 말없이 위험한 곳에 다녀온 것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짚으시지 않으셨는데. 정말로 그것 외에는 화난 게 없으신 건가요?”
“네가 진짜 원하는 걸 이루고 기뻐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난 족해.”
그렇게 말한 후, 잠깐 고민하던 표정이 된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네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른 채 걱정만 하고 싶지 않아. 최소한 힌트는 주고 다녀와 주는 걸로 해줘. 그래야 안심하고 잠을 잘 거 같네.”
사령관의 그 말을 다소 멍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리리스는 이내 쿡, 하고 웃었다.
“후훗, 정말 한번 약속하신 걸 번복하지 않으시네요.”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지 깨트리라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것도 그러네요.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죠.”
그의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쳐준 말에 고개를 살짝 주억거린 그녀는 오른손을 자신의 가슴에 살짝 포개면서 눈을 감았다.
“그 당연한 것을 누리지 못 한 멸망 이전의 자매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녀들도 주인님과 같은 인간님을 만났다면 좀 나은 결말을 맞이했을까요?”
사령관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건네줬던, 오르카 내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서약반지가 끼워진 그녀의 왼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렇게 리리스의 손을 잡은 그는 찬찬히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면 한 달, 아니 근 두 달 가까이 제대로 같이 있질 못 했지.”
그 말을 한 후, 사령관은 오르카에 막 합류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생기가 도는 호박색 눈을 보면서 잠시 말을 멈췄다. 동시에 손에 쥔 리리스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만 같이 꽉 쥐었다.
“……그러니 내일까지라도 둘이서 같이 보내자.”
자신의 손을 굳게 붙잡은 손을 통해 그가 어떤 감정을 숨기고 있는지 어렴풋이 눈치 챈 블랙 리리스는 금색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미안함, 씁쓸함, 애정.
3가지 감정이 뒤섞인 그 눈은 이내 감기며, 그에게 몸을 맡겼다.
“네, 그럴게요. 마침 밤새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으니까요.”
“그래… 꼭 들려줘.”
바람을 타고 떠도는 민들레 씨앗과도 같이, 언제라도 조용히 오르카를 떠나서 또 다시 세계의 어딘가로 향할 것이 분명했지만 그래도 잠시라도 그녀와 함께한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는 그녀를 꼬옥 껴안았다. 지금은 이걸로 되었다.
“네 동생들한테는 내가 연락을 할게.”
“후훗, 아뇨. 제가 연락할게요.”
리리스는 검지로 그의 입을 막은 후, 장난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하루 종일 주인님과 단 둘이 있을 거라고 맏언니가 직접 알려줘야 작은 소동이 일어나죠. 그것도 소소한 재미랍니다?”
송곳니를 살짝 드러내며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여느 때와 달리, 이름에 어울리는 악마다움이 느껴졌다.
-참 이럴 때만 이름값을 한다고 해야 할까.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던 사령관은 안쪽에서 문이 잠기도록 홀로그램 패널의 버튼을 눌렀다. 그것과 동시에, 블랙 리리스가 함장실에 자리해있는 소파로 그를 실수인지 일부러인지 알 수 없는 몸짓으로 살짝 밀어버렸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사실이 아니리라.
마무리를 앞두고 있던 결재업무들은 한순간에 내일로 미루어졌지만, 간만에 뒤엉키며 불이 붙기 시작한 두 사람에게는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
그것이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오르카 모두의 격언이었으니까.
-
“……북미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철충의 감염을 피하고, 에이다를 비롯한 AGS의 통제에도 들어가지 않은 삼안의 기업용 군사위성 중 하나가 찍은 북미의 위성사진을 확보한 라비아타는 주황색 눈으로 서해안을 넋이 나간 듯이 보고 있었다.
멸망 이전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그리고 유타라 불렸던 미 서부 주(州)들을 통째로 집어삼킨 무시무시한 크기의 거대한 폭풍.
심지어 과거의 기록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최소한 90년 이상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고정’된 채, 미 서부를 뒤덮고 있는 돌풍과 폭우, 그리고 푸른 번개의 덩어리.
“이건 말이 안 되는데… 어떻게 폭풍이 1세기 가까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거지?”
라비아타는 턱을 괸 채로 조용히 홀로그램 화면을 노려봤다. 지금도 북미 서부에서 똬리를 튼 채 대지를 초토화시키고 있을 폭풍은 지금껏 알고 있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존재였다.
-레모네이드들이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못 움직인 것이 이거 때문일 수도 있겠고…….
멸망 전, 기상청에서 만든 기준으로는 카테고리 5를 뛰어넘는 강렬하고, 거대한 폭풍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던 라비아타는 이내 가벼이 한숨을 내쉬며 데이터를 메모리로 이동시켰다.
“리리스가 원하는 자료가 이것은 아닐테고… 주인님께 알려드릴 이상한 정보가 하나 더 늘어버렸네.”
한탄 섞인 혼잣말을 한 그녀는 시설의 전원을 내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전원이 차례대로 내려가며 홀로그램 화면이 꺼지기 직전, 폭풍의 눈 너머로 보이는 미 서부의 대지는 멸망 이전의 사막과는 거리가 너무나 먼, 짙고 푸른 숲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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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존재하며, 그녀는 삼안제 바이오로이드다.
이 곳에서 한해서 만큼은 이 명제는 진실에 한없이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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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2.05 10: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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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풀어나갈게 많아졌습니다 외전 재밌었어요 | 20.12.05 10: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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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흑룡 레아트리온x 선조룡 레아보레아스o | 20.12.05 10: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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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보레아스는 몸통박치기랑 화속성으로만 다 패는애라서 블랙웜 쪽이 더... | 20.12.05 10: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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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쫙쫙 뿌리는 아본에 등판 안한 선조룡이 있습죠 낙뢰 한방 잘못 맞으면 풀강 훈타도 가로쉬가 되던 | 20.12.05 10: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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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s80yUkVE34U | 20.12.05 10: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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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신이야! 레아 펀치! | 20.12.05 13: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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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머릿속에 쌓아둔건 많은데 풀어나가는게 쪼끔 어렵네요 | 20.12.05 17: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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