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7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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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펫의 얼굴이 기묘하게 변했다. 상관에게 반문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고 그녀 자신도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 뭐라 하셨습니까?”
사령관과, 그리고 마리는 자신들도 이게 이상하게 들린다는 건 알지만 다시 설명해줄 수밖에 없었다.
“마법소녀가 되라고 했네”
“….”
아니 이게 뭔 십대 소녀 앞에 난데없이 나타난 요정나라 마법생물이 하는 말도 아니고. 임펫은 자리를 피하고 싶어졌다. 마법소녀라니, 이 무슨 생뚱맞은 소린가. 그러니까, 지금 오드리가 덴세츠 마법소녀들과 급히 협의해서 만든 저 블링블링한 옷을 자기보고 입으란 소린가….?
“아, 걱정말게. 혼자만 수고하진 않을 걸세. 자네만 입은 건 아니니까.”
“저만...이라뇨?”
“흠,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해본 적 없어서 서투르군”
익숙한 – 타부대라곤 해도 어쨌든 같이 작전할 일이 많은 같은 육군이니까 –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임펫의 표정이 더더욱 묘하게 꼬아졌다.
“생각보다 위화감 없이 잘 하는데?”
“과찬이다, 사령관.”
“아냐. 진짜 칸구리 같아”
“의욕이 생기는군. 열심히 하겠다.”
너무 한 점 부끄럼이 없어서 오히려 그 점이 문제였다, 임펫한테는. 언제나 매사 진지하고 유능한 칸은 이번에도 그녀의 임무 - 마법소녀 그 자체가 되는 것 – 을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 진심으로 몰입한 듯싶었다. 아니, 이쯤 되면 스스로도 즐기는 건지도. 다 좋은데, 저쪽의 칸이 그래 버리면 이쪽의 임펫에 대한 기대치도 올라간다는 게 문제다.
“호드보다 못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임펫. 스틸라인의 명예를 드높여 주게.”
마리는, 어쩐지 씰룩이는 입가를 억지로 감추고선, 임펫의 어깨를 짚었다.
“마법소녀 그 자체가 되어주게”
“…칸 대장이 하면 저는 필요없는 것 아닙니까?”
“아니, 임펫 너도 필요해”
“어째서입니까, 사령관님.”
“마법소녀 칸구리는 2인 페어물이었거든”
“…..”
그래서, 둘이 가야 한다고? 저 코스프레를 하고?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이런 걸 입고 나가서 뀽뀽! 을 외쳤다가 이프리트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란 말인가. 과연 그 떄 이프리트, 그리고 스틸라인의 병사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행보관의 권위는 어디로 가버릴 것이란 말인가. 임펫은, 군인정신 빠릿한 그녀답지 않게, 이번만큼은 이를 악물었다.
“거부하겠습니다”
“음?”
“마리 대장님, 지금 웃음 참고 계신 거 아닙니까? 입가 씰룩이시는데요?”
“어허, 그럴 리가”
“임펫, 부탁할게”
“안 합니다”
“임펫.”
“안 한다구요!”
…
사령관은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어졌다. 자기가 명령한 거지만. 칸이 힘차게 격려했다.
그래, 입었다. 결국 입었다. 어쩌겠는가. 오르카 최고 군 통수권자와 육군대장이 명령하는데. 바이오로이드는 정당한 명령권을 가진 인간과 상위 바이오로이드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으니. 칸 대장이 격려 아닌 격려를 해주곤 있었지만 그게 임펫에게 그다지 위로가 되진 않았다. 결국 그녀도 칸과, 같이,
“뀨…뀽뀽…”
이 짓을 해야 했으니까.
그러나 우스운 것과는 별개로 그녀들의 어깨에 내려진 책임은 막중하였기에, 그리고 어쨌든 오르카의 상황이 심각한 건 심각한 거였기에, 사령관은 온 힘을 다해 웃음을 참으며 두 밀리터리 마법소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르카의 운명이 너희 둘에게 달렸어. 잘 부탁해”
샤랄라한 옷을 입은, 덩치도 산만한 두 여군의 어깨에 핵잠수함 하나의 운명이 걸려 있다니. 이 저항군 괜찮은 걸까? 칸과 함께 닥터가 도사린 잠수함 구획을 향해 걸으며 임펫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고민이 많은 모양이군. 걱정되는가?”
“이 남사시러운 짓 빨리 끝나고 돌아가고나 싶습니다, 칸 대장”
“너무 그러지 말게.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우리뿐이잖은가”
사령관과 모모 말에 따르면 그렇다곤 하지만, 임펫은 부디 아무도 그녀의 마법소녀 코스프레를 보지 말기를 바랬다. 중간 중간 닥터가 보낸 것 같은 괴상한 기계장치들을 보긴 했지만, 그놈들을 헤치고 – 칸은 여기서도 쓸데없이 비장하게 마법소녀처럼 싸워댔다. 뀽뀽-! 하고 마법봉(물리)를 휘두를 때마다 옆에 있던 임펫이 대신 쪽팔릴 정도로 - 닥터의 본거지, 즉 그녀의 실험실이 있던 복도 까지 나아가는 건 문제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우와, 이건 뭐야”
임펫이 저도 모르게 감탄할 만큼 닥터가 도사린 오르카 복도는 기상천외한 꼴로 개조되어 있었다. 으레 복도라 하면 여기서 저기까지 직선으로 쭉 뻗은 통로를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게 ‘복도’라는 것의 정의니까. 하지만 여긴…
“아주 미궁을 만들어 놨군요”
복도 너머가 보이지 않을 만큼, 기묘한 기계장치로 가득 채워진 미로가 그녀들 앞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계장치 하나하나마다 잘못 건드리면 좀 골치아플 것 같은, 제정신이 아닌 자가 만든 게 명백한 디자인을 자랑하며.
“흐음. 마법소녀 칸구리 마지막화로부터 2화 전의 상황과 같군.”
“….그건 또 언제 시청하셨습니까?”
“임무에 투입되기 전에 늘 준비는 확실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그새 그걸 다 봤다고? 임펫의 의심은 점점 커져만 갔다.
“솔직히 여쭤보겠습니다. 즐기고 계시죠?”
“함구하겠네. 아무튼, 이에 따르면 닥터닥터맨은 마침내 자기 본거지에 다다른 마법소녀들을 막기 위해 자기 아지트를 요새화하고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거든.”
“그럼…”
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끝에 아마 닥터가 있겠지. 가세나”
“내키지 않는군요”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나?”
“평소였다면, 이프리트랑 브라우니들을 먼저 밀어넣고 저기가 안전한지 봤겠죠.”
이프리트가 들었으면 펄펄 뛰었을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하지만 그러다간 그녀들이 자네 꼴을 볼 텐데”
“….”
간부의 권위와 안전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 하다니. 임펫은 미간을 찌푸리고선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별 수가 없다는 걸 꺠달았다. 결국은, 그녀 자신이 저, 아동애니나 아동뮤지컬 무대에서나 나올 법한 총천연색 미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
미궁은 실제로 그렇게까지 안전한 공간은 아니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측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임펫은 척 봐도 흉악하고 위험해 보이는, 불길하기 짝이 없는 금속제 총안구가 실은 아무 기능도 없는 장식이었다는 걸 보고 맥이 빠지는 한편, 또 전혀 아무런 이상의 낌새도 없던 바닥 타일을 밟았다가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운 증기와 함께 오르카 바깥으로 사출될 뻔했다. 다행히 발사각이 이상해서 증기는 엉뚱한 곳에 분출되었지만.
“아니 대체 이런 건 언제 어떻게 만든 거래?!”
스트롱홀드도 튕겨버릴 것 같은, 개그프로에서나 나올 법한 스프링 함정을 간신히 피하고선 임펫이 투덜거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어쨌든 복도가 오지게 복잡하게 꼬여 있고 별별 이상한 것들이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
“완전 별세계군”
그랬다. 그녀들은 오르카가 아니라 뭔 옛날 판타지 마법소녀 애니에나 나오는 몽환적인 마왕성 – 뭐, 미궁의 기물들을 자세히 보면 그게 원래 뭐였는진 알 수 있었지만 – 에 들어온 기분을 느껴야 했다. 거길 돌아다니는….아마도 설정상 사악한 악당 닥터닥터맨의 부하들 대부분은 무해한 기계류들 - 아마도 닥터가 손댔을 듯한 기묘하게 생긴 드론08이라든지, 손바닥만한 타이런트라든지. 근데 타이런트는 손가락 깨물더라. 아야! – 이었고, 나름 마법소녀들에게 덤볐지만 그다지 큰 위협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끔은 별 기상천외한 것도 등장했다. 예를 들면…
“으악 이건 뭐야”
하치코였다. 하치코일 것이다, 아마도. 원래의 하치코도 키가 큰 아이는 아니었지만, 이건 완전히 짜리몽땅 찌그러져 있었다. 말투도 어쩐지 혀가 짧았고, 표정도 마치 정신 어디다 빼놓고 온 거 같은 얼굴이었다. 그래도, 어…일단은 하치코일 것이었다.
“얘는 왜 여기 있죠?”
“아무래도 여길 탈출하지 못했던 것 같군”
“아”
그제야 임펫은 기억이 났다. 이 난리통이 벌어졌을 때, 리리스가 사령관을 지키기 위해 자매들과 함께 닥터를 막아섰던 걸 말이다. 아무래도 리리스가 쓰러지고 나머지 컴패니언 시리즈가 후퇴할 때, 하치코는 미처 피신하지 못하고 뒤에 남겨졌던 모양이다.
“그런데 왜 이런 꼴로?”
“닥터가 준 믿또파이 머것서용”
“아무래도 닥터가 하치코한테도 그 성장약을 먹인 것 같군”
"그롁등가?"
미트파이에 넣어서 말이다. 이래서 남이 준 걸 함부로 먹으면 안 되는 건데! 컴패니언 애들 가정교육이 부족한가?
“엥-하지만 민또 믿또파이는 마싯서용”
민트고 뭐고 얘는 어쩌지? 임펫은 칸에게 고개를 돌렸다. 칸은 흠흠, 헛기침하고 마법소녀 풍으로 말했다. 아니, 얘한테까지 이래야 하나? 칸 대장 정말 몰입했나?
“하치코, 우리는 사악한 악당 닥터닥터맨과 싸우러 간다. 어떡할 텐가?”
하치코가 답했다. 아무 생각 없는 듯한 표정으로. 저거, 생각은 하고 말하는 건가?
“져도 따라갈게용”
“호오”
칸은 꽤 대견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임펫은 고개를 저었다. 괜히 짐짝이나 될 거 같은데.
“야, 그냥 돌아가라”
“엥-저도 정의의 편 할래용”
“여긴 어린애 노는 곳이 아니야”
….치렁치렁하고 샤방샤방한 아동애니풍 드레스와 마법봉을 든 그녀들이 할 말인진 모르겠지만.
“진짜 치사 방구에용”
“위험할지도 모른다.”
“져 엄쳥 셰용”
주먹을 휘휘휘 휘두르며 어필하는, 찌그러진 꼬마 하치코를 보던 임펫은 더 이상 생각하길 포기하기로 했다. 닥터는 갑자기 오르카 악당이 되었지, 자기들은 웃긴 마법소녀 옷까지 입었는데, 이제 뭔 일이 뭐 어떻게 벌어지든 그녀가 알 바란 말인가.
“하아…그래. 어쨌든 보호기니까 도움은 되겠지”
“엥-져 기돈곤격긴데용”
“.....맘대로 해라”
…조금 더 생각하길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계속: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7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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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게임 내 대사를 들어보면 임펫은 사령관에게 반말을 씁니다. 그런데 이벤트 대화문을 보면 레드후드 같은 스틸라인 장교들은 높여부르고요. 사령관과 마리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 약간 어색할 거 같아서, 그냥 존댓말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출처는 공식작가인 만메님의 그림입니다(https://twitter.com/JQmrko). 만메님 트위터에, 비상업적 용도라면 그림을 가져다 써도 된다고 공지를 걸어 놓으셔서 한 번 써봅니다.
언제나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글과 추천은 늘 응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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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에게서 이어지는.."뀽뀽" 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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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 밈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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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만메님이 그려진 시기상으론 이쪽이 먼저긴 하지만... 저도 뀽뀽이 진짜 공식 이벤에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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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밈 보면 활용하고 싶어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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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 하치코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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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에게서 이어지는.."뀽뀽" 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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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만메님이 그려진 시기상으론 이쪽이 먼저긴 하지만... 저도 뀽뀽이 진짜 공식 이벤에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ㅎㅎㅎ | 22.02.17 22: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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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 밈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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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밈 보면 활용하고 싶어져요 ㅎㅎㅎ | 22.02.17 22: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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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 하치코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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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아 잠깐만 이 전개로 갈걸! ㅋㅋㅋㅋㅋㅋ | 22.02.17 22:18 | |
(IP보기클릭)58.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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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읽으시라고 쓴 개그물이지만, 굳이 시점을 따지자면 가장 최근 혹은 미래의 어느 시점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오렌지에이드도 합류했고 칸도 있는 상태니까요.... | 22.02.18 01:44 | |
(IP보기클릭)21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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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밈이 '고전'소리 들을 정도라니 라오가 참 멀리 오긴 했군요. 저도 이 게임에 관심 가진 지 오래되었구요... | 22.02.19 01:01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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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추종자
생각해보니 비중을 좀 더 줄걸 아쉽네요 ㅋㅋㅋㅋㅋ | 22.02.23 01: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