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컴퓨터에 앉아 보내는 주말
새벽 5시에 일어나 별내로 향한다.
별내에서 5분 거리면 보이는 나의 일터 나의 공사장
아침부터 누군가는 망치로 두드리고 있다.
쾅! 쾅! 쇠와 쇠가 부딪치는 귀를 찢는듯한 망치소리
윙!윙! 질퍽해진 시멘을 돌리는 시멘를 섞는 기계 소리
마스크를 쓰고도 눈과 콧속으로 들어가는 회색빛 캄캄한 시멘트 가루
그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나
망치소리가 희미해질 때 즈음 때이른 노을이 찾아온다.
덜컥거리는 호이스트를 타고 내려와
에어컨프레셔 한방을 후! 뿌려주면
내 몸 위로 보이지 않던 회색 시멘 가루가
바람에 휙 자취를 감춘다.
일하던 옷을 털고 일하던 바지를 벗고
하루 일지를 쓰고 퇴근 일지를 적고
검정 봉지에 싸고 온
내 깨끗한 옷으로 내 더러운 몸을 감춘다.
터덜터덜 시멘 가루 잔뜩 묻은 나의 안전화를 보며
덜컹덜컹 집으로 오는 지하철 안
핸드폰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따라 나도
핸드폰을 들고 홀로 서 화면으로 침전한다.
핸드폰 속의 위인들은
하루 종일 일하라고 하나같이 말한다.
'열심히 일해라'
'뭐든지 해봐라'
'꿈을 꾸고 도전하고 또 도전해라'
다른 문장에 담긴 다 똑같은 의미들
내일도 모레도 나는 죽어가는데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라는 생각만
어제도 오늘도 하루하루 이어간다.
.
.
.
공사장 일을 그만두었을때가 2018년 7월이었다.
나의 백수생활은
자격증을 따야한다는 말로 1년
하고싶은 일이 생겼다는 말로 1년
가끔씩 생기는 일거리를 제외하고선
2년의 공백동안 나는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책을 읽고
인생을 바꿔보겠다고
일을 던지고 집안에만 쳐박혀
오직 나를 바꾸기위한 노력만 6개월
그동안 나는...
정말 아무것도 단 하나도 변화하지 않았다.
2021년 4월의 어떤 날
'부의 추월차선' 책에 나온 구절
당신이 꿈꾸는 생활양식이 현실화되도록 그런 생활 양식을 보여주는 사진을 작업 공간에 붙여라.
라는 말을 보게 되었다.
너무 간단한 일이었다.
일단 씻고
pc방에 가서
컴퓨터를 켜서
프린팅을 해서
벽지에 붙인다.
근데 이 일을 무려 4일 동안 끌었다.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5일째 되던 날 밖에서 비가 내렸다.
비내리는 날씨를 보곤 다시 컴퓨터로 와 다시 앉았다.
'아.. 씨 오늘 나갈라 했는데 비가 오네...'
그런데 불현듯 화가 치밀어올랐다.
'근데.... 비 오는 게 그렇게 큰일인가?'
어금니가꽉 물리는 힘이 내 윗니 아랫니 사이사이로 퍼져나갔다.
머리를 벽에 쳐박고 나가려는 결심을 하고 결심이 정해진순간
프린트를 뽑는데는 단 10 분도 걸리지않았다.
a4용지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에 젖을까
이 한심한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내게 무슨 노력이 필요했던가?
테이프를 찢어서 벽지 중앙에 붙이고 나니
나의 '한심함'이 미뤄왔던 '한심한' 작업이 완성되었다.
내 프린트는 '등번호 24'번 아주 멋졌다.
지금돌아보면
정확히 이때부터인 것 같다.
톱니바퀴가 딱 맞아지는 순간
내 인생 30년 가까이한 번도 굴러간 적 없는 톱니바퀴가 굴러간다는 느낌이 든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하는 거라곤 별것 없다.
그냥 평범하게 사는것
대신 결정적인것은
해야할것들을 단 1초라도 하게된 삶
근데
이것뿐인데 행복하다.
정말로 행복하다.
별것 아닌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으로 단 한 줄을 쓰자면 이렇다.
'그냥 해보는 것' '도움이 되는 것들이라면 뭐든 그냥 하는것'
내가 겪은 사소한 기적을
지금부터 시작해보는건 어떨까?
내가'24'번을 벽지에 붙힌날처럼
당신도 지금삶이 만족스럽지않다면
당신도 벽에 '24'번을 붙여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