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외출.
어쩌다 보니 마지막 외출도 서울, 오랜만에 나온 외출도 서울이네요.
차에다 스트라이다 접어 넣고, 영등포 주차장에 주차한 뒤 내키는 방향으로 밟아 봅니다.
여기가 어디쯤이지... 싶었을 무렵 저 멀리 벌꿀빌딩이 보이네요.
인천에서 여의도 방향으로 출근하시는 분들이면 바로 딱 느낌 오죠. 저기로 가면 여의도겠구나~
마침 벚꽃도 피었을 것 같고, 한 번 여의도로 방향을 잡아봅니다.
뭔가 차로 다닐 때에는 길도 복잡하고 못 가는 방향도 많고 했던 기억인데, 걸어서 오니 쓱쓱 가면 돼서 편합니다.
맞게 왔네요, 여의도의 메리어트가 멀리 보입니다.
길가에 가득한 차들...
그나마 신월여의가 생기고 나서 조금이라도 편해지긴 했습니다만 확실히 서울로 출퇴근은 유쾌한 경험이 아닙니다.
서울로 간단히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에도, 가급적 차는 한 곳에 두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걸 더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죠.
살짝 출출하기도 해서 하루야채 한 개를 사봅니다.
이것도 옛날엔 구독해서 먹을 만큼 좋아했는데, 진짜 오랜만이네요.
거리에는 벚꽃이 만개했습니다.
벌써 많은 분들이 벚꽃을 즐기러 나와 계시네요.
제가 사는 동네는 아직 전혀 피질 않았는데, 이번 벚꽃은 같은 수도권끼리도 편차가 꽤나 큰 것 같습니다.
국회 이후로는 자전거로 갈 수 없어서, 국회대로를 타고 여의도를 가로지릅니다.
여긴 언제 와도 버스가 한 대 서있군요. 멘트는 매번 다르긴 하지만요.
회사가 여의도에 있다가 광명으로 이전했는데, 자주 회식을 했던 곳에 토스트 간판이 보입니다.
사실 여기서 아침에 라면도 파셔서, 내심 라면 한 그릇 시켜 먹을 수 있을까 싶어 들러본 거기도 한데요.
1년 사이에 가게가 많이 바뀌었네요. 아무래도 라면 먹기는 좀 힘들 것 같죠?
버터 쓱쓱 발라 구운 빵에 케찹 잔뜩 뿌려 먹는 이 녀석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먹는 게 4500원이라니... 물가 참 많이도 올랐습니다.
하기야 김밥 한 줄이 3천원 가까이 하니 토스트가 그보다 좀 더 비싼 건 당연한 일이기도 하죠.
이런 얘기할 때마다, 2002년 월드컵이 20년도 더 된 이야기라는 게...
저 어릴 적에 88 올림픽 얘기하는 것보다 더한 거리감이라는 게 아직도 와닿지가 않습니다.
이젠 어디 가서 김밥 한 줄에 천 원 얘기하면 아저씨 중의 아저씨 취급이겠죠. 짜장면 500원은 할아버지 취급일 거고요.
솔직히 공기가 그다지 좋은 날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볕 좋은 곳에서 적당히 배 채우고 달달한 음료 하나 마시면서 보는 벚꽃이 싫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등의 땀도 잠깐 식힐 겸, 조금 앉아 있다가 한강을 넘어가 봐야겠습니다.
마포대교를 건너 한강공원으로 내려왔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입장에서 한강공원 길만큼 서울을 편하게 가로지를 수 있는 길도 없죠.
저 멀리 욕이란 욕은 다 먹은 한강버스가 보이는데, 또 자전거 타고 강변에 오니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막상 타려니 또 탈 곳이 근처에 없어서 관뒀지만요.
옛날에 한강 수위 관측용으로 썼다는 건물도 한 번 멈춰서 봅니다.
이름이 구용산수위관측소인데 과거에는 이 근처, 즉 전자상가보다 서쪽이 오히려 용산의 중심이었다고 하네요.
용산역이 지어지기 전 이야기이니 굉장히 옛날 일이긴 합니다.
밥집, 카페 좋아하는 저로서는 사실 지금도 구용산이 더 용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생각해 보니 지금의 중심지인 신용산역을 근처로는 한 번도 멈춰서 뭘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효창공원으로 가거나, 이촌동으로 가거나 했죠.
'괴물' 영화 이후, 괜히 지나가면 한 번 찍는 이곳.
사실 영화 보기 전에도 딱 여기만 지나면 배수로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저 기둥의 배열이 묘하게 시선을 끄는지라 한 번씩 멈췄던 것 같습니다.
용산에서 빠져나갈까도 했습니다만...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용산역 근처는 생략합니다.
오랜만에 이촌동에 가보고 싶기도 했고요.
그런 고로 한강을 따라 조금 더 동쪽으로 가봅니다.
멀리 트럼프 월드가 보이네요. 예전에는 트럼프 카드의 트럼프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차라리 그렇게 알던 적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어느새 한강철교를 지나왔네요. 이제 강둑을 빠져나가면 바로 이촌동입니다.
잠깐 서 있었는데도 기차가 수없이 지나다니네요.
여의도에서 차 무리를 봐놓고 말하긴 새삼스럽지만, 역시 서울은 참 바쁜 도시예요.
이촌으로 빠져나가기 전, 츠와네가 어디야...? 해서 찍었네요.
찾아보니 남아공의 행정 수도인 프리토리아를 포함하는 광역권의 이름이랍니다.
원래는 프리토리아 자체를 츠와네로 바꾸려다가 반대로 무산됐다는군요.
그놈의 이름 갖고 싸우는 건, 만국 공통인가 보네요.
사람 이름도 아니고 땅 이름으로 그렇게까지 열 낼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땅은 그 이름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죠.
한강을 빠져나와 이촌동으로 향합니다.
이촌동의 이, 서울답지 않은... 이라고 하면 무례한 말이겠죠.
어쩌면 이 모습이 진짜 서울다운 모습일 겁니다. 강남이야 뭐... 따지고 보면 0기 신도시니까요.
길도 좀 좁고, 건물도 좀 낮고, 콘크리트는 세월이 묻어 누레졌죠.
하지만 덕분에 길을 걸을 때 온전히 한 길을 걷는 느낌이 나고, 건물과 하늘은 한 번에 눈에 들어오고,
빛바랜 색은 가끔은 오히려 고풍스럽게도 다가옵니다.
자전거를 타며 한 바퀴 본 이촌동은 여전히 마음에 드는 동네였습니다.
적당히 작고, 있을 것은 다 있고, 어디로 가기도 좋고.
지금 제가 사는 곳도 아주 마음에 들지만, 그래도 여기에 살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싶어서 부동산 앞에 잠깐 서서 보니
아무래도 현생엔 힘들 것 같네요. 아무리 좋은 곳도, 삶에 무리를 주면서까지 살고 싶진 않으니까요.
약간의 상실감(?)을 느껴서 그런 걸까요? 괜히 배도 출출해지기 시작합니다.
점심도 해결할 겸, 부동산 위 2층에 보이던 쌀국수집에 갈까도 했습니다만
바로 앞으로 점심시간 맞은 회사 손님들이 들어가는 걸 보고 가던 길을 재촉하기로 했습니다.
중앙선을 지나려고 동네 한 바퀴 돌다 보니, 서빙고 쪽으로는 동작대교까지 가야 철도를 넘어갈 수 있더군요.
그냥 익히 알던 이촌역 지하도로 넘어가기로 합니다.
이촌역을 건너 지하도를 올라오니 바로 앞에 상가가 보입니다.
생각해 보니 초밥 먹은 지 좀 됐죠.
메뉴를 보니 초밥도 좋지만 최근에 흑백요리사2에서 무시즈시를 봐서 그런가 치라시즈시가 확 끌려서 한 그릇 뚝딱 했습니다.
잔술도 확 끌리긴 했습니다만, 생각해 보니 1시간 안에 운전대 잡아야 해서... 아쉽지만 넘어갑니다.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 하원하기 전에 집에 가려면, 아무래도 영등포까진 지하철을 타야 될 것 같네요.
짧은 오늘의 외출은 여기까지입니다.
소소했지만, 그래도 참 즐거웠던 반나절이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6. 04. 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