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성형용 원형 밑판 부품들 중 얇은 철제로 된 것 두 개는 가운데 부분이 오목하게 살짝 휘었지만 그래도 파손은 아닌데...
3,4mm 정도 두께이면서 재질이 ABS인 투명 플라스틱이었던 밑판 부품은 압출하다가 빠직! 파손이 되었습니다.
역시 대륙제라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90% 메밀 반죽을 면으로 뽑을 방법은 이 도구밖에 없어서 포기하질 못하고...
(밀가루 반죽 면은 그냥 밀대로 펴서 칼로 써는 게 더 손쉬운 것 같아요)
8mm 두께의 폴리카보네이트 원형 판을 인터넷에서 가공 주문받아서 일일이 핀바이스로 구멍을 뚫어 줬습니다.
폴리카보네이트 재질 특성상 겉면에 스크래치가 났으면 났지 8mm 두께면 파손은 절대 되지 않죠.
8mm로 한 것은, 파손 방지 차원이라기보단(3mm만 돼도 절대 파손 안 될 듯), 어느 정도 두께가 있어야 성형되어 나오는 면 가닥들을 그 두께의 길이 동안 압박력을 유지해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판이 1mm 정도로 얇으면, 밀가루 가닥은 글루텐 때문에 잘 끊어지지 않지만(그래도 끊어지긴 함), 메밀면 가닥은 글루텐이 없어서 일정 길이 동안 압박력 유지가 없으면 아주 다다다닥 끊어져서 면이라고 할 수 없는 모양새로 나옵니다.
"이렇게 자세히 설명을 할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혹시 호기심에 이 제품 구입하실 마음이 드시는 분께 이렇게 어려운 길이니 구입을 자제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자...
"홈메이드 메밀면 자가 제면, 그것은 내 길이다. 고난도 참고 간다"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살짝 추천을.
다 뽑고 난 후의 밑판 모습입니다.
핀바이스로 구멍 뚫는 게 쉽지 않습니다.
송곳 같은 걸로 위치를 일일이 점 찍듯이 눌러서 표시한 후에
1mm 드릴날로 3mm 정도 깊이까지 뚫고(8mm 끝까지 뚫으려면 매우 힘듬)
이후 1.5mm 드릴날로 8mm 깊이 끝까지 뚫습니다.
그 이후에 2mm 드릴날을 모형용 전동드릴에 끼워서 러프하게 더 구멍을 넓힌 것인데, 그래서 구멍 크기는 2.1~2.3mm 정도로 오차 범위가 있을 듯한.
도중에 1.5mm 드릴날 하나 끊어 먹었고요. 손으로 돌리던 와중에 툭 끊어지더이다.
폴리카보네이트 재질 특성을 아시는 분이라면 왜 이렇게 단계적으로 뚫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실 듯.
정말로 뻑뻑합니다. 손으로 드릴날 돌려넣기가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한땀 한땀 차근차근 하다 보면 언젠가 다 뚫리는 때가 오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체에 받쳐 입자가 거친 극소량의 메밀가루를 걸러낸 메밀가루 135g과 감자전분 15g을 섞은 150g의 가루에, 75g으로 계량한 물을 냄비에 부어 끓으면 바로 가루에 투하.
히어로가 아니라면 손으로 반죽하는 정신 나간 짓을 할 순 없죠.
실리콘 주걱으로 2분 정도 잘 섞어 주고, 주걱에 묻은 건 젓가락으로 눕혀 잘 긁어내 주면 알뜰합니다.
그 사이 온도가 내려갔을 테니 이후엔 손으로 반죽하는데, 메밀 반죽은 손으로 주물주물 하는 방식으로 하는 게 아니죠.
체중을 실어 주먹 쥔 손으로 꾹 꾹 눌러 주면서 작은 파편 반죽들을 얇은 떡 모양으로 합쳐 주고, 그걸 접어서 또 파편들 위에 놓고 꾹 누르고, 또 펴지면 반복하고 하다 보면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지게 됩니다.
수분이 약간 부족해서 반죽 말미에 손에 약간의 물을 발라서 수분 보충.
오늘 면 잘 나왔네요.
그렇게 해서 완성된 홈메이드 90% 메밀소바.
저는 안 먹고요. 집사람 먹는 겁니다. 전 메밀 안 먹어서. ㅎㅎ
냄새는 참 좋아요. 고소한 냄새.
끓는 물에 넣고 끓어오르면 금방 건져서 얼음물에 식힙니다.
소스는 직접 만든 7일 숙성 카에시(간장, 청주, 미림, 가쓰오부시가 들어가는데, 저는 미림 대신에 포도당을 적정 비율로 해서 대체) 소량과, 가쓰오 곤부 다시(갓 만든 다시마와 가쓰오부시 우려낸 육수) 다량을 섞은 소스입니다.
찍먹이든 부먹이든 그건 먹는 사람 맘대로.
물론 김과 같이 먹습니다.
이런 건 김을 곁들여 먹어야 맛이 더 좋다고 하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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