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냉장고에 저장해둔 굴라쉬(헝가리 소고기 스튜)를 오늘도 사골국(or 카레) 꺼내듯 꺼내 먹고 후식으로 백도를 먹으며 엄마와 통화하던 중에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난 분명 저녁으로 굴라쉬를 먹었고, 후식으로 복숭아를 먹고 있는데, 지금 코 끝에 얹힌 버터향은 뭐지?
굴라쉬는 설겆이 까지 끝났기 때문에 흔적도 없었고, 남은 용의자는 테이블 위에 놓인 복숭아 뿐이었습니다. 용의 대상에 집중해 보았을 때, 놀랍게도 버터향은 백도에서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엄마, 복숭아에서 버터향이 연상되는데 어떻게 생각해세요? 백도에요."
"복숭아에서 버터가? 난 전혀 느껴 본 적 없는데."
엄마의 의문에도 제 후각은 여전히 복숭아를 지목하고 있었고 요놈이 맞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현듯 재밌는 조합이 떠올라 냉장고에서 버터를 꺼내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짠! 그릴로 예쁘게 색을 내어 구운 버터 피치입니다.(버터 복숭아보다 어감이 귀엽네요ㅎㅎ)
(아래 설명은 매우 디테일하므로 지나치셔도 괜찮습니다.)
강불에 달군 그릴팬에 복숭아를 올려 색을 내고, (한 곳에서만 익혀야 그릴 무늬가 예쁘게 나와요~)
설탕으로 카라멜라이즈 반응을 일으켜 색을 더 강화시킴과 동시에 디저트에 어울리는 단맛을 더하고, 삼투압을 이용해 복숭아 표면의 수분을 밖으로 빼내어 식감을 쫄깃하고 탱탱하게 바꾸었습니다.
버터는 여기까지의 작업이 끝난 후 불을 끄고 넣었습니다. 발연점이 낮은 버터는 고온에서 쉽게 타고, 향도 잃어버리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 향을 코팅합니다.
처음 떠올렸던 그림입니다. 노랗고 하얀 치즈케잌 위에 까맣게 그릴로 색을 낸 말간 복숭아. 그 위에 살짝 올라가 색감의 대비를 주는 발사믹 크림! 행-복
갑자기 툭 튀어나온 치즈케잌은 지난 일요일에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반죽하고 구웠던 아이입니다. 월요일 스트레스를 다스리는데엔 베이킹이 최고!
불현듯 떠오른 레시피가 예쁘게 완성되서 기분이 좋은 화요일 밤이네요. 남은 한 주 다들 화이팅!